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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Oct 21. 2023

네 잎 클로버와 세 잎 클로버



 잔디밭 한 구석에 클로버가 잔뜩 피어 있습니다. 토끼풀로 팔찌를 만들며 놀던 딸아이가 갑자기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시작합니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을 가져다준다면서 열심히 네 잎 클로버를 찾아요. 항상 그렇듯 눈에 보이는 클로버는 전부 세잎 클로버고 네 잎 클로버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아이는 네 잎 클로버를 찾는데만 집중하느라 가끔씩 발에 밟히는 세 잎 클로버는 눈치채지 못합니다.


 네 잎 클로버는 행운,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뜻한다고 하죠.

 

 아이와 저는 네 잎 클로버를 찾아 헤매느라 주위에 흔하게 있는 세 잎 클로버는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행운만을 쫓느라 항상 옆에 존재하는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치듯이 말이죠.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무의식 중에 지나치는 일상들이 있습니다. 세 잎 클로버 같은 일상들이요.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열림 버튼을 눌러주는 이웃. 매일 오가는 출퇴근 길에 보이는 작은 들꽃. 사소한 일로 까르륵 웃는 아이의 시원한 웃음소리. 평범한 일상이지만, 정말 행복한 일상입니다. 단지 우리가 무심코 지나가서 모르고 있을 뿐이지요.


 소중한 일상인데, 행운만 바라보느라 옆에 있는지도 모른 채 놓치고 지나갑니다. 내 삶에 큰 행운이 찾아오지 않아 불행하다고 느끼면서 말이죠. 잠시만 쉬고 가만히 앉아서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충분히 잘 살고 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끼게 될 거예요. 세 잎 클로버로 가득 둘러 쌓인 내 삶이 보이게 될 거예요. 


 똑같은 클로버 밭입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충분히 행복하다고 느끼고, 한 사람은 불행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세 잎 클로버 한 송이 한 송이를 소중히 여기는 삶과, 네 잎 클로버만 찾느라 세 잎 클로버를 발로 짓이겨 버리는 삶의 차이는 크니까요. 

 

 그래서 말인데요, 행운만을 바라보느라 나의 소중한 일상을 놓치지 않길 바랍니다. 


 공원 잔디밭에서 놀던 그날은 네 잎 클로버를 찾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세 잎 클로버가 가득 핀 잔디밭에서 행복하게 놀았어요. 일이 너무 안 풀리고 속이 상해서 밖으로 나온 공원 나들이었거든요. 마음은 힘들었지만, 아이와 함께 토끼풀로 팔찌와 반지도 만들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음이 힘든 와중에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세 잎 클로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삶은 언제나 세 잎 클로버가 주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쳐서 못 느낄 뿐이지요. 행운이 안 온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요. 내가 모자라다고 자책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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