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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Mar 06. 2024

지랄 총량의 법칙


 질량 보존의 법칙 기억하시나요?

 오래전에 어디선가 배웠던 그 과학 법칙이요.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반응 전 물질의 총 질량과 반응 후 생성 된 물질의 총 질량은 같다.'라는 법칙인데요. '그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총 질량은 변함이 없다.'라는 질량 보존의 법칙입니다.


 그런데 이런 질량 보존의 법칙이 과학이 아닌 집 안에서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랄 총량의 법칙으로요.

 '지랄'은 '마구 법석을 떨며 분별없이 하는 행동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국어사전에 나옵니다. 네, 한 집안에서 말썽으로 인해 골치 아픈 일의 총량은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입니다.


 저는 고등학생,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이 셋 있습니다. 아들 같은 아들들과 아들 같은 딸이 있지요. 셋다 예쁘기도 하지만, 가끔 속이 상할 때도 있습니다.

 첫 째가 하도 속을 썩입니다. 그럴 때는 둘째랑 셋째가 그렇게도 착해요.

 그러다가 첫 째가 정신을 차리면. 이제는 둘째가 말썽입니다. 

 어떨 때는 셋 다 찔끔찔끔씩 똑같이 속을 썩이기도 하고요.

 아이들 셋이 모두 사랑스러울 때는 남편이 속상하게 합니다. 


 "우리 큰 아들 이번에 서울대 들어갔어~" 

 이런 자랑을 하는 부모의 막내아들은 오토바이를 탄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습니다. 

 

 맞아요. 어느 집이나 다 똑같습니다.

 재벌집이든, 옆집이든, 앞집이든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습니다.


 가끔 소파에 앉아 가만히 있다 보면, '왜 우리 집만 이렇게 힘들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 때가 있습니다. 창문 밖에 지나가는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거든요. 나만 이렇게 속이 상하고요. 

 하지만 '지랄 총량의 법칙'이라고 하잖아요. 모든 존재가 다 돌아가면서 속을 썩이는 게 아니고요. 딱 우리 집에 정해진 '지랄'이 존재해서 그 양을 채워야 해서, 돌아가며 일이 생기는 것처럼 느끼는 거예요. 사실은 딱 고만큼만 힘든 거예요. 힘든 게 더 큰 것도 아니고, 작은 것도 아니고요. 내가 느낄 때만 모든 존재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처럼 느낄 뿐이지요. 


 어느 집이나 딱 한 컵만큼의 복이 있고, 한 컵만큼의 힘듦이 있다고 합니다. 행복하기만 한 집은 없고요. 슬프기만 한 집도 없습니다. 다 똑같아요. 희노애락이 모두 공존해야 삶다운 인생이 이루어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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