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된 뒤로 나의 일상은 조금 더 단출해졌다. 회사에서도 집에서 준비해 간 도시락을 가져가 빈 회의실에서 밥을 먹고 차가 막히더라도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있다. 근처에서 일하는 친한 친구를 가끔 보던 것도 8월 말 이후로는 한 적이 없으니 인생이 회사, 집 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집에서 누워있는 것도 지겨워지는 것 같아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하다 보니 대학시절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을 기록한 여행다이어리를 발견했는데 그때의 설레던 마음과 잊어버렸던 추억이 다시 떠오를 만큼 나는 사소한 것들을 주절거리며 많이도 적어놓았다.
즉석카메라로 찍었던 사진들과 그때 찍었던 스티커 사진들을 일정별로 정리해 붙여놓았는데 빛바랜 사진들 사이로 내가 적어놓은 말을 읽다 보니 그 유치함에 웃음이 절로 나기에오랜만에 그때 같이 여행을 떠났던 친구에게 그 사진 중 일부를 찍어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친구도 내 메시지를 보고 웃음이 터졌는지 웃다가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사진으로 기록된 추억이 참 좋은 것 같다는 이야기를 잠깐 나누었는데즉석카메라나 보정되지 않은 사진으로 남긴 순간들은 지나간 추억을 떠올리게도 해주지만 그 찰나의 감정들을 잘 드러내 주어 참 좋은 것 같다.게다가 사진과 함께 적어놓은 20대 초반의 문장들을 읽다 보면 그 순간의 나로 잠깐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여행은 국내외로 참 많이 다녔는데 그러고 보니 그 뒤로는 이런 여행기록을 남긴 다이어리를 남기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그곳에서 찍은 수많은 디지털 사진들만이 나의 클라우드와 스마트 폰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순간을 기록하는 사진도 좋지만 그에 덧붙이는 기록을 남긴 다는 것은 시간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로 집에 묶여있는 지금 훗날의 타임머신이 되어 추억여행을 하게 해 줄 과거의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혹은 지금 내가 지나고 있는 이 시간들을 취향대로 적어 놓는다면 코로나 블루가 올 것 같은 이 순간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왜 기록해야 되냐고 묻는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지만 기록을 남기는 것은 노력에 비해 결실이 좋은 일이기도 하고 가끔 인생이 버거워지는 날이나 힘들 때, 혹은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꺼내보면 조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