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임신 때부터 저는 다른 사람과 달리 극성맞게 아이를 키우지 않겠다 생각했어요.
저도 대충 컸는데 사람 구실한다고 자부하고 아기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고 나니 너무 예뻐요. 제 모든 걸 다 주고 싶어요. 그래서 육아가 힘들지는 않은데 제 강박관념이 저를 힘들게 해요. 첫 아기고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스스로를 너무 채찍질 해요.
분 단위까지 맞춰서 정확하게 재우려고 하고 이유식도 용량과 영양분 맞춰서 매번 다른 메뉴로 주려고 해요. 발달에 도움이 되는 놀이들도 배워서 집에서 자동차며 퍼즐이며 온갖 것을 직접 만들어서 해주고요.
그런데 아기가 일찍 깨거나 늦게 자거나 이유식을 안 먹거나 놀이에 흥미를 안 보이면 제가 느끼는 좌절감이 너무 크고 때로는 아기가 야속해요.
아기들은 다 그런거잖아요 예측할 수 없는 존재처럼요. 그런데도 저는 완벽하게 오차 없이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보니 이런 일이 생기고 옆에서 남편도 걱정해요. 제가 전전긍긍하니까 같이 불안하다네요.
물론 좀 내려놓으면 된다 말은 쉬운데 그게 잘 안되고 더 잘해주고 싶은 제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많은 분들이 상담하시는 주제이기도 합니다만 육아 강박에 사로잡히는 대부분의 이유는 아이와 나를 별개의 인격체로 분리하지 않고 종속된 존재로 여기기 때문이에요. 언뜻 보면 그런 행동이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헌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러한 사고는 매우 위험합니다. 왜냐하면 그런 엄마의 지극정성이 결국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되거든요. 아이가 잘 되기 위해 갖은 고생을 했는데 오히려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니 아이러니하죠.
모든 사람은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완벽한 세상에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내가 아니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저 내가 낳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가 스스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정도에서 엄마 역할을 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아이가 한끼 잘 안먹으면 배고파서 다음 끼에 잘 먹겠죠. 엄마가 준비한 놀이에 아이가 흥미를 안보인다면 아이는 자신이 흥미로운 놀이를 스스로 찾겠죠. 그저 엄마는 아이의 상태를 봐 가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가 필요한게 무엇인지 정도만 파악해서 제공하시면 됩니다.
이걸 과도하게 할 때 흔히 말하는 부모자녀 관계에 문제가 생겨요. 상상을 해볼게요.
우리가 집에 있는데 누군가 나의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삼시세끼 주면서 주는 대로 골고루 다 먹고 남기지 말라고 하면 좋을까요?
내가 좋아하지 않는 놀이를 제안하면서 이게 너한테 좋은 일이니 함께 끝까지 해야만 한다고 하면 고마울까요?
졸리지 않은데 잘 시간이라고 토닥거리면서 재우려고 하면 스르륵 잠에 빠질까요?
열심히 아이에게 좋은 것을 제공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아이의 상태와 성향을 봐 가면서 여유 있게 대해주셔야 아이도 엄마를 더 좋아하고 잘 따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