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핸드폰을 갖게 되었습니다. 스마트폰에 부정적인 견해가 있는 부모의 입장이라서 큰 아이에게는 느지막이 스마트폰을 주었지만, 막내는 맞벌이라는 핑계로 초등학교 1학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연락을 편하게 하기 위해 카카오톡 앱도 깔아주었고요.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스마트폰의 사용법은 알려주지 않아도 혼자 잘 알아서 사용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 심심할 때마다 카톡에 있는 친구들의 프로필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 엄마, ㅇㅇ는 예쁜 바닷가 갔다 왔나 봐. 우리도 가자."
" 엄마, ㅇㅇ는 이런 식당에서 맛있는 거 먹었나 봐. 우리도 가자."
" ㅇㅇ랑 내가 더 친한데, 둘이서 파자마 파티를 했네. 재밌었겠다."
SNS를 보며 느끼게 되는 날것의 감정을 8살 꼬맹이도 똑같이 느꼈나 봅니다.
SNS를 보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입니다. 예쁘고 멋있는 사람이 많고요. 돈도 많아 보입니다. 비싼 물건을 매일 구매하는 것 같아요. 돈이 많이 드는 비행기 여행도 자주 다니고요.
SNS를 훑어보다가 저의 삶을 돌아보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외모, 지위, 부, 명예. 모든 것이 다 저에게는 부족해 보이거든요. 하다못해 주관적인 행복감마저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어쩜 그렇게 다들 행복하고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지. 저는 웃을 힘도 나지 않는데 말이지요.
희한하지요. 제가 행복하고 에너지 넘칠 때는 다른 사람의 SNS를 둘러볼 생각이 나지 않아요. 내 삶을 즐기기도 바쁘거든요. 그런데 힘들고 우울할 때는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인생을 보고 싶은지. 평소에는 멀리하던 SNS를 굳이 찾아서 훑어보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합니다.
평소의 저는 SNS에 무감한 편이에요. 유행에도 무감하고 내 이야기를 타인과 공유하는 걸 즐기는 성격도 아니고요. 모든 것에 무감한 성격 덕분에 SNS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을 덜 느끼고 생활합니다. 아예 느끼지 못하기도 하고요. 신경을 안 썼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이런 저인데도 우울할 때는 다른 사람의 삶을 엿보게 됩니다. 이럴 때 타인의 삶을 보고 힘을 얻으면 좋은데, SNS를 통한 타인의 삶은 저를 더 우울하게 만들더라고요. 나 빼고 다 잘 났고, 나만 못난이임을 한번 더 확인하게 되어서 속상해집니다.
SNS는 인생의 낭비다. SNS의 행복은 가짜 행복이다. 힘든 삶 속에서 아주 잠깐 행복했던 찰나를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가는 거다. 주위에서는 여러 말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우울할 때는 다 필요 없는 말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는 평소에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사소한 일 하나에 가슴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하잖아요. 유리처럼 금세 깨질 것 같은 마음 상태일 때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보고 느끼게 되며 상처를 받게 되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우리 SNS와 조금 거리를 두는 건 어떨까요.
타인의 예쁜 삶을 보며 '예쁘게 잘 사네.'라고 할 때는 상관이 없어요. 하지만 타인의 멋진 삶을 보면서 모난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쟤는 저렇게 많이 먹으면서 살이 안 찌네. 저 물건 비싸서 못 사던 건데 쟤는 여러 개 갖고 있네. 쟤는 뭔 복을 받아서 저런 곳을 갈 수가 있지. 이런 못난 생각이 들 때는 그냥 SNS를 꺼주세요. 방법이 없어요. 내 마음에 병이 났는데, 무슨 말이 들리겠어요. 그냥 안 보고 신경 끄는 게 그나마 내 마음이 편한 것 같더라고요.
한참 해맑을 나이인 8살 꼬맹이도 SNS의 다른 친구들의 삶을 보면서 입을 삐죽일 때가 있는데, 알 것 다 아는 우리는 오죽하겠어요. 거기다 마음까지 우울한 상태일 때는 SNS로부터 더 안 좋은 감정을 받게 될 거예요. 좋은 것만 보고 좋은 느낌만 받아도 아까운 인생이잖아요. SNS가 나에게 모난 감정을 느끼게 한다면, 그때는 바로 멀리해 주세요. 지금의 나의 삶도 충분히 멋진 삶이니까요. 괜히 남하고 비교하지 말아 주세요. 충분히 예쁘고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