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별과 바람과 달...

소중하지만 확실한 행복

by 아임유어엠버



3월 5일은 5회차 도전 날이었다.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한 후 처음 맞는 토요일이기도 했다.

이제 새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백수 신세. 오전부터 집 근처 공원의 산책로를 달리는데 유난히 하늘이 파랬다. 고개를 들어 두 눈을 하늘에 시선고정한 후 가볍게 달렸다. 새삼 행복했다.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 것일까.’


오전시간에 좋은 공기를 마시며 달리기를 한다는 건 사치같은 일이다.


노트북 앞에 앉아 거북목으로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아도 되고, 상사에게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고, 뛰다가 힘들면 잠시 벤치에 앉아 새들의 움직임을 구경해도 된다. 만끽할 자유가 있다는 건 행복이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 재수학원을 다닐 때 소원이 있었다.


바로 회색 벽으로 사방이 막힌 곳에서 벗어나는 것.


새벽에 등원해서 밤 10~11시쯤 하원하는 일상의 반복에 지친 나는, 주말오전 홀로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면서 독하게 마음을 먹었다. 공기도 탁한 이곳을 나가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새파란 하늘을 하루종일 바라보겠노라고.


달리기 덕에 그 소원은 이뤄졌다.


이외에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여럿 생겼다. 하나는 달리면서 듣는 음악이다. 라디오DJ처럼 그날 풍경에 어울리는 곡을 선곡하고 그걸 BGM 삼아 뛰노라면 마치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든다.


일출을 보게 된 것도 짜릿한 느낌을 선사했다. 더 자고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몸을 일으켜 나오면 연보랏빛 하늘에 달과 별이 떠 있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동안 다른 한쪽에서 주황빛 해가 스멀스멀 얼굴을 내민다. 한번 지평선 위로 떠오른 해는 순식간에 세상을 밝게 비춘다. 그 빛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오늘은 행복한 하루가 될 거라고.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지금껏 해온 대로 열심히 살라고.


그렇게 에너지를 가득 받고 달리기를 하면 좋은 일만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부지런하기만 하면 매일 일출을 볼 수 있는데, 왜 그동안 일출은 1월 1일에만 보는 거라고 생각했을까. 특별한 날은 내 마음이 만드는 것이란 걸 깨달았다.


실제로 특별한 날 없이 평범했던 내 하루는 ‘달리기를 한 날’과 ‘달리기를 하지 않은 날’ 두 개로 나뉘기 시작했다. 달리기를 한 날은 기록을 남겨서 성취감에 특별했고, 달리기를 하지 않은 날은 휴식을 취한 날이라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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