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의 입사는 제 실력이 아니었나 봐요.
기운 빠지는 이야기이지만, 현실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재작년에 제가 마흔 살에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지역으로의 이사 때문에 퇴사를 한 상태이고요.
당시 제가 입사했던 회사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연구소였어요. 입사지원서를 쓸 때 집이 가까워서 갑작스러운 일이 있을 때 연구소로 바로 달려갈 수 있다는 장점을 쓰기는 했지만 말이지요. 설마 집이 가깝다고만 사람을 쓰겠어요.
남편이 15년 경력단절인 아줌마를 누가 쓰냐고, 집 가까워서 뽑아준 거라고 놀리기는 했었습니다. 장난스레 하는 남편의 말이 가슴속에 콕 박혀서 속은 상했지만, 스스로 위안하고 있었습니다. '설마, 집만 가깝다고 나를 뽑아겠어.'라는 생각으로요.
그런데 정말이었나 봐요.
연구소에서 실험을 하는 일이니, 15년 동안 손도 굳고, 머리도 굳은 아줌마를 굳이 채용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정말 집과 회사가 가까워서 뽑아줬었나 봅니다.
최근 다른 연구소에 지원서를 넣어보았습니다. 3군데 밖에 넣어보지는 않았지만, 면접 보러 오라고 전화 오는 곳이 없습니다. 당연한 거겠지요. 갓 졸업한 대학원생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한테 까지 차례가 올까 싶습니다.
마흔 살에 연구소에 취직했다고 쓸데없이 자존감만 높아졌었나 봐요. 그래봐야 경력단절 15년 연구원인데 말이지요. 그래도 일은 참 잘하는 아줌마였습니다. 마흔 살에 입사했지만, 선임 연구원들한테 칭찬 많이 받았었어요. 그런데 다 필요 없더라고요. 새로운 회사에 입사하려고 보니, 제가 기존 연구소에서 일을 잘했냐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객관적으로 잘 보이는 제 나이와 경력단절이 큰 걸림돌이 되는 게 현실입니다.
집 가까워서 뽑혔다는 말이 참 듣기 싫었는데 말이에요. 나는 내 능력으로 당당히 뽑힌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집 가까워서 뽑혔었나 봅니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한 채로 마냥 우울한 건 아니에요. 신세한탄하려고 하는 것도 더더욱 아니고요.
그냥 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참 쓰릴 뿐입니다.
마흔 살의 신입사원이 참 뿌듯했지만, 회사와 집이 가까운 마흔 살의 신입사원이었던 거지요.
저에 대한 객관화가 되었으니, 이제 저에게 맞는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월급을 적게 받고, 일이 조금 더 힘들더라도 눈높이를 낮춘 직장에 지원을 하던지.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집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찾던지. 이것저것 시작해 봐야겠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