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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식빵 Jul 03. 2021

INFJ의 글쓰기

찰나를 캡처하는 사람

오늘 문득 누군가의 글을 읽다가 그를 조금 닮은 나를 떠올렸고 또다시 '글 쓰는 사람'에 대한 짧은 생각을 했다.

이토록 생생한 묘사와 찰나의 순간에 스치는 사유를 문장에 가둬보고자 노력하는 종류의 사람에 대해서.


나를 포함한 그들은 기본적으로 삶을 너무나 사랑하고, 어쩔 도리 없이 주어진 이 삶이란 것을 (그 과정과 결과가 행복이든 불행이든 혹은 그것들이 뒤섞인 그 무엇이든) 최선의 노력으로 살아내야만 하는 것에 의문을 품지 않는 사람이다.

쓰는 사람뿐 아니라, 그리는 사람, 노래를 만드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모두 이와 같은 맥락에서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다. 속세에선 그것들을 뭉뚱그려 예술이란 한 단어로 말한다.


창작은 어차피 모방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작가의 문장 (행복한 찰나, 기괴한 찰나, 웃픈 찰나, 격한 슬픔의 찰나, 찌질한 인간군상의 )모든 찰나 모방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너무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 유전자에 디폴트로 각인된 사람들만이 시작하는 일이다. 찰나에 스치는 깊은 사유, 통찰이 이 삶을 살아내는데 너무나 소중하여 절대로 그냥 흘려보내버릴 수 없기에 적을 수밖에 없다. 그들만이 지속하여 그 괴롭고, 때론 좌절하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길을 가게 된다. 벗어나려야 벗어날 수 없는 일종의 굴레이다.


INFJ의 특징 중 하나가

사람, 관계 (즉, INFJ에겐 '삶'과 동일어)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통찰하는 것을 자신도 모르게 평생 동안 매 순간마다 해오고 있다는 거라고 한다. 간혹 나도 나의 그런 모습을 보며 흠칫 놀란다. 심지어 너무 정도가 심해서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주변 모든 사람의 말과 행동에 과잉 의미부여를 하는 오류를 자주 범한다. 그것은 곧 스스로를 좀먹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일임을 알다가도 그 짓을 끊지 못한다.

뭐 어쩌겠는가. 내가 이런 사람인 것을. 그것이 글을 쓰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나는 나의 그런 점마저 사랑하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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