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봐주시면 정말이지 감사하고, 현재 자금 사정에 좀 여유가 없으시다면 전국의 수억 개 공공도서관에서 ‘내발내빌’(김주은 작가님 워딩, ‘내 발로 가서 내가 빌려봄’) 하셔서 재밌게 읽으시고, 인별그램 혹은 블로그에
리뷰라도 남겨주시면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
그래도 제목 보고 기대하며 들어왔는데 뭔가 억울하시다 고요?
나 참.
남편과 나는 85년생 동갑내기이다. 04학번 영문학과 과 동기로 만났고, 9년간 친구로 지내다가 29살에 갑자기 교제 시작, 사귄 지 5개월 만에 혼인신고서에 도장 찍었다.
그러지 말걸.
이 구구절절한 스토리는 위에 언급한 에세이에 자세히 나온다.
이번 글의 주제로 돌아와서, 그에게 MBTI 테스트를 시켜본 것은 한참이나 전의 일이었다. 나의 결과를 읽으며 무릎을 치던 걸 떠올리며 기대에 찬 눈을 하고 결과를 기다렸다. 그는 ESTJ였다. 씌바. 왜 그다지도 ‘이혼하고 싶어졌던’ 순간이 많았던 것인지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사사건건 부딪친 것은 그의 세계관과 사고가 작동하는 방식과 나의 그것이 일치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깊은 슬픔….
‘저 시끼는 도대체 왜 저딴 식으로 생각하는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혹은
‘즈기 미칫나?’
혹은
‘아…. 또 시작이네.’
싶은 수억 번의 결혼 생활 에피소드들과 개싸움들이 떠올랐다. 심리테스트나 성격유형 테스트 따위에 당연히 관심이 1도 없었던 그조차, 자신의 성격을 설명해 주는 글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와 나의 싸움이 일정 부분 혹은 아주 많이 설명되었고, 우리는 이 테스트를 해보기 전보다 서로를 3% 정도는 더 이해하게 되었다. 다만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3%쯤 더 이해하게 된다고 해서 이 망할 결혼 생활이 획기적으로 변하는 일 따위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으니까.
우리는 둘 중 하나가 눈을 감을 때까지, 혹은 불의의 사건·사고(?)로 혹여 이혼하기 전까지 지금처럼 이 구역의 가장 유명한 두 싸움닭처럼 싸워댈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날까지 혹은 서로를 완전히 포기하고 너라는 사람 자체를 받아들이게 되는 날까지. 우리 치열하게 싸워봅시다. 마치 이 구역의 미친 초딩은 우리 둘 뿐인 것처럼.
p.76
<이혼하고 싶어 질 때마다 보는 책> -박식빵- 中
아이는 그 과정을 오롯이 보며 자라겠지만, 그것(부모 싸움 구경)에 대해서 예전만큼 개의치는 않는다. 부모의 싸움을 지척에서 목격하는 것은 아이에게 자연재해나 전쟁과 같은 공포라고 들었지만, 육탄전으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그것이 결혼 생활의 ‘현실’ 임을 무의식 중에 학습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싸우더라도 이것이 우리가 건전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과정임을, 이런 것들 자체가 바로 인생임을, 인간관계임을 직접 보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요즘에는 싸우다가 각방으로 흩어져 자버리는 게 아니라, 부득이하게 화를 주체하지 못하여 아이 앞에서 말다툼하게 되더라도 화해하는 과정까지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 사이 아이는 잠시 넷플릭스 만화영화를 섭렵하며 방치되기도 하겠지만, 잠시 공포스럽기도 하겠지만. 이 정도가 지금 내 기질과 승질머리로 할 수 있는 부모로서 마지막 양심이자 저지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 중 혹시 연인 혹은 배우자와 심각한 ‘성격 차이’로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부부 상담받으러 가기 전에 혹시 안 해보셨다면 MBTI라도 재미 삼아 한번 해보길 바란다. 나처럼 3% 정도는 더 상대방의 그 베일에 싸인 미지의 머릿속을
이해하게 될지도모를 일이니 말이다.
(물론 아닐지도.)
<실전상황> 극 T(남편)와 극 F(나)가 부부일 때.
타다 택시 타고 경유지(아이 학교) 찍고, 집에 오려는데 미숙한 기사님이 경유지 안 들르고 도착지로 가시다가 내가 눈치채서 알게 됨. 폰도 없는 7살 아이는 혼자 기다리는 상황... 빡쳐서 남편에게 카톡했더니 타다 고객센터에 컴플레인부터 함.............;;;; (나는 죽어도 이해 못 함.)
재미로 한 번쯤 볼만한 MBTI궁합 표라는 게 있는데... 최악의 관계로 나옴ㅋㅋㅋ 결혼해서 여태 안 갈라서고 같이 사는 게 용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