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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얻고 남편을 잃다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저는 남편을 회사에서 만났어요.

남편은 회사에서 꽤 인정받는 사람이었고 저는 회사 전체 직원들을 상대하는 업무를 해서 즐겁게 회사를 다녔다고 생각해요.

결혼 발표를 했을때도 회사 동료 모두가 놀라워하고 축복해주고 행복했던 기억만 나요.

결혼 후에도 회사에서도 알콩달콩 지낼만큼 사이도 좋았고 동료들이 잉꼬부부라고 질투하기도 했어요.


남편도 항상 저를 신경써줬고 저도 그만큼 더 잘하려고 노력했어요.

시부모님도 너무 좋았고 제가 잘하는 모습에 남편도 친정부모님에게 너무너무 잘했어요.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선순환 같은 느낌이었죠.

임신을 했을때도 단한번의 다툼도 없이 남편이 저를 금이야 옥이야 챙겨줬고 여러가지 좋은 추억도 쌓았어요.


그런데 출산을 하고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저나 남편이 사랑이 식은 것 같지는 않은데 아이에게 집중하다보니 둘 간 교류가 너무 적어졌어요.

남편은 아이가 생긴 이후 더 강해진 책임감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이것저것 하느라 나가고 퇴근하고 들어오면 아이만 챙겨요. 아이를 예뻐하고 사랑하는건 너무 좋아요.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이에게 시선이 고정되고 아이랑 신나게 놀다가 밥 먹을때도 아이 먹여준다고 정신이 없어요.

그리고 제가 이이 씻기고 재울때쯤 꾸벅꾸벅 졸다가 제가 아이 재우고 나오면 곯아 떨어져있어요.


저도 남편이랑 이야기도 하고 그러고 싶은데 아이 챙기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남편이 아이 볼때 밀린 집안일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정말 사랑하는 아이를 얻었지만 남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에 집중하다가 부부관계가 소원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미워지거나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는 않은데 소통의 부재가 생겨버린 경우가 많지요.


먼저 어떻게든 부부의 소통 시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남편분이 평일에 일찍 나가고 일찍 잔다면 주말 아이 낮잠 시간을 활용해보세요. 아기 재우고 남편과 함께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혹시 남편이 직장에서 무슨일은 없는지 혹은 육아를 하면서 힘든일은 없는지 먼저 물어봐주세요.

남편분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부탁하는 내용도 괜찮습니다.


"오늘 아기 목욕시키는 거 도와줄 수 있어?"

"아기 재우는 동안 설거지 좀 해줄래?"


함께 육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할 기회가 생길 거예요.


소통의 시간을 만들어 조금씩 대화를 하기 시작하셨다면 남편분에게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으세요.


"요즘 너무 힘들어서 서로 대화할 힘도 없었어."

"아기 때문에 우리 시간이 없는 것 같아 답답해."


설명하셨던 그런 남편분이라면 서로의 소통 시간을 늘리고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고민을 할거에요.


부부가 시간을 내서 대화를 하더라도 집에서는 아이의 행동에 촉각을 세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무리한 생각이더라도 부부의 데이트 시간을 내라고 많이 권유해드려요.

아기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부모님께 부탁해서 둘만의 시간을 내보세요.

물론 아이가 엄마아빠와 떨어져서 잘 지낼까 걱정도 되겠지만 언제가 있을 일이고 또 의외로 아이가 잘할 수도 있어요. 또 데이트를 통해 가까워진 엄마아빠에게 더 긍정적인 힘을 받을 수도 있겠지요.


정상적인 관계의 부부라면 긴 이야기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짧더라도 진심이 담긴 칭찬과 감사의 말을 서로에게 자주 해주세요.


"오늘 아기 봐주느라 고생했어."

"저녁 맛있게 해줘서 고마워."


이렇게 작은 칭찬과 감사의 말은 서로에게 큰 힘이 되고 서로를 생각하는 계기가 됩니다.


육아가 부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부부 관계의 개선점이 됩니다. 힘들다면 힘든 육아를 서로 의지해가며 해내고 그 속에서 아이라는 끝없는 행복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건강한 성장만큼 두 분 관계의 행복함도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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