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습니다.
4월만 돼도 볼 수 없는 풍경이에요.
아빠 양복을 입은 것처럼 커다란 교복을 입고, 뚝딱뚝딱 걷는 남학생이요.
여학생은 야무져서 인지 중학교 신입생들도 빠릿빠릿해 보이고 그냥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유독 남학생들한테서 뚝딱이 같은 모습을 종종 보게 됩니다. 초등학교에서 6년이나 메고 다닌 가방인데도, 처음 메고 다니는 것처럼 가방이 어색해 보입니다. 교과서는 모두 넣어놨는지 빵빵한 가방을 메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립니다. 분명히 초등학교에서 제일 큰 형아였는데, 갑자기 막둥이 분위기를 마구 뿜어냅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바싹 긴장한 표정이에요. 옆에 3학년 형아들이라도 지나가면 바싹 긴장한 채로 옆으로 비키기까지 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철부지 송아지처럼 마구 돌아다녔는데 말이죠.
저희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엄마인 저도 긴장을 해서인지 잘 몰랐던 풍경이에요. 우리 아이가 아닌 다른 집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니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이는지 아침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아침마다 만나는 중학교 신입생의 모습은 신기할 뿐이에요. 작년까지만 해도 말년 병장 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초등학교를 다니던 6학년이었는데, 오늘은 커다란 교복을 정갈하게 입고 바싹 긴장한 채 중학교로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살며시 웃음이 나왔어요.
그런데 또 희한한 게 말이죠. 요런 모습이 한 달만 지나면 금세 없어집니다. 키가 한 달 만에 크기라도 하는지, 아빠 양복 같은 교복이 딱 맞아버리더라고요. 가방은 홀쭉해지고, 목 끝까지 채우던 셔츠는 단추가 몇 개 풀리게 되고요. 곧 있으면 교복도 안 입고 체육복만 입고 학교에 다니겠지요.
안타까운 건 동그랗게 뜨던 눈빛이 점점 사나워지는 거예요. 누가 건들기라도 하면 가만 안 놔두겠다는 아우라를 폴폴 풍기며 중2병 특유의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점점 바뀝니다. 동네에서 자주 보는 중3 남학생도 초등학교 때는 안 그랬습니다. 그렇게도 서글서글했던 눈매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 한 달 뒤부터 서서히 사나워지더니, 아직도 중2병의 눈빛이 그대로입니다. 그래도 귀엽습니다.
우리 집 아들의 중2병 눈빛은 속이 터졌었는데, 다른 집 아들의 사춘기 눈빛은 귀엽기만 합니다. 언제 예전의 서글한 눈빛으로 돌아오나 찬찬히 기다릴 뿐이죠.
오늘도 아기같이 귀여운 중학교 신입생들을 많이 봤습니다. 아직은 3월 초라서 그런지 귀여운 모습들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곧 없어질 모습이니, 혹시라도 못 보신 분들은 주위를 한번 살펴보세요. 한 뼘은 큰 교복을 입고 어색하게 뚝딱 거리며 등하교하는 중학생이 보이실 거예요. 그 아이가 바로 아기같이 귀여운, 3월에만 잠깐 볼 수 있는 중학교 신입생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