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살, 퇴사하다.

3번의 권고사직이 나에게 준 아픔

by 흰별이

첫번째 권고사직은 중견기업에서 일어났다.


당시, 스타트업 팀장 승진을 코앞에 두고 해당 기업에서 스카우트를 제안해 왔고 나는 앞자리가 변하는 연봉에 제안을 수락했다.


그렇게 온 회사의 사무실은 삭막했고 욕설이 난무하며 30분을 일찍 출근해야 했고 40분을 늦게 퇴근하는게 문화처럼 여겨져 왔다.


연차를 쓰면 모니터 앞에 A4 용지를 붙이며 연차 사유를 적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오래 버틸 수 있을까라는 고민과 동시에 다른 팀의 과장이 우리팀으로 갑작스레 오게 되었고 나는 권고사직을 제안 받게 되었다.


두번째 권고사직은은 외국계 기업에서 일어났다.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진행한 회사는 갑작스레 비지니스 철수를 결정하게 되었고 연봉이 높은 내가 제일 1순위 권고사직 대상자가 되었다.


회사에서 노력하면서 헌신했었던 내가 받은 충격이 엄청났고 당시에 결혼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인지라 마음이 착잡했었다.


결혼은 파혼을 하게 되었지만 나는 이직에 성공했고 새로운 커리어 패스를 밟는가 싶었다.


새로운 IT 플랫폼 기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며 경력관리를 꿈꾸었다.


그러나 이 세번째 회사에서도 갑작스런 구조개편이라는 명목으로 6개월 만에 권고사직을 제안 받았다.


마음이 무너졌다.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일어났다 생각했는데 다시 무너졌고 경력 관리는 되지 못 했다.


마음은 우울증으로 침전되어 있었지만 통장잔고가 비어가는 것을 방치할 순 없었고 급한 대로 대형학원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연봉은 조금 깎였지만 내 기준 300은 넘는 급여였으므로 수락했다.


대형학원은 생각보다 체계가 없었고 퇴사자가 너무나 많았다. 나오자마자 퇴사하는 직원들도 있었으며 대부분 3개월을 채우지 못 했다.


1년 근속을 유지한 직원은 10명 중 2명 뿐이었다. 나는 나도 그중에 한명이 될 것을 꿈꾸며 이 직장을 마지막 직장이라 생각하며 근무했다.


퇴사는 과도한 업무 부여에서 시작했다. 입사한지 2주가 되자마자 한 달 안에 22개의 버스 노선 중 최소 2개의 노선을 줄여 1억원 이상의 연간 비용절감을 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업무 인수인계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지만 나는 경력직이므로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해냈다. 조부모 상에서도 나는 품의서를 쓰고 있었다.


어느 순간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우울증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출근을 위한 데드라인 시간에 기상하여 씻고 출근하고 퇴근하면 다른 것 없이 기절하는 삶의 반복이었다.


3개월 차가 되었을까? 눈이 많이 내리는 날이라 학생들의 셔틀버스 연착 지연이 심했다. 밤 11시까지 야근을 하였고 전주에 주6일 근무를 했기 때문에 푹 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나의 휴일은 완전히 망가졌다.


22명의 기사와 22명의 지도교사 100명이 넘는 학생들을 관리하면서 하루마다 사고가 안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생각치 못한 셔틀 노선에 인원이 다음주부터 오버될 예정임을 연락을 통해 받게 되었고 팀장에게 보고했으나 팀장의 대답은 단 하나였다. "방안을 찾아와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은 지옥을 오갔고 이대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르게 되었다.


무엇보다 방안을 찾아오라라는 팀장의 말에 '너에게 맡겼으니 모든 건 너가 책임진다'라는 암묵적 메시지가 들어가 있었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는 수많은 퇴사자와 많은 업무량으로 제대로 되었을리가 만무했다.


토요일 새벽 어느날 나는 집에서 사직서를 전송하고 토요일 근무날에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회사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퇴사를 선언하고 나서 모든 속이 후련했고 머릿 속에 업무 걱정으로 연결된 모든 잡생각이 어느 정도로는 날라가서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나이 39살 만으로 쳐도 38살인데 이제 내가 갈 회사가 있을까?


3번의 권고사직으로 나에게 주어진 근속 기간은 1년 7개월, 1년 6개월, 6개월 등 짧은 근속 기간뿐이었다.


연봉을 높이기 위해 정말 부단히 노력했다.


처음 최소 시급 연봉에서 시작했던 나의 연봉이 3년 만에 앞자리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이력서를 넣게 되면 어떤 곳은 시간제 근무를 제안하는 곳도 있고 연봉을 맞춰줄 수 없기 때문에 처우 관련 부분에서 이 부분을 이야기하는 회사도 생겼다.


나는 자연스럽게 전직을 고려하게 되었지만 이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한 고민의 바다에 빠지기 시작했다.


이는 동시에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솔직히 지금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우울증 때문에 그런지 어떠한 감정도 들지 않는다.


3번의 권고사직으로 우울의 늪에 빠진 나는 퇴사 이후 2주간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으며 그저 잠을 청하고 살기 위해 밥을 먹기를 반복했다.


39살 백수 마음이 참 무겁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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