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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06. 2019

'김연아의 눈물' 그 의학적 수수께끼

인간의 행동 양식 그리고 신체 구조는 진화의 산물이다. 진화는 생존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행된다. 본능적 행동은 물론이고 다양한 욕망, 지향하는 목표 역시 모두 '생존'과 연결 지어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는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그렇지 않다기보다 왜 그런지 아직 모르는 것일 수 있다. '눈물을 흘리는' 행동도 그런 것 중 하나다. 당연히 의학자들은 그 비밀을 캐기 위해 노력했고 몇 가지 가설이 제시돼 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연기를 마친 후 눈물을 흘리는 김연아 선수.

환상적인 연기를 마친 김연아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 수만 가지 감정이 복합됐을 그 눈물의 의미를 우리는 마음으로 100%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잘 해석되지 않는 행동이다. 인간은 슬픔, 기쁨의 감정에 왜 눈물을 흘리는 것일까. 생존이나 생식과는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이런 '감정적 눈물'을, 찰스 다윈은 '목적 없는 분비'라 표현했다. 하지만 조금 다르게 보는 이들도 있다. 

◆감정적 눈물의 비밀을 캐다

눈물은 3가지로 나뉜다. '기초눈물', '반사성 눈물' 그리고 '감정적 눈물'이다. 기초눈물은 안구가 마르지 않게 해주는 일종의 '윤활유'다. 보통 하루에 0.6cc가 저절로 나온다. 반사성 눈물은 이물질을 배출하기 위해 흘리는 눈물 등을 말한다.

두 가지가 신체 보전, 질병 예방 등 기능을 수행하는 반면, 감정적 눈물의 목적은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특정 감정이 뇌에 전달되면 뇌는 눈물 분비를 명령한다.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이 생산돼 밖으로 흐른다. 이런 기전의 목적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은 프레이(Frey)의 가설이다. 스트레스로 유발된 독성물질을 신체가 밖으로 밀어내려는 시도라고 파악한다. 매우 잘 분석된 결과는 아니지만, 프레이에 따르면 감정적 눈물은 기타 눈물과 성분 차이가 있다. 특히 프로락틴이란 호르몬의 양에서 단서를 잡는다.

프로락틴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데 모유수유나 모성애를 비롯, 남성 성기능과도 연관돼 있다. 인간이 기쁨이나 슬픔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 프로락틴이 과잉 생산되고, 이를 원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눈물을 흘려 프로락틴을 배출시키려는 것'이 감정적 눈물의 기능이란 설명이다.

눈물을 흘린 후 심리적 안정감이 오는 것도 이런 과정의 산물로 해석될 수 있다. 프로락틴이 남성보다 여성에 많다는 이유에서 '여성이 더 잘 운다'는 차이점도 이해할 수 있다. 프레이는 "다윈의 '목적 없는 분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윈 스스로 보여줬듯 진화는 목적 없는 방향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눈물은 사회적 진화의 과정

또 하나의 흥미로운 연구는 비교적 최근 발표됐다. 눈물을 '생물학적 신호(biological signal)'로 보는 가설이다. 하손(Hasson) 등이 2009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감정적 눈물은 인간이 사회적 종으로 진화하면서 생긴 가장 '혁신적 발전' 중 하나다. 

눈물을 흘리게 되면 시야가 뿌옇게 되는데 이는 '나는 공격하지 않겠다'는 식의 '포기나 굴복'을 의미한다. 무장해제됐으니 나를 도와달라는 신호(signal)인 셈이다. 하손은 "감정적 눈물을 통해 인간은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두 가지 이론 모두 가설에 불과하다. 눈물의 의학적 분석을 시도한 보고서는 일관되게 "인간의 눈물은 여전히 수수께끼"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목적이 뭐든 중요한 건 '잘 울기'

많은 남성들이 자라면서 갖게 되는 '울면 안 돼 증후군'이 적절한 스트레스 해소를 가로막아, 심할 경우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정신과 전문의들은 "슬플 때 충분히 우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 공통적으로 조언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눈물이 적게 분비되면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게 안구건조증과 같은 질환이다. '기초눈물의 부족'을 의미하는 안구건조증은 방치할 경우 염증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눈이 뻑뻑한 느낌이 든다면 인공누액을 사용해 보충하고, 이마저 효과가 없다면 안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평소 실내 습도 조절에 힘쓰고 TV나 컴퓨터 사용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 

반대로 눈물이 지나치게 많은 것도 병이다. 일상에 불편을 줄 정도라면 비루관폐쇄증을 의심할 수 있다. 눈물이 지나가는 '길'이 막혀 생긴다. 중년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그렇다'며 지나치기 쉽지만 간단한 치료로 해결할 수 있으니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눈물길'이 좁아졌을 경우 실리콘 관을 삽입해 통로를 열어주는 간단한 수술로 해결한다. 반면 완전히 막혔다면 코뼈를 뚫어 새로운 길을 내주는 '코눈물주머니연결술'이 적용된다. 하루 정도 입원해 치료한다. 

자료 : 

Crying : The Mystery of Tears(William H. Frey)

Emotional Tears as Biological Signals(Oren Ha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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