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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Apr 27. 2021

다정한 말 한마디

인터넷상의 어느 댓글 하나를 보며

잠시 틈이 나 핸드폰으로 내 책에 대한 새 리뷰가 있나 둘러보던 중이었다. 내 글에 대한 평가를 보고 듣는 것은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재밌고 통쾌하며 위안이 된다는 리뷰가 많아 안심하던 중에 다소 충격적인 댓글을 보았다. 그것은 내 책에 대한 혹평은 아니었고, 리뷰를 써주신 서평단의 SNS에 그분의 지인이 단 댓글 내용이었다. 정황상 그 서평단 분은 미혼이지만 결혼생활의 진실 혹은 내 책이 궁금해서 서평단에 신청해서 선정되었고, 책에 대해서 좋은 내용으로 리뷰를 써주셨다. 미혼인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라고 해주시면서. 거기에 단 그분 지인의 댓글은


"결혼부터 해."

단 한마디였다.


그 댓글을 보는 순간 내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어쩜 저렇게 몰상식하고 배려심 없는 댓글을 공개적인 온라인 공간에 달 수가 있는 걸까. 책의 내용에 대해 이러저러하고 추천하고 싶다는 내용의 글에, 그 책에 대한 일언반구의 내용도 없이 '넌 결혼도 안 했으면서, 무슨 이혼에 대한 책이나 보고 있냐.'는 의미를 내포한 댓글을 단 것이다.

그 사람은 아마도 내세울 만한 것이 하나도 없어서, 본인이 지인인 그 서평단 분에 비해서 내세울 것이라곤 결혼을 했다는 점 하나밖에 없는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열등감이 과하거나 그 사람을 평소에 질투했을 수도 있다. 내가 과잉 해석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몰상식한 댓글을 보니 자연스레 나의 과거 모습을 반성해보게 되었다.


남편 혹은 부모님, 딸아이, 친구 및 지인들이 나에게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에 대해 길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었는데 그 내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그런 말이나 하다니 한심하다는 투로, 아무 배려심 없게 툭 말 한마디 던져버린 적은 없었는가.

과연 나는 지금 이런 글을 써도 될 만큼 주변 사람들에게 배려심 넘치고 다정한 사람이었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런 만행을 저지른 적이 아마도 많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본인의 모습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을 가능성도 크다.


오늘 나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배려심 있는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정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 낮은 자존감이 사람을 얼마나 못나 보이게 만드는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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