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매일 똑같은 삶을 살면서. 뭐 특별한 것이 있는 것 마냥 그러니? 별 것도 없으면서."
제일 친한 사람에게서 들은 말입니다. 상처가 크게 되는 말이었어요. 화를 잘 못 내는 성격 탓에 속에서는 불이 났지만 겉으로는 표현을 크게 못했습니다. 그냥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러게......'하고 말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니,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할 걸 그랬나 봐요. 지금도 속상한 거 보니까요.
남이 볼 때는 매일 똑같은 삶이어도, 오늘 하루를 사느라 수고한 나 자신이 기특했는데 말이죠. 귀한 내 하루를 폄하한 그 사람이 미웠습니다. 단 하루도 무너트리지 않기 위해 애를 썼고, 그 하루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살았으니까요.
누구나 다 같을 거예요. 평범한 일상이 지루해지면 특별한 일이 일어나길 기다릴 때도 있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을 때는 평범한 일상마저도 간절히 원할 때도 있고요.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이 넌더리 날 때도 있고, 다람쥐 쳇바퀴라도 굴렀으면 할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내가 지금 둘 중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내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상관없이, 나의 삶은 멋지게 굴러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쳇바퀴 같은 반복적인 삶도 훌륭한 삶이고요, 챗바퀴가 돌아가지 않아 멈춰버린 삶도 멋진 삶입니다. 챗바퀴를 머리에 이고 사는 삶도 멋진 삶이에요. 어떤 인생을 감히 좋다 나쁘다로 구분 지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가끔은 내 삶이 비참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모든 삶이 멋지다고 하더라도요. 다람쥐가 쳇바퀴 안에서 계속 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보면 힘들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그 다람쥐의 모습이 나와 똑같아 보이기도 하고요. 다람쥐와 비슷한 나의 인생이 고달프고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당연한 감정입니다. 모든 삶이 멋지더라도 내가 힘들면 힘든 거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힘들다고 느낄 때는 잠깐 달리기를 멈추면 되죠. 쳇바퀴를 멈추고 잠시 앉아 다른 곳을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나의 삶이니까 내 맘대로 할 수 있잖아요. 쳇바퀴를 다른 쳇바퀴로 바꿔도 됩니다. 아예 쳇바퀴의 고정나사를 풀러 세상 밖으로 나가도 됩니다. 세상 밖을 굴러다니는 쳇바퀴를 돌려보는 거예요. 이도저도 싫으면 그냥 쳇바퀴에서 내려와도 됩니다. 그냥 쉬면 되죠. 쳇바퀴를 움직일 힘이 생길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면 되는 거예요. 가만히 쉬다가 쳇바퀴를 돌리고 싶을 때 아주 작은 쳇바퀴를 골라서 돌리기 시작하면 됩니다. 하나씩 천천히 하면 되는 거예요. 아주 작은 쳇바퀴를 돌릴 수 있게 되면, 다음번에는 조금 더 큰 쳇바퀴로 바꿔서 돌리면 되고요. 다 싫을 때는 쳇바퀴 자체를 던져버려도 됩니다. 내 삶이니까요. 내 마음대로 해도 돼요.
내 인생입니다. 그들이 뭘 알겠어요. 내 쳇바퀴 갖고 뭐라고 하는 다른 사람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내 삶을 귀중히 여기고, 내가 원하는 데로 내 인생을 이끌면 됩니다. 그거면 다 된 거예요. 오늘 하루 사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