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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는데 추격전??

by 곰아빠

*상담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가 조금 일찍 태어나면서 정말 작게 태어났어요.

세 살이 다되어가지만 여전히 너무 작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프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건 잘 먹이고 잘 키우면서 남들만큼이라도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뿐이에요.

문제는 아이가 자리에 앉아 밥을 먹지 않아요.

잠시 앉았다가도 금세 돌아다니고 오라고 해도 안 오니 저는 급한 마음에 따라다니면서 밥을 먹게 되고 어떨 때는 추격전이 되기도 한답니다.

그러다 보니 음식도 많이 식고 식사 시간이 1시간은 그냥 넘어요.

그러면 다음 일정도 꼬이고 아이가 간식 같은 것도 먹을 틈이 없이 또 곧 식사 시간이 다가와서 오히려 양이 적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됩니다.

아이가 일반적인 체구만 되어도 안 먹으면 이따가 먹겠지 하겠는데 작다 보니 그게 안되네요.

어린이집에서는 의외로 앉아서 꽤 잘 먹는다고 하니 제 식습관 교육이 잘못된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식욕은 확실히 어느 정도는 타고나는 것이긴 합니다.

입이 짧다고 표현을 하는데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뭐라도 먹이려 애를 써봐도 먹는 양이 좀처럼 늘지 않아 힘이 들지요. 게다가 아이 체구가 작아서 걱정이 많으시겠습니다만 정기적인 성장 속도 체크 시 더디기는 해도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면 사실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는 없어요. 물론 지금 아이가 집중해서 밥을 못 먹는 것인지 양 자체가 적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혹시 가족끼리 식사할 때 엄마나 아빠가 여러 이유로 자리를 이탈하지는 않나요? 아이가 식사 시 자리에 앉아있지 못한다는 가족들을 살펴보면 의의로 엄마아빠가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식사를 먼저 끝낸 사람이 나름 신경 쓴다고 그릇들을 싱크대에 가져다 놓으려고 일어난다든지 식사 중간에 필요한 것이 있어 일어난다든지 하는 것이지요.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에 하나는 부모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유를 떠나서 부모가 자꾸 식탁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 역시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엄마아빠도 식사 시간만큼은 끝날 때까지 식탁에 진득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또 부모님 식사시간 따로 아이 식사시간 따로 계속하다 보면 아이의 집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엄마가 밥을 주고는 있지만 아빠가 거실에서 자꾸 돌아다니면 가서 놀고 싶은 게 아이의 마음이지요. 아이와 부모님의 식사 시간을 맞춰 주시고 온 가족이 앉아서 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꾸준히 인지시켜 주세요.

또 아이를 따라다니며 식사를 주시는 것이 아주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더라도 그게 놀이처럼 비치면 안 됩니다. 소리를 낸다던가 비유하셨듯이 추격전 같은 놀이 느낌으로 변질되면 안 되겠죠.

설령 돌아다니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먹이신다 하더라도 아이에게 꼭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 필요해요. “원래는 밥은 앉아서 먹는 거야. 엄마가 계속 널 먹여주진 못할 거야.”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세요.


어린이집에서는 잘 먹는다는 것을 보면 아이가 식사에 집중하지 못한다기보다는 환경에 따라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집에서 모두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면 본인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인지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서도 그런 상황을 만들어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 습관을 바로잡는 것은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부분도 많아요. 힘드시겠지만 부모님의 불안을 조금 내려놓고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대하려 노력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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