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화 Sep 26. 2023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뭐가 제일 맛있고, 어떤 음악이 제일 좋아요?'


 어느 날 아이가 물어봅니다. 엄마에 대해 조사하는 학교 숙제랍니다. 그러면서 저에 대해 여러 가지 질문을 합니다. 내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면 되는데, 이상하리만큼 대답하기 어려웠습니다. 분명 나에 대한 이야기인데 말이죠. 어려운 질문도 없었어요. 매일 먹는 음식이고, 매일 듣는 음악인데. 그중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을 답하기만 하면 되는데 머뭇거렸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게 뭐였더라......?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분명히 있었던 것 같은데, 답하기가 애매한 질문이었어요.


 대답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분명히 확실한 호불호가 있었어요. 칼국수를 제일 좋아했고요. 콩국수를 제일 싫어했습니다. 힙합과 락 음악을 정말 좋아했고요. 발라드와 트로트를 너무 싫어했어요. 분명히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지금은 칼국수는 있으면 먹고, 콩국수도 그냥 있으면 먹습니다. 힙합과 락음악도 듣긴 듣지만 좋다면서 찾아 듣진 않고요. 발라드와 트로트도 옛날처럼 음악 소리가 들리자마자 볼륨을 줄일 정도는 아닙니다.


 사람의 취향이 변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요. 불현듯 좋아하는 것과 하고 싶은 일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년 여름마다 송도에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2006년에 1회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시작 됐어요. 17년이나 흘렀네요. 1회부터 10회까지는 매 여름마다 락 페스티벌에 가고 싶어 했어요. 같이 갈 사람이 없어 혼자 가기 쑥스럽다는 이유로 안 갔습니다. 결혼식 준비 때문에 안 갔어요. 아이들이 태어나서 안 갔어요. 몇 년을 여러 이유를 들며 참여를 못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가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지 않더라고요. 이제는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열리는지도 모르고 생활합니다. 결국엔 하고 싶은 걸 못하고 흥미를 잃었습니다. 정말 가고 싶다고 느낄 때 가볼 걸 그랬어요.


 캠핑카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고 싶었어요. 잠깐만의 여행이 아닌 몇 년 동안의 긴 여행을요. 그런데 이제는 싫어졌어요. 지금은 캠핑카 타고 다니는 게 귀찮고 힘들게 느껴지더라고요. 결국은 하고 싶었던 캠핑카에서의 삶을 경험 못 해보고 마흔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캠핑카로 가볍게 나들이 가는 여정도 싫어졌어요. 그냥 편안한 숙소에서 편리한 화장실과 식당을 사용하는 나들이가 좋아졌습니다. 하고 싶었을 때 캠핑카의 삶을 느껴볼 걸 그랬어요.


 먹는 걸 좋아해서 새로 나온 음식이나 새로 생긴 식당은 가보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힘들게 찾아가서 먹기가 싫어졌어요. 마라탕이 유행이었어도 1년이 지난 후에야 아이들 때문에 맛 한번 봤습니다. 예전에는 매일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먹고 싶은 게 계속 생겨났는데, 나이가 들면서 먹고 싶은 것도 점점 줄어듭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그러셨어요.


 '할머니 드시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아이고, 뭐 먹고 싶은 게 없구나. 그냥 너네들 먹고 싶은 거 먹으러 가자꾸나.'


 '할머니 가시고 싶으신 데 있으세요?'

 '뭘, 그냥 집이 편하지. 너네들 가고 싶은 데 가자꾸나'


 할머니께서 손주들 하고 싶은데로 하라고 양보하신 줄 알았어요. 매번 드시고 싶고, 가시고 싶은 데가 없다고 하셨으니까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드시고 싶고 가시고 싶은 데가 없으셨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의 저도 예전에 비해 하고 싶은 게 점점 없어지거든요.


 물론 나이가 있어도 여전히 하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은 곳이 많은 분들도 계실 거예요. 반면에 저처럼 좋아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드는 분들도 계실 테고요.

 

 그래서 말인데요.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바로 해야  것 같아요.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충분히 느끼며 사는 인생이 될 테니까요.

 사소한 변명으로 좋아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하고 그냥 흘려보낸 것이 너무 아쉽습니다.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기면 바로 먹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바로 하고,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바로 가고요.


 하고 싶은 일들을 나중에 한다고 미뤄두니, 아무것도 못하고 나이만 드네요. 게다가 좋아하는 것들도 점점 줄어들고요.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바로 내  삶 안에 녹일 수 있는 인생을 살아야겠습니다.


 

이전 10화 나는 나입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