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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06. 2019

박근혜정부 돌아보기② 불통의 리더십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 그리고 만기친람형 국정운영 스타일은 취임 초기 언론의 단골 비판 소재였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런 지적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국민은 특히 북한 문제나 정치 논란에 대처하는 그의 '굽히지 않는 강직함'을 좋게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협 없는 원칙'은 곧잘 고집과 아집을 넘나들었다. 취임한 지 불과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때 나온 리더십 평가는 박 전 대통령 퇴임 시점에 그대로 적용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스타일'을 임기 내내 그리고 그 이후까지 고집했다.>



"대통령 리더십이 어때서?.. 언론 비판에 흔들릴 분 아니다"

아시아경제. 2013년 4월 7일 자.


불통 이미지·초등 선생님 같은 깨알지시 스타일 계속될까

큰 틀 제시 아닌 세부 지침 하달에 관료사회 경직화 우려

언론 비판 이어지면 "내 뜻 모르고 곡해한다 억울해할 것"



"억울하다고 생각하겠지. 언론도 문제가 있다고 여길 거야. 사실하고 다른 이야기를 자꾸 하니까. 언젠간 나의 진실을 (국민들이) 알아줄 거다. 그분은 그런 스타일이야."


불통 이미지에 대한 언론의 비판을 박근혜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를 지척에서 보좌하던 핵심 친박 의원의 말을 들어보면 박 대통령이 여론에 밀려 자신의 스타일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는 건 순진한 생각 같다.


지난달 27일 통일부ㆍ외교부 업무보고 자리. 박 대통령은 지시사항을 전달하기에 앞서 이렇게 말했다. "제가 첫째, 둘째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항상 그렇게 얘기를 한다고 어디 기사가 났는데 그렇게 말씀드리는 게 듣기도 편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첫째로.. 하하하..."


대통령이 번호를 매겨가며 지시사항을 내리고, 그것을 정신없이 받아 적는 관료들의 모습에 언론이 "지나친 디테일 리더십"이라 비판한 걸 두고 한 말이다. 언론들에게는 "내 방식에는 문제가 없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경고한 것인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의 이런 '세부 지침 하달' 스타일은 당대표 때나 당선인 시절 그리고 청와대 입성 후에도 변화가 없다. 대통령이 현안을 꼼꼼히 챙기고 지시사항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는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각 부처의 역할 범위까지 규정해주니 차후에 변명할 여지도 없다. 공무원 입장에선 몸은 바빠지지만 차라리 일하기 수월할 수도 있다.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니까.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경직된 공무원들을 더 얼어붙게 만들고, 자율성 없는 공직사회는 그저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할 것이라 우려한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국정의 큰 틀을 제시하고 세부 업무는 장관 등이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때때로 보이는 차갑고 다소 신경질적인 표정은 취임 초기 '냉철하며 안정적인' 이미지로 해석됐으나 시간이 갈수록 '불통' 이미지의 상징이 됐다. 사진=청와대


그러나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을 쉽게 바꿀 것 같지 않다. 대표적 친박계 인사인 모 의원은 "(언론이) 뭐라고 써도 그렇게는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 불통 이미지만 더 강해지지 않겠나"고 묻자 "언론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거야. 언론이 국민을 오도하는 면도 있지 않나"고 했다. 또 "그분에겐 원칙이 있어. 잘 모르겠으면 '법대로 하라', '원리 원칙대로 하라'는 거야. 결국 진실은 받아들여질 거란 거지. 그게 그분의 스타일이야"고도 했다.


그러는 동안 박 대통령은 담임선생님 같은 '깨알지시' 행보를 이어갔다. 5일 업무보고에서는 "감축목표관리제를 시행하라", "중고교 교육과정에서 법질서 교육이 중요한 만큼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하라"고 지시했다.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다가 더 잘 설명하려고 "영어에도 'Crime does not pay'라는 말이 있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게 되는구나, 이득이 될게 하나도 없구나…. 그러니깐 확실하게 손해를 본다는 반드시 그런 것은 처벌을 받는다는 것이 확립이 되면 수많은 잠재적인 범죄를 막을 수가 있다"고 '쉽게' 풀어 설명했고, 법무부·안전행정부 장관과 고위 공무원들은 그 말을 쉴틈 없이 받아 적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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