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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극 육아를 포기해야 할까요

by 곰아빠

*상담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좀 쉽지 않은 과정을 통해 소중한 아이를 가졌어요.

정말 금이야 옥이야 키우고 있고 어렵게 낳은 데다가 첫 아이다 보니까 제가 좀 의욕이 충만해요.

두 돌이 넘었지만 아직 외부 음식을 잘 먹이지 않아요. 과자 같은 간식은 물론이고요.

놀러 나가도 제가 다 만들어서 싸가서 먹이고 집에서도 다 저염식으로 해서 먹여요

간식도 쿠키부터 쫀드기, 아이스크림까지 다 만들어서 먹여요.

정말 피치 못하게 준비를 못해서 외출하면 곰탕에 물 많이 타서 먹이는 정도예요.

놀이 같은 것도 최대한 책이나 직접 할 수 있는 놀이를 했으면 하는 마음에 거실에 티브이도 없애고 영상도 양치질할 때만 최소로 보여줍니다. 엄마 아빠도 아이 보는 앞에서 핸드폰 하거나 그런 모습 절대 안 보이고요.

책 보고 뛰어놀고 물놀이하고 대화하면서 그러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정말 육아가 하나도 힘들지 않고 아이랑 노는 것이 제게도 큰 낙이에요.

엄마 껌딱지인 것도 너무 사랑스럽고요.

그래서 어린이집도 보내지 않고 있고 당분간도 계속 그럴 생각이에요.


그런데 이제 아이가 점점 크고 외부 세계와 접촉을 하고 언젠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게 될 텐데 세상에 나가면 음식이며 놀이며 사람 관계며 너무 큰 자극이 한꺼번에 들어와서 정신을 못 차릴까 봐 걱정도 됩니다.


친정 엄마는 슬슬 어느 정도 아이를 놓아주라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이가 태어나고 부모가 모든 걸 케어해주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교육을 잘하고 그러면 아이가 올바르게(누구나 생각하는 이상적인 형태의 사람) 클 거야. 말썽도 안 피우고 건강하고 착하게 클 거야'


그리고 열과 성을 다해서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보여주고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애지중지한다는 핑계로 아이를 통제하려는 행동을 하게 됩니다. 마치 빛나는 옥구슬에 흠집이 나면 안 된다며 아무도 못 보게 보자기에 싸두는 것처럼요.


하지만 아이는 물건과 다르게 성장을 하게 됩니다. 가정의 테두리 안에서 가정에서 추구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안전하고 마음 편히 키울 수 있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한 명의 사람으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상과의 접촉이 필수입니다.

아이가 커갈수록 외부와의 접촉이 많아지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게 되고 부모로서 먹지 말았으면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도 하게 됩니다. 다치기도 하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을 먹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면서 점점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지요.


자극을 적게 주며 키운 아이가 갑자기 강도 높은 자극을 접하게 될 때는 당연히 크게 동요할 수 있습니다. 과하게 흥분하든, 충격을 받든, 집착이 생기든, 다양한 형태로 반응할 수 있겠지요. 바깥 음식 맛이 들어서 집밥을 잘 안 먹게 된다든지 친구의 과격한 말과 행동을 따라 한다든지 밤에 잠을 자지 않으려고 한다든지 수없이 많은 반응이 따라오게 됩니다.


그럼 아이의 이 과도기 혹은 혼란스러운 시기를 누가 해결해 줄 수 있을까요? 부모님일까요?


부모님이 도움을 주실 수는 있지만 결국 가정과 외부 세계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은 아이의 몫입니다. 본인의 성향이나 기질과 외부 세계의 자극 사이에서 배우고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것이지요. 확실한 건 언제까지나 부모가 원하는 대로 할 수는 없어요. 일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사회에서 아이를 고립시캬서 키우시고 성인이 되어서도 책임지실 것이 아니라면 통제보다는 아이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지켜보시고 도와주시는 것이 맞습니다.


여기서 부모님의 역할은 도덕적으로 옳고 그름에 대한 정확한 인식 혹은 사회 질서나 예의 같은 필수적인 것만 확립해 주시면 됩니다. 때리면 안 되고 큰소리를 내면 안 되고 줄을 서야 하고 양보해야 하고 이런 것들이지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서 새로운 자극들을 많이 받으면 일시적으로 크게 동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애착관계를 쌓고 성장해 온 아이라면 오랜 시간 편안하게 느껴왔던 가정에 안정적으로 정착을 하면서 세상과의 관계에 대해 배우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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