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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흰돌 Nov 06. 2023

난임 휴직 이야기(2) 난임 부부는 어디에나 있다



  내 주위에는 난임 병원을 찾은 부부가 많다. 내가 지닌 협소한 인간관계를 돌이켜본다면 그 비율은 내가 아는, 결혼한 부부의 절반 정도 되는 수준이다.


  이 사실을 얘기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답할 것이다.


  결혼한 부부의 절반이 난임 병원을 찾는다고?
말도 안 돼!


  그런데 뭐, 사실이 그렇다. 다들 굳이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다. 실제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시술까지 하는 수는 그보다 눈에 띄게 적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아 '혹시나' 싶은 마음에 병원에 가는 부부는 제법 많다.


  그리고 남들에게 '굳이' 말하지 않는 부부의 일을 내가 아는 건, 이른 나이에 결혼한 내가 난임이라고 휴직하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 덕이 크다. 또래보다 살짝 일렀던 결혼이 '결혼 1호'라는 칭호에 이어 '난임 1호'라는 칭호를 선사해 주었달까.


  나에게 연락을 준 이들은 대체로 이와 같은 프로세스를 겪었을 것이다.


  이번 달도 실패야. 자기야, 우리도 난임 병원을 가봐야 할까?
  그래도 난 병원은 좀… 굳이 그래야 할 이유도 모르겠고. 꼭 아이를 가져야 하는 건 아니잖아.
  내 생각도 그래. 맞다. 내 친구 중에 병원 다니다가 쌍둥이 얻은 애 있어. 걔한테 한 번 물어볼까?


  내게 고민을 털어놓은 이들 중, 누군가는 병원 방문을 보류하고 더 시간이 흘러 자연 임신을 했고, 다른 누군가는 결단을 내려 바로 시술을 통해 아이를 얻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아직까지도 병원을 드나들며 간절히 아이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아이에 대한 생각을 지운 채 부부 둘만의 삶을 꾸려나가고도 있다.


  내밀하지 않은 타인에게 '굳이' 그것을 이야기할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 말하지 않는 것뿐이다.


(c)2023. delight.H(https://www.instagram.com/delight.hee/). All rights reserved.



  난임 휴직을 하며 요란스레 난임을 알린 탓에, 웬만한 주변 사람들은 내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단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친분이 없는 사람들, 내 입장에서 '굳이' 그 사실을 밝힐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존재했다. 예를 들자면 몇 년 만에 만난 친척 같은 이들이다.


  너희도 결혼한 지 좀 됐는데, 슬슬 애 낳아야 하지 않겠어? 언제까지 둘만 있으려고 그래. 더 나이 들면 애 갖고 싶어도 뜻대로 안 된다?


  이런 얘길 들으면 마음 같아서야,


  네, 전 서른 전에도 아이가 안 생기던데요?


  라고 답하고 싶었으나 이는 내 몸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것밖에 안 됐다.


  과배란 주사 때문에 헛배가 부르고 몸이 묵직한 상황에도 겉으론 웃으며 "네, 네. 아이 가져야죠."라고 답할 때면, 머리로는 이 대답이 맞단 걸 알면서도 가슴은 차게 식었다.


  부부의 일은 부부가 알아서 한다.


  '굳이' 당신에게 말하지 않을 뿐,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는 난임 부부는 오늘도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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