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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Oct 19. 2023

나는 나입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에요.


 '비교'라는 것은 인생을 멋지게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비참하게 만들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중학교 2학년. 사춘기의 정점에 달한 아들 녀석이 어느 날 울부짖었습니다.

  '나는 왜 아이폰을 안 사줘요? 친구 엄마는 사달라는 거 다 사주던데. 돈이 없어요?' 

  '나를 왜 이렇게 못생기게 태어나게 했어요? 요즘은 외모가 경쟁력이에요. 나는 이미 경쟁에서 뒤처졌어요.' 


 아들 녀석은 나름 심각해서 눈물을 글썽이며 저한테 이야기하는데요.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키운 자식인데, 어떻게 이런 사고방식을 가질 수 있나 싶어서요. 사춘기 아들과 대화를 해보았지만, 아들의 귀에 엄마의 말은 전혀 닿지를 않나 봅니다. 잠시 아들 눈에 보였던 표면적인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른의 눈에는 이런 표면적인 것들이 어떻게 비치나 말이에요.


 어른들도 중학교 2학년 사춘기 학생과 같은 생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다만 그 생각을 내가 어떻게 소화하고 받아들이냐의 차이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뿐이고요.


 나는 없어요. 그런데 친구는 갖고 있어요. 다들 갖고 있는 명품이 나만 없습니다. 왜 나만 궁상맞게 사는 것 같죠?

 

 나만 못생긴 것 같아요. 다들 날씬하고 몸매도 좋고, 근육질이에요. 얼굴도 잘생기고 예쁩니다. 왜 나만 못난이 같은 걸까요?


 누구나 한 번쯤은 느껴봤을 법한 생각입니다. 다만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별 거 아닌 생각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커다란 걸림돌이 된다고 느낄 수도 있고요.

  

 멋지고 돈 많은 성공한 타인의 삶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타인의 삶을 보면서 자극을 받고 나도 열심히 운동해야겠다. 목표를 수정해서 열심히 일하고 돈도 많이 벌어야겠다. 이런 생산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습니다.

 반면에, 나는 왜 이렇게 못났지? 나는 애초부터 될 수가 없는 거야. 나만 불행해. 나만 출발선이 늦어져서 할 수 있는 게 없어.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저는 타인의 삶을 통한 긍정적인 생각도, 부정적인 생각도 다 필요치 않다고 생각해요. 타인의 삶은 그저 그들만의 삶입니다. 그들의 삶과 비교한 나의 삶이 틀린 건 아니잖아요. 단지 다를 뿐입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

 빨간색이 파란색을 보고 부러워한다고 파란색이 될 수 없어요. 반대로 파란색이 빨간색을 부러워한다고 빨간색이 될 수도 없고요.

 그냥 나에게만 집중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삶이니까요.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들도 서로 제각각인데요. 하물며 생판 남인 사람들이 어떻게 같은 성향과 비슷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겠어요. 비교 자체가 안 되는걸요. 

 

 성공이나 부에 대한 자기만족은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A는 떡볶이만 먹어도 행복했어요. 그런데 옆에 있는 B가 한우 스테이크를 먹으면서 자랑을 해요. 그때부터 떡볶이를 먹는 A는 갑자기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맛있었던 떡볶이가 갑자기 맛이 없어지고 한우 스테이크를 매일 먹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런데 A가 부러워하는 B는 한우 스테이크가 별로예요. 송로버섯과 캐비아를 매일 먹는 C를 보며 부러워합니다. 스테이크 밖에 못 먹는 자신이 너무 한심해 보여요. 송로버섯을 아직 못 먹어 봤거든요. 

 반면에 C는 매일 송로버섯과 캐비아를 먹으면서도 불행하다고 느껴요. 옆에 있는 D는 사업이 너무 잘 돼서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명예도 얻었거든요.

 그렇다면 D는 행복할까요? 아니에요. D도 모든 게 다 부족하고 불행하다고 느껴요. 조금만 더 높이 올라가면 E처럼 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끝도 없죠?  너무 비약한 예를 들었지만, 삶에서 만족을 느끼는 것은 순전히 상대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이에요. A의 삶을 살아도 행복할 수 있고, D의 삶을 살아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A든 D든 다 불행할 수도 있어요. 정확한 수치로 얼마 이상은 행복한 삶이라는 절대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에요. 


 아들은 저보고 고지식하데요. 말이 안 통한다고 하고요. 그래도 어떻게 해요. 행복은 순전히 자기만족인 걸요. 아이폰은 학생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라고 서로 협의를 잘 봐서, 고등학교 졸업 후에 아이폰을 사용하기로 했고요. 저는 아무리 봐도 저희 아들이 너무 잘생겼는데 말이죠. 엄마니까 자식이 잘생겨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짜증 내는 아들에게 매일 '잘생긴 우리 아들'이라고 이야기해 줍니다. 


 비교로 인한 불안과 불행은 사춘기 청소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냥 비교를 안 하면 안 될까요? 타인의 삶을 담담하게 바라만 봐줄 수 있는 평온한 마음을 기르고요. 


 나는 나일 뿐입니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소중한 나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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