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돌부처 아이를 낳았다니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이제 돌이 지난 아이가 갈수록 반응이 없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제가 재미없게 해주나 싶어서 장난감도 만들어줘 보고 아이 오감을 자극하는 놀이법 같은 것도 유튜브에서 보고 해주고 있는데 아무 반응이 없어요.


안아서 흔들어줘도 정색, 숨바꼭질 같은 거 하면서 찾았다 해도 무표정, 하다 못해 뽀로로를 보여줘도 시큰둥해요. 첨에는 내 아이가 시크한 성격을 타고났나 보다 생각했는데 아이 반응이 없으니 제가 놀아주기 지치기도 하고 재미가 없어요.


그런데 오늘 다른 엄마랑 이야기하다가 저희 아이 이야기를 하니 발달 지연일 수도 있다는 거예요.

너무 충격이었어요. 태어날 때도 건강하게 태어나고 지금까지 뭐 하나 모자람 없이 큰 아이가 발달 지연일 수 있다니.

혹시 바로 병원을 가봐야 할까요?

갑자기 지금까지 아이의 그 무반응과 시큰둥함이 문제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떨리고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내가 온갖 놀이와 반응을 해줬는데 아이가 시큰둥하다면 높은 확률로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놀이 혹은 아이의 관심사와 다른 놀이일 수 있습니다. 발달 지연 등의 걱정으로 상담을 하시는 분 대다수의 케이스이지요. 놀이의 주체와 주도는 부모님이 아닌 아이가 되어야 합니다. 아이가 관심 있어하고 재미있어하는 걸 해주셔야 아이도 반응을 하죠. 내가 아무 관심 없는 클래식 연주회 가서 열정적으로 듣고 감동하길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 않을까요?


유튜브나 책에서 나오는 놀이를 아이에게 연습하는 것은 잠시 멈춰 주시고 아이가 집에서 놀 때 어떤 장난감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놀이행동을 하는지 먼저 주의 깊게 관찰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꼭 놀지 않더라도 어떤 장난감을 만지는지 두드리는지 흔드는지 관찰해 보시고 아이의 그런 행동에 맞춰 그 놀이에 참여해 보세요.

아이는 부모가 주도하는 놀이보다 자기의 놀이에 부모가 참여하고 상호작용을 해줄 때 더 즐거워합니다.


심플하고 반복된 행동이나 말이라도 아이 한번, 부모 한번,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상호작용이 더욱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취향과 수준을 파악부터 하신 뒤에 적극적으로 놀이를 구성해 주시고 환경을 조성해 주세요. 여기서 중요한 건 역시나 부모가 주도하기보다는 그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 관찰하고 단지 참가해 주는 것입니다.


만약 이렇게 했음에도 아이가 여전히 반응이 적고 시큰둥하다면 발달 수준에 대한 점검이 꼭 필요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들 같은 딸의 빠져나올 수 없는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