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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새끼가 미워지기 시작했다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 아기. 엄마가 되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고 걱정이 많았어요.


육아가 힘들 것이라는 건 각오를 했어요. 어떻게든 해보자. 부족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아직 반년도 해보지 않았는데 몸과 마음이 거덜 난 느낌이에요.

낮밤 가리지 않고 우는 아기를 달래는 것도 지치고 뭐 때문에 우는 걸까 전전긍긍하는 것도 지쳐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토사물과 똥오줌 치우는 것도 힘들어요.

꾸벅꾸벅 졸면서 모유 주고 제발 잘 먹어라 노심초사하는 것도 한계예요.


아기를 낳으면 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잖아요. 당연히 사랑의 힘으로 버티는 건데 어느 순간부터 아기가 짐 같고 육아를 하는 게 버거워요. 남편이 퇴근하면 던지다시피 아기를 건네주고 침대 안에서 꼼짝도 하기 싫어요.


밤에 안 자고 울면 진짜 미운 감정도 들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하면 아기에 대한 사랑을 다시 키우고 육아를 잘할 수 있을까요





내 아이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당연히 미울 때도 있지요. 그런 감정에 너무 죄책감을 느끼면 지금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또 하나의 짐을 얹는 격입니다. 본인을 자책하지는 마세요.


일단 말씀 주신 것만 보고 판단을 하자면 전형적인 산후 우울증 증세는 맞습니다. 물론 인내하다 보면 시간이 흐르고 육아에 요령이 생기고 아기도 성장을 하며 지금의 문제가 해결이 된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힘든 그 순간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의미 없는 조언일 수 있어요.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해서 육아가 덜 힘들게 느껴지고 자연스럽게 다시 아기에 대한 사랑이 커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일단 육아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아요. 그리고 지금 가장 필요한 부분에 대한 도움을 받아보세요. 꼭 부모님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지자체 별로 제공하는 도우미 서비스를 받으셔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이 아이를 보는 동안 내가 가장 충족하지 못했던 욕구를 충족시켜 보세요. 내가 아이 때문에 수면 시간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 한두 시간이라도 푹 자고 식사를 제대로 못하셨다면 맛있고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하시고 반복되는 삶이 힘들었다면 짧은 시간이라도 외출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해보세요. 놀랍게도 이렇게 내가 절실했던 것들이 조금만 충족이 되어도 다시 힘이 납니다.

그리고 아기를 내 품에서 떼는 경험을 하게 되면 오히려 아기에 대한 사랑이 더 커지게 됩니다. 재충전의 시간도 가지고 아기의 빈자리도 경험하며 내 감정의 변화를 관찰해 보세요. 산후우울증이 심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 정도 변화로도 대부분 개선이 됩니다.


또한 산후우울증의 경우 그 원인이 아기보다 가정 내 함께 있는 남편, 부모님들에게 있는 경우도 많아요. 육아의 일부분은 어쩔 수 없이 엄마가 도맡아야 합니다. 그런 부분을 주변에서는 인정하고 그 고생을 알아봐 주는 것이 중요하겠죠. 육아의 모든 고난을 엄마가 당연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무심한 가정이 꽤 많습니다. 건전한 대화를 통해 이 부분을 이야기하고 육아의 메인인 엄마가 인정받고 배려받는 가정 내 분위기 형성이 꼭 필요합니다. 직접적인 도움은 아니지만 아기 키우느라 고생 많아, 내가 볼 테니까 잠시라도 쉬어 등의 말 한마디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큰데요.


성공적인 육아의 핵심은 아기가 소중한 만큼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아기가 먼저라는 생각에 나를 버려두면 사연처럼 우울증이 꼭 찾아옵니다. 아기를 위한다고 해놓고는 정작 아기마저 힘들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육아에 쉽게 지치지 않고 아기 또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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