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참

일을 하다가 잠깐 쉬면서 먹는 음식

by 흰별이


"오늘은 제육이다."


사장님이 막걸리 한병과 함께 제육볶음을 내 오신다. 고된 노동 끝에 먹는 새참은 참 달콤했다. 그래서 늘 점심 시간이 기다려 졌다.


당시 대학생인 나는 쓰리잡을 뛰며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 들고 있었다. 유학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명목하에 도피 휴학을 하며 아침에는 파스타 집을 오픈하고 점심과 저녁 사이에는 과외를 하고 저녁에는 공부방에서 영어를 가르쳤다.


빠르게 돈을 모으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침에 파스타 집에서 일 하는 것이었다.


파스타 집을 오픈하면서 맨 처음에는 홀과 화장실을 청소하고 그 다음으로는 배송 온 재료를 주방에 셋팅하였다. 그 다음에는 파스타 면과 리조또 밥을 소분해야 했다. 파스타의 경우 종류 별로 소분량이 다르기 때문에 180g,230g을 저울에 무게를 재며 소분했다.


파스타 집에 가서 배불리 먹고 싶다면 단연코 오일류 파스타를 추천한다. 오일류 파스타는 부재료가 적게 들어가므로 면의 양이 많다.


파스타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지 벌써 15년 전이다. 당시 파스타 가격은 15,000원에서 18,000원이었는데 점심에 비싼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직장인들이 너무 부러웠다.


나중에 직장인이 되면 이 파스타 집에서 소중한 사람과 호사를 누려야지 다짐했던 건 그때부터 였던 것 같다.


면의 소분이 끝나면 다음에는 바게트 빵을 빵집에서 사들고와 마늘빵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마늘 소스를 자른 바게트 빵에 발라주면 작업이 끝난다.


그리고 나서는 물 셋팅을 하는데 레몬을 잘라서 물병에 물을 채우면 이제 영업 준비는 완료가 되는 셈이다.


그러면 어느새 오전 11시가 되는데 이때부터 손님들이 미어 터지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이 파스타 집의 특징은 물이 떨어지기 전에 물잔을 들고 가서 물을 채워줘야 한다.


그러니 셀프 서비스가 많은 요새 식당과는 다르게 직원이 힘든 셈이다.


'사장님도 이 식당 일이 힘든 걸 아셔서 그랬던 걸까?'


늘 맛있는 한식에 막걸리 한 병을 내와 주셨는데 그 밥이 너무 맛있어서 식당을 그만두지 못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었다. 나에게는 이 점심 시간에 먹는 밥과 막걸리 한잔이 새참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한 끝에 나는 미국 유타로 짧게 유학을 갈 수 있었다. 유학을 가면서 늘 사장님이 해주었던 새참이 생각났다.


귀국을 하고 어느 덧, 나는 직장인이 되었다. 직장인이 되어서 파스타 한 그릇 정도야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한번은 옛 추억을 되새기며 파스타 집에 방문을 한 적이 있는데 가격이 15년 전에 비해 거의 오르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고 파스타 집은 여러 색깔의 리본을 받은 유명한 맛집이 되어 있었다.


이제 나의 새참은 다른 누군가의 새참이 되었다. 내가 아끼는 사람을 이 집에 데려온다. 데려와서 단호박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맛있게 먹는다.


그때마다 어렸을 때 고생하며 아르바이트 했던 나날들이 떠오르며, 이제는 누군가를 웃음짓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에 기쁨을 느낀다.


이제 누군가의 행복이 나에게는 정신적인 새참이 되었다. 세월이 흐를수록 나만의 만족보다 타인의 만족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간다.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멋진 정신적 새참을 차려주는 시간들로 인생을 채워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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