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3살 내 아들은 자연인

by 곰아빠

*상담 사례를 각색했습니다.


아이가 유독 알몸으로 있는 걸 좋아해요. 기저귀랑 옷을 입혀놓아도 좀 있다가 혼자서 자꾸 벗어요.

혼자서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데 옷이랑 기저귀 벗는 건 어찌나 잘하는지.

기저귀 벗을 때도 축구하듯이 빠샤 하면서 발로 던져요.

특히 씻고 나오면 옷이나 기저귀 입는 걸 지독하게 싫어해서 더운데 집에 에어컨도 못 켜요.

그나마 지금은 여름이라 알몸으로 집 안을 뛰어다녀도 그러려니 하는데 겨울에는 감기 걸릴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 되네요.


저는 아이에게 알몸으로 있지 말고 옷 입어야 된다고 얘기하는데 남편은 아이 알몸을 좋아해요.

그래서 아이도 괜히 아빠만 오면 옷을 다 벗고 안아달라고 뛰어가고요.


가끔 친정엄마나 시부모님들한테 영상 통화로 아이를 보여주고 싶은데 너무 벗고 있어서 못할 때가 많아요.

저희 아이 괜찮을까요?

내년에 유치원을 보낼 건데 혹시 혹시 유치원에서도 이럴까 봐 너무 무서워요




아이들이 알몸으로 있고 싶어 하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아직 어리기에 옷이 답답할 수 있고 이제 감각이 많이 발달해서 조금이라도 소변을 본 기저귀가 찝찝하게 느껴질 수 있죠. 그래서 본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이제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사실 가정 내에서 온습도만 적절하다면 아이가 알몸으로 다니는 건 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배변훈련 없이 기저귀까지 벗고 생활을 하다 보면 곤란한 일들이 종종 발생하겠죠.


하지만 아이의 이런 습관을 어느 정도 잡아주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말씀하셨듯이 아이가 외부 세상과 마주할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알몸으로 있는 건 스스로도 부끄러운 일이고 다른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교육에 앞서 아이가 스스로 옷을 잘 입게 하는 것이 더 좋겠죠.

아빠가 아이 옷 벗는 걸 놀이처럼 하신다고 했으니 반대로 옷 입는 걸 놀이처럼 해보세요. 아들이라면 옷 입는 행위를 슈퍼영웅이 장비를 착용하는 것처럼 상황극을 해서 옷을 다 입으면 슈퍼파워가 생긴다는 식으로 이끌어 주시면 좋습니다.

또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그 캐릭터의 옷을 입혀주세요. 옷을 입으면서 그 캐릭터와 관련된 상황극이나 주제곡을 불러주면 아이가 더 거부감 없이 옷을 입을 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 옷을 입혀야 한다는 생각에 덮치듯이 머리부터 집어넣는 행동이 반복되면 아이는 옷 입는 행위를 더더욱 싫어하게 됩니다. 천천히 하나씩 입히면서 아이의 반응을 살펴보셔야 합니다. 그리고 옷을 다 입으면 멋있다 등을 칭찬과 함께 잘했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세요.


그리고 집에서는 알몸으로 지내는 것을 어느 정도 허용하시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밖에 나가서는 혹은 집에 손님이 올 때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반복적으로 알려주세요.


혹시 엄마나 아빠가 집에서 알몸에 가까운 차림으로 있는지도 점검해 주세요. 아이는 부모를 따라하게 되어있습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돌부처 아이를 낳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