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
입이 크면 말을 많이 하고 귀가 크면 잘 듣는다는 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주장은 제법 일리가 있다.
실제로 입이 큰 내 친구는 말하기를 좋아하고, 은행원이라서 손님들과 쉴새 없는 대화를 나눈다. 반면 내 입은 조그맣다. 그렇다고 말수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말 보다 글에 자신이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는 반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뽐내지 못하는 아이였다. 아마 지금 동창들에게 내 이름을 언급하면 ‘그런 친구가 우리 반에 다녔었나?’ 생각하는 이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그 흔한 선도부도, 임원도 해본 적이 없다. 전학경험도 없어 내 소개를 할 기회도 없었다. 아, 분필 가루와 선생님의 침을 맞는 맨 앞자리에 앉은 적이 몇 번 있어서 맨 뒷자리에 앉았던 친구들은 더더욱 나를 잘 모를 수도 있다.
종종 겁쟁이처럼 나를 알릴 일이 생기면 숨었다. 한자를 잘 쓴다고 한문 수업 시간에 서기로 뽑혔는데, 남 앞에 나서는 게 걱정이 되어 다른 친구에게 권한을 양보했다. 수업 도중 생기는 질문을 속으로 삼켰으며, 선생님의 물음에 옆 자리 친구도 안 들릴 정도로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내 이름이 동네방네 알려지는 드라마 같은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고등학교 국어시간에 선생님께서 여름방학 때 내주신 글쓰기 과제에 대해 피드백을 하시다가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셨다.
헉, 내가 뭘 잘못했나?
출석을 부를 때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불릴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긴장했다.
“이렇게 열심히 글을 쓴 건 전체 학년 통틀어 너 혼자다”
나중에야 다른 친구들은 1~2편 제출한 과제를 나는 10편 넘게 제출했다는 걸 알았다.
이후에 교내 시화전이 1~3학년 전체 학생이 투표를 해 수상작을 뽑는 대규모 방식으로 열렸는데, 내 작품이 최우수상에 뽑혔다.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갔더니 선생님들이 날 보는 시선이 이전과 달랐다.
특히 그동안 내 이름을 한 번도 불러준 적이 없던 문학 선생님께서 친근하게 다가오시더니, 작품 해설까지 하시면서 ‘흙속의 진주’라고 오글거리는 발언까지 하셨다.
그때 처음으로 내가 글쓰기에 소질이 있나?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