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불꽃놀이

아파트에서 불꽃놀이를?

by 흰토끼


몇 년 전 일이다.


어느 평범한 주말 저녁,

나는 작은 방(이 방은 서재 및 창고로 활용되고 있었다)에서 한 때 유행했던 'Color therapy'를 하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열심히 해보기 위해 컬러링북 여러 개와 72색 색연필도 구비했으나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열어보지도 않는다.(항상 준비만 완벽하게 하지. 쯧.)

힐링을 위한 'Therapy'라지만 그 당시 난 72색이나 되는 색연필의 색을 선택하는 고민과 그림을 더 예쁘게 완성하고 싶은 욕심으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Therapy'가 또 다른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냥 손에 잡히는 색으로 아무 생각 없이 했으면 스트레스도 안 받았을 텐데 말이다.


어찌 되었건 그날 열심히 '색칠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등 뒤 거실 쪽에서 폭죽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불꽃놀이를 할 때 나는 소리 말이다.

작은 방 책상은 방 문을 들어가자마자 바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방문을 등지고 책상에 앉아 있었고, 방문을 나가면 바로 거실과 거실 창이 나온다.


나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웬 불꽃놀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우리 집이 놀이터를 바로 마주하고 있으니 어린아이들이 폭죽을 터뜨리며 불꽃놀이를 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그러려니 하며 계속 내 작업에 집중했다. 쓱싹쓱싹.



그러나 소리는 계속 들려왔고, 나름 불꽃놀이 구경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 거실로 나가봤다.

거실 창의 커튼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는데, 아니! 불꽃은커녕 컴컴하니 아무도 없지 않은가?

"이상하다? 이쪽 방향이 아닌가?"


다시 남은 나의 작업을 하기 위해 작은 방을 향해 몸을 돌렸고, 그때 거실 소파에서 냠냠 잘 자는 남편을 힐끔 보았다.

'이렇게 폭죽 터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데 맛있게 잘도 자는군!'이라고 생각하며, 내심 무아지경 꿀잠 자는 그 모습이 귀여워 보이기도 했다.



어느 정도 컬러 결정이 끝난 나의 색칠 작업은 가속도가 붙었고, 열심히 집중하고 있을 때쯤 또 소리가 들렸다. 슈우욱~! 펑!

'이번엔 꼭 보고야 말겠어!


재빨리 달려 나가 거실 창 밖을 바라봤다.

그런데 여전히 컴컴한 것이 아닌가?

"이상하다? 분명히 소리가 들렸는데?"

바로 그때, 또다시 소리가 들려왔다.

'푸 슈우욱~! 펑! 펑!'

"어디지? 어디지?" 두리번두리번.


잠시 후 나는 소리가 나는 방향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소리는 창 밖이 아닌 집안에서 들리고 있었고, 그 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소파에서 쿨쿨 자고 있던 남편의 코에서 나는 소리였다.


'이럴 수가!'

자면서도 생생하게 서라운드 불꽃놀이 사운드를 생성해 나를 깜빡 속이는 이 놀랍고도 괘씸한 능력이란!


나는 아직도 가끔 그때의 일을 회자하며 남편을 놀리곤 한다. 남편은 극구 부인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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