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울적할 때는 밖에 나가 햇빛 쬐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우울할 때는 집에만 있지 말고 무조건 밖에 나가라고 하더라고요. 혹은 친구를 만나 편하게 수다를 떨래요. 아니면 사람이 북적이는 시장 같은 곳을 찾아가라는 조언도 많이 들었습니다. 새벽 시장이 제일 활기차다고 이른 새벽에 시장을 나가보래요. 흠... 집 밖과 친구라...
집 밖에 나가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사람한테 기가 빨려 더 피곤해지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저는 깊은 관계의 친구가 없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활력을 얻기보다는 오히려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을 받아서요. 사람을 만날 때 저만의 벽을 세워 관계가 더 가까워지는 걸 막아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느게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냥 이런 사회생활이 편합니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을 나누면 배가 된다는 말을 믿지 않거든요. 슬픔을 나누면 온 세상이 다 알게 되고, 기쁨을 나누면 시기와 질투를 받게 된다는 말에 더 공감합니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답이 없습니다. 사람들로부터 활기를 얻는 분들도 계시고, 저같이 타인으로부터 에너지를 뺏기는 사람도 있는 거니까요. 누구의 삶이 잘못되었고 누가 더 잘 사는 삶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나와 맞는 상황에서 조금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 게 중요하니까요. 진정한 친구가 있는 분들은 복 받으신 거예요. 친구와 가벼운 대화를 하더라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테니까요.
하지만 저같이 친구도 없고, 사람이 많은 장소를 싫어하는 사람은 어쩌나요. 활기찬 새벽 시장에서 사람에게 치여 오히려 기를 다 빨리고 오는 저 같은 사람이요. 어느 날은 기분을 환기시켜 줄 여러 방법을 찾아보다가 햇빛을 택해보았습니다. 사람은 없고 햇빛만 있는 바깥 공간도 있으니까요.
물론 집 안에도 햇빛은 들어옵니다. 하지만 집 안의 햇빛과 밖의 햇빛은 다르더라고요. 사람을 싫어하는 저는 밖에 나가는 것도 참 싫어합니다. 집은 세상에서 제일 편한 나만의 공간이거든요. 그런데 이런 나만의 공간이 침해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집 안의 내 공간마저도 불편한 공기를 느끼게 할 때 말이에요. 이런 날 눈 딱 감고 밖을 나가보았습니다. 최대한 사람이 적은 한적한 공원을 찾아서 가보았습니다. 밖으로 나가야지 마음먹은 날이 하필이면 양쪽 발을 다 반깁스 한 상태였는데도 말이지요. 오죽 살고 싶었으면 쩔뚝거리는 불편한 두 발로 좋아하는 집이 아닌 싫어하는 집 밖을 택했을까요. 쩔뚝거리는 아픈 발을 이끌고 힘들게 나가보았는데, 결과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니 좋았어요.
사람 없는 공원을 30분 정도 걸었을 거예요. 아마 다리가 아프지 않았다면 더 걸었을 거예요. 우선 공기가 달랐습니다. 희한하지요. 다 같은 공기인데, 집 안의 공기와 공원의 공기가 달랐습니다. 밖에서 걸을수록 가슴의 돌덩이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환한 햇빛이 저를 위로해 주는 기분마저 들었습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들마저도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아직 살만한 세상이라는 새삼스러운 생각도 들었고요.
산책은 꽤 괜찮았습니다. 산책의 뜻이 뭔지 아세요? 저도 궁금해서 국어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산책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고 합니다. '휴식과 건강을 위한' 일이라고 합니다.
'햇빛을 쬐세요, 친구를 만나세요, 북적이는 시장을 가세요.' 이런 식으로 무언가 특별한 목적을 두지 말고, 그냥 밖으로 나가보세요. 너무 힘이 들 때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더라고요. 각자의 성향에 맞게 밖에 나가서 친구를 만나도 좋고, 저같이 사람을 싫어하는 성격은 사람 없는 한적한 장소를 찾아 그냥 거닐기만 해도 좋고요. 숨통이 틔일 거예요. 외출복을 입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보세요. 조금은 나아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