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젠가 또 만나자!
오지 않길 바랐던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날이 밝아버렸다.
밤비행기라 저녁 무렵까지 하루 더 로마를 즐길 수 있었다. 아직 잠들어 있는 아이는 호텔에 두고
둘이서 아침 산책을 나섰다. 숙소가 로마 중심가에 있어서 그냥 걷기만 해도 좋았다.
트레비분수에는 아침부터 관광객이 많았다. 새벽 6~7시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너무 모닝쌩얼이긴 하지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사진도 찍어본다. ㅎㅎ
트레비분수를 지나 판테온까지 가본다. 처음에는 조깅이란 걸 해보려고 했는데 생전 뛰어본 적이 없는 나는 200m만 뛰어도 헉헉거리고 결국은 뛰는 남편을 빠른 걸음으로 쫓아갔다가 뛰다가를 반복했다 ㅋㅋ
전날 와보지 못했던 나보나 광장도 둘러본다. 아침의 휑한 광장이 낯설지만 좋았다.
걷다가 배고파져서 문 연 카페를 찾아 에스프레소와 빵 한 조각을 사 먹었다.
아쉽지만 이제 아이가 깰 것 같아 다시 숙소로 돌아갔더니 아직도 곤히 자고 있었고 ㅋㅋ 아이를 깨워 짐을 정리하고 호텔에서 마지막 조식을 먹었다.
호텔에 짐을 맡기고 나와 간단한 쇼핑도 하고 돌아다녔다. 무언가 땜에 아빠한테 혼나고선 코 박고 악어의 눈물을 흘리시는 중 ㅋㅋㅋ
지난 로마 여행땐 못 봤던 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진실의 입'도 구경했다.
인증샷 찍으려고 줄을 길게 서 있어서 스쳐 지나가며 보기만 했다 ㅎㅎ
마지막 날이라 관광지 예약도 하지 않고 쇼핑을 하거나 아쉽게 못 본 걸 보려고 남겨둔 시간이었기에
남은 반나절 가량의 시간을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가 테베레 강도 보고 11년 전 왔다가 너무 좋았던
트레스테베레에 다시 찾아가 점심을 먹기로 한다.
여기는 약간 성수 같은 느낌의 예쁜 가게와 거리들이 있는 힙한 곳인데,
여기 어딘가의 카페 야외 테라스에 앉아 맥주와 와인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겼던 11년 전의 순간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다시 찾게 되었다.
파스타를 먹었었나? 사진이 없네 그냥 먹을만했던 것 같은데 ㅎㅎ 점심을 먹고 이제 숙소 방향으로 다시 동선을 짜고 걸어가기로 했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인증샷도 찍고, 그날 산 스페인산 가죽 샌들을 자랑하며 사진도 찍었다. ㅋㅋ
지도를 보다 동선에 맞아 보르게세 공원에 가 보았다.
이 공원은 약간 고지대에 있어서 올라가기 힘들긴 한데 올라가면 로마의 전경이 내려다보여 아주 좋다.
잘 있어 로마. 잘 있어 이탈리아.....ㅠㅠ
이제는 진짜로 안녕을 고하고 돌아가야 할 시간...ㅠㅠ
호텔에 돌아가 캐리어와 짐을 챙기고, 공항으로 향했다.
마지막 식사는 공항 가는 버스가 있는 어느 역의 EATALY에서 했다.
꼬맹이도 마지막을 불태웠던 건지 공항 게이트 벤치에서 셀카 찍고 놀다가 비행기에서 기절했다 ㅋㅋ
티웨이항공 로마 신규취항 덕에 아주 싸게 직항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밥은 그저그랬지만 고마워 티웨이ㅋㅋ
어느새 4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했던 11박 12일의 이탈리아 렌트카 여행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새 학년이 된 3월에 일주일 넘게 학교를 빠지고 시차도 큰 여행을 하기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 정말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되었다.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함께 나눌 좋은 추억거리가 생겨서 너무 좋고, 아이가 우리가 함께 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셋이 함께 즐거웠던 그 기억과 본인만 느꼈을 감동의 순간순간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준다면 좋겠다.
그렇다면 이 여행은 성공이다.
아무도 아프거나 다치지 않고, 아무것도 도둑맞지 않고, ㅎㅎ 아무것도 잃지 않고 무사히 잘 돌아왔으니.
언젠가 또 이탈리아를 찾게 될까? 아직 정복하지 못한 시칠리아섬과 아쉽게 이번에는 보지 못한 돌로미티를 여행하러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까지 부디 잘 있어 이탈리아!
그동안 <초딩딸과 이탈리아 렌트카 여행>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