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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Aug 31. 2023

술 말고 밥을 드세요.


 마음이 심란하거나 힘이 들 때면 술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슬퍼서 술을 마시고, 즐거워서 술을 마신다고 하잖아요. 사실 저는 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직 세상의 쓴맛을 모르는 어린 입맛을 갖고 있어서 그런가봐요.  술이 맛이 없어요. 이런 쓴 물을 왜 마시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TV를 틀면 힘들다고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고, 제 주변의 사람도 힘들 때마다 술을 마시더라고요.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술을 한두 잔 해야하는 상황은 있었지만,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의 문화는 아니었습니다. 분위기만 맞추느라 술잔에 입맛 대는 정도였지요. 그래서 자의로든 타의로든 술을 취할 정도로 마셔본 적이 없습니다. 


 마음이 답답하던 어느날 도대체 술이 뭐길래 왜 저렇게 마시나 궁금해지더라고요. 술을 싫어하고 술도 많이 먹어보지 못했던 제가 어느날 술을 찾았습니다. 가슴의 돌덩이가 술을 마시면 사르르 녹아 없어지나 궁금하더라고요. 마침 그날따라 냉장고에 소주 한 병이 있었습니다. 혼자서 집안 청소를 하다 말고, 불현듯 소주를 집어 들어 물컵에 한 잔 가득 따랐습니다. 그러고선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가슴 안에 있던 돌덩이가 술과 함께 없어졌을까요? 아니요. 잘 모르겠더라고요. 술도 안 취하고. 가슴의 돌덩이는 더 단단해졌고. 괜히 속만 쓰렸습니다. 인생을 아직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지금도 술을 왜 마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술이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속만 쓰렸지요. 


 마음이 복잡해질 때마다 나타나는 몸의 증상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술이 생각나는 사람이 있고, 잠을 못 이루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잠만 자는 사람이 있고, 다 각지각색일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마음이 복잡하면 제일 먼저 입맛이 없어집니다. 삼시 세끼 꼭 먹어야 하고 아침부터 삼겹살을 먹는 사람인데도, 마음이 복잡해지면 입맛이 뚝 떨어집니다.  하루 종일 굶어도 배가 고프질 않아요. 먹을 게 생각나지도 않고요. 몸무게가 한 달 사이에 5kg이 빠질 정도로 입맛이 없던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제 몸만 망가져 있더라고요. 


 마음이 안 좋다고 건강마저 안 좋아지면 안 되잖아요. 지킬 수 있다면 마음과 건강을 둘 다 지키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 하나라도 건사해야지 다시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아프다고 몸의 건강까지 손 놓고 되는대로 놔두지 말아 주세요. 억지로라도 밥을 먹어주세요. 밥이 아니라도 먹는 거면 뭐라도 꼭꼭 씹어 조금이라도 먹어주세요. 돌덩이를 씹는 기분이고, 헛구역질이 나더라도요. 꼭꼭 씹어서 한 숟가락이라도 먹어주세요. 다음 날은 두 숟가락. 또 다음 날은 세 숟가락. 이렇게라도 먹어야지 마음을 나을 수 있게 도와줄 힘이 조금이라도 생깁니다. 


 4주 동안 두 다리를 반깁스 하고 생활했던 적이 있습니다. 생전 처음 정형외과란 곳을 갔습니다. 그동안 격하게 움직이질 않아 다친 적이 없어 몰랐는데, 알고 보니 제 발목에 인대가 거의 없다고 하시네요. 그래서 많이 걸으면 다른 사람보다 발목에 무리가 더 간다고요. 지난달에 안 하던 등산을 억지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평소보다 많이 걸었는데, 그게 무리가 갔었나 봐요. 발목에 염증이 생기고 물이 차서 발이 코끼리 발처럼 부었습니다.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많이 아픈 것도 아닌데, 지난 4주 동안 반깁스를 했다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즐거운 컨디션이었는데도, 두 발이 불편해서 자유롭게 움직이질 못하니 덩달아 기분도 다운되는 걸 느꼈습니다.


  좋은 기분일 때도 몸이 불편하면 울적해지는데, 가뜩이나 마음도 아픈데 건강까지 안 좋다면  얼마나 더 힘들어지겠어요. 그러니까 우리 심적으로 힘들 때일수록 더 몸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해 봐요. 음식이 돌덩이 같더라도 꼭꼭 씹어 억지로라도 먹어주세요. 삼시세끼 다 챙겨 먹으면 더 좋고요. 신체적으로 건강해야 심란한 마음이 얼른 괜찮아질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요. 몸도 아프고 마음도 힘들 때보다는, 건강한 몸일 때 마음이 힘들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더 생기니까 말이에요. 술 말고 밥 한 숟가락 먹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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