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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l 31. 2024

8화. 더이상 7시반 지옥철에 내몸을 싣지 않아도된다!

–그런데... 회사가 지옥이었던 건 확실한 거지...?!?

아침 6시 50분, 핸드폰에 맞춰 둔 기상알람이 울린다.

민준의 육아휴직이 시작된 지도 어느새 두 달 여가 지났고, 우리 세 가족의 일상도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그는 여전히 출근할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더 늦기 전에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와의 유대관계를 더 다지고 싶다는 것도 그가 육아휴직한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뭐 아직은 큰 성과가 안 보이긴 했지만... 설마 내가 8년 동안 쌓아온 단단한 신뢰와 애착관계를 몇 달 만에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나는 여느 때처럼 일어나 아이를 깨우고 간단한 아침을 준비하고, 남편은 세수하고 외출이 가능한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나 혼자 동동거리며 아이를 챙겨 학교 앞까지 태워줘야 했던 일을 이제 남편이 해준다. 혹은 내가 컨디션이 안 좋거나 아침 준비를 하기 싫은 날이면 반대로 하기도 한다. 남편이 커피를 내리고 아침을 준비하면 내가 대충 씻고 옷을 챙겨 입고 아이를 태워주고 온다. 우리의 아침에 생긴 변화를 아이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아이를 내려주고 오면 투자자로서의 남편의 하루 일과가 시작된다. 얼결에 내 명의를 내어주고 자그만 집을 한 채 더 가지게 된 나의 일상도 바뀌었다.      



집을 낙찰받자 나는 그저 경매법정의 수많은 경매 도전자 겸 입찰자 중 한 사람이었다가 최고가매수신고인 신분이 되었다. 그 이후 이의 제기 기간과 매각허가결정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지나고 잔금을 내야만 진짜 소유자가 될 수 있다. 경매라는 제도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 사이클을 돌려보는 데에는 수많은 절차와 문서가 오가야 했고, 당연한 일이지만 대출상담사와 은행, 법무사가 필요했다. 온라인 강의에서도 알려주지 않은 수많은 세부사항들은 다른 인터넷 정보와 책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남편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부동산 관련 책, 세금 책, 전자소송 책을 읽었다.

경매로 집을 사는 데에는 전세 세입자로서 살게 될 집을 둘러보고 계약서를 쓰는 것, 분양받은 내 집에 들어가기 위해 대출을 받고 입주하고 등기를 하는 것과는 다른 생소한 절차들이 많았다. 어느 하나도 허투루 준비할 수 없었다. 민준은 휴직 중이었고, 정부에서 주는 육아휴직 급여만으로는 단 한 달도 생존할 수가 없었으며, 우리는 투자로 돈을 벌어보기로 결정했다.

나름의 공부를 하고 물건을 정하고, 마침내 첫 낙찰을 받기까지가 1단계였다면 지금부터는 ROUND 2, 다음 단계로 돌입할 시점이었다. 낙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낙찰자가 받는 입찰보증금 영수증

법원에서 낙찰자가 되어 보증금 영수증에 사인을 하고 정보를 기입할 때만 해도 실감이 안 나고 얼떨떨했는데, 법원에서 매각허가결정이 나고 잔금납부기한을 통보받자 피부로 와닿기 시작했다. 수중에 있는 모든 현금화 가능한 자산을 그러모아 보증금 2,000여만 원을 겨우 만들었기에 잔금을 내기 위해 대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경매매각대금의 잔금을 대출해 주는 경락잔금대출이란 것은 보통의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에 비해 훨씬 높은 금리로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0. 몇 프로에도 발발 떨며 다음 달부터 내게 될 대출이자를 계산해 볼 수밖에 없었기에 우리는 매우 신중했다. 민준이 계속 휴직 중인 이상 한 달에 대출 이자 10만 원만 더 낸다 해도 타격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낙찰받고 최고가매수신고인 신분으로 법원 문을 나올 때 이전에 법원에서 본 것처럼 여러 명의 ‘대출 이모님’들이 따라 나오며 명함을 주었다. 경매 커뮤니티를 통해 이미 가지고 있던 수도권 대출이모님들 리스트와 그날 받은 이모님들 연락처에 모두 문자를 돌렸다.     


"안녕하세요. 2023타경XXXXXX 낙찰자입니다. 저는 주부라 소득이 없어 배우자 연봉 기준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배우자작년기준 연봉은 땡땡원입니다. 혹시 남편 아닌 제 명의로 받을 경우에는 연간 카드사용금액으로 넣어볼 수 있다는데 맞나요? 또한 신탁대출은 얼마나 나오는지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수십 명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문자를 보고 바로 전화가 걸려오는 사람, 문자로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답이 없는 사람도 많았다. 진짜 낙찰자가 아님에도 찔러보기식의 그런 문자를 전국에서 받을 테니 알만했다.      


수십명에게 문자를 돌려서 돌아온 내용을 엑셀표에 하나로 정리했다. 대출상담사별로 금융사 이름, 대출종류, 가능금액, 금리, 거치가능기간, 중도상환수수료와 그곳에서 대출을 실행할 때 부수적으로 해줘야 할 부수거래까지 꼼꼼하게 기록했다. 내가 정리한 표를 바탕으로 민준이, 기준으로 삼을 6달치 이자, 몇 개월 안에 조건 좋은 다른 대출로 갈아탈 경우의 중도상환수수료, 거치기간 등의 조건을 따져 계산기를 두들겼다. 나는 문자내용을 엑셀에 표를 만들어 기입하는 것까진 할 수 있어도, 금리에 따라 나갈 이자를 계산하고, 중도상환 수수료를 계산하고 그런 것은 할 수 없었다.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못했다. 그냥 곱하기를 하면 된다고 해도 어려웠고, 이상하게도 잘못된 결괏값이 나왔다.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분명히 수학을 못하진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어려웠다. 나는 숫자와 관련된 것으로 뭔가를 하면 안 되는 진정한 문과형 인간이었다. 글이라도 쓸 줄 알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결혼 10년간 그토록 서로 다름으로 싸워왔으나 이럴 때엔 민준이 내 남편이라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아무튼 가장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던 상담사가 제안한 대출이 가장 조건도 괜찮았기에 그곳에서 대출을 받았다.      


몇 년 만에 써보는 대출 자서는 생각보다 쉽게 끝났다. 이제 정한 날짜에 매각대금이 은행을 통해 납부될 거고, 등기권리증을 받으면 법적으로도 진짜 소유자가 되겠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관문이 하나 남아있었다. 낙찰받은 그 집은 HUG대항력포기물건이라 이전 전세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아 이미 이사 나갔고, 확률상 공실 상태여야 했지만, 안타깝게도 제3의 누군가... 새로운 점유자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매 도전자들도 제일 두려워하고 까다로운 과정, 점유자의 명도과정이 남아 있었다. 우리는 그 사람이 누군지, 전소유자의 지인인지 가족인지 혹은 제3의 세입자인지 전혀 알 방법이 없었고, 직접 가서 만남을 시도하고 부딪혀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다음 화에 계속-              



(좋아요와 댓글은 식빵작가가 계속해서 다음화를 쓰는데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이 연재소설은 박식빵 작가 부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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