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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Sep 22. 2022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아무런 원인 없이 모든 일상이 힘겨워지고 힘에 부칠 때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웃고 넘길 일들이 큰 상처로 돌아오고, 항상 하던 일상의 일들이 너무 힘들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슬럼프라고도 하고 우울증이라고도 부릅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정도를 넘어서서 마음이 너무 아파 힘들 때는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으면 좋아진다고들 말합니다. 가벼운 감기와 같은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가벼운 감기일까요?


 감기가 걸렸을 때를 생각해 봤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감기가 걸렸다고 바로 병원을 가진 않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면서 잠을 더 많이 자곤 합니다. 그래도 힘들 경우에는 약국에 가서 감기약을 사서 먹고요. 그래도 괜찮아지지 않을 때 제일 마지막으로 병원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웬만해서는 병원에 가기 전에 감기가 다 나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잠만 자면서 충분한 휴식을 가졌을 때 감기가 다 나았어요.


 그렇다면 가벼운 감기 같다는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병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감기는 아니잖아요. 사람마다 다가오는 고통의 깊이도 다르고요.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걸까요?


 네, 안 해도 괜찮습니다. 큰 일이야 나겠어요.  안 하면 뭐 어때요. 하기 싫을 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 봐요. 하루 종일 잠만 자도 되고, 잠도 자기 싫으면 그냥 멍하니 있어도 봐야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도 삶에 큰 지장이 없다면 잠시 쉼을 갖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억지로 하려고 하다 보면 내가 더 아파지니까요. 몸이 아플 때 푹 쉬는 것처럼, 마음이 아플 때도 푹 쉬어줘야지요. 쉼이 있어야 다음으로 나갈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정말 사소하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 같은 경우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다 보니까, 사소하지만 꼭 해야 할 일들이 있었습니다. 저만 바라보는 아이의 밥을 차려주고 설거지를 하는 일들이요. 정말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제가 밥을 안 차리고 설거지를 안 한다면 우리 아이들은 밥을 굶게 되잖아요. 배달 음식도 하루 이틀이지요. 며칠 안에 마음의 병이 낫는다면 상관없지만, 간혹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병이 몇 달 동안 장기간 계속될 때는 사소한 밥 차리기 설거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해야 했어요. 손 하나 까딱하기 싫을 정도로 마음이 아플 때인데 말이지요.


 쉬고 싶지만 무조건 해야 할 일이 있을 때에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피할 수 없다면 담담히 맞서야지요.  큰 숨 한 번 쉬고, 그냥 묵묵히 할 일을 했습니다. 대신 천천히. 아주 천천히요. 다른 생각은 안 하고 하는 일에만 집중하며 할 일을 했습니다. 밥그릇 하나 닦을 때에도 수세미에 퐁퐁을 묻히는 사소한 과정도 천천히 집중하며 제 손짓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일을 했습니다. 내가 손을 놓아버리면 타인의 삶에 큰 아픔이 올 수 있는 기본적인 일들은 해야 하니까요. 대신 다른 일들은 모두 손을 놓고 쉬어보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기준을 세워서 꼭 해야 할 일 3가지만 또는 1가지만 골라서 그 일만 찬찬히 하고 나머지 일은 잠시 쉬어두었습니다. 저는 이렇게만 해도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습니다.


 쉬어도 되는 일은 과감히 포기하고 손을 놓고 푹 쉬세요. 쉬어도 괜찮습니다.


 꼭 해야만 하는 일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 일에만 온전히 집중해서 해보세요. 다른 생각은 다 접어놓고, 하는 일에만 온 정신을 집중해서 수양하듯이 일을 해보세요.


 그러면 삶이 삐걱거릴지언정 굴러는 갑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원래의 생활도 자연스레 제자리를 찾게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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