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대로 살자
소망이와 희망이는 비슷한 쌍둥이다.
5주 차 아기집을 확인하러 갔을 때부터 함께 모습을 나타났고, 이후 뱃속에서도 누구 하나가 눈에 띄게 크거나 작은 일 없이 비슷하게 자라났다.
태어났을 때의 몸무게는 0.2킬로가 조금 안 나게 차이가 날 뿐이었으며 다섯 살에 이른 지금까지 키도 비슷하다.
이 아이들은 나와 남편의 유전자를 이어받았으며 37주 2일에 거친 임신 기간 동안 뱃속에 함께 존재했다. 이후로도 같은 부모 아래 같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아이는 외모와 키를 제외하곤 전혀 다른 기질을 보인다.
다섯 살이 되어 그런 건 물론 아니고, 신생아 때부터 그랬다.
먹는 것, 노는 것, 자는 것. 아이의 기본이라는 '먹놀잠'부터 둘은 너무나도 달랐다. 아이를 처음 키워보는 나는 둘 중 누구에게 맞춰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고 결국 둘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이후 말을 하고 의사표현을 하기 시작하면서 둘의 성향 차는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소망이는 사람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또박또박 잘 이야기한다. 설득력도 얼마나 좋은지, 그 논리를 듣다 보면 나 같이 쉬운 엄마는 홀딱 넘어가기 일쑤다.
소망이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그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싶어 한다. 친구들과 같이 킥보드나 자전거를 타고 괴물 놀이며 각종 놀이를 벌인다.
반면 희망이는 사물을 좋아한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보다 혼자서 책을 읽고 주변을 관찰하는 걸 즐긴다. 가르친 적이 없는데 혼자서 한글을 술술 읽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공룡의 이름을 외운다.
희망이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놀이터에 주변에 있는 꽃과 나무를 둘러보고 싶어 한다. 그게 아니라면 집에 얼른 돌아가서 어제 읽다가 만 책을 읽고 싶어 한다.
이밖에도 둘의 차이점을 꼽자면 몇 시간도 부족할 정도다.
어린이집 선생님들도 매년 입을 모아 "쌍둥이지만 참 달라요."라고 말씀하시고 나나 남편의 생각도 그러하다.
나는 다른 것에서 행복을 찾는 두 아이를 보며 사람이란 존재는 그 자체로 소우주라는 말에 공감한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너무나 다르다.
행복을 느끼는 순간도, 반대로 슬픔이나 아쉬움을 느끼는 순간도 같지 않다.
물론 후천적인 환경으로 인해 변화하는 부분도 존재하겠으나, 확실한 건 본인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부분은 애초에 타고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나답게', '타고난 대로' 살고 싶다. 다른 엄마들만큼 멋지고 부지런하고 바삐 살진 못하겠지만, 내게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다.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로,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덕목을 갖추되 그 뒤로는 자신에게 편안한 방식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타고난 대로,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역량을 펼치며 살아가는 모든 삶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