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없이, 하던대로 하기

꾸준함의 비결?

by 아임유어엠버



한 직장에 오래 다니거나, 특정 일을 오래 해온 이들에게 존경심이 든다.


지인 중 한 우물만 판 이에게 꾸준함의 비결을 물으니 예상 외로 싱거운 답이 돌아온다.


“저 별 생각없는데요” “시간이 빨리 갔어요”


이들이 별 생각없이 회사를 다녔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월 가는 줄 몰랐다는 건 겸손함의 또 다른 표현일테다.


감히 짐작하건대, 자신의 단점과 한계를 직시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낡은 가방을 짊어지고 매일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거친 숨을 쉬며 올라갔을 것이다. 그렇게 오르는 중간에 근육이 아프거나 하는 신체의 한계를 느꼈을 때 ‘많은 거리를 왔으니 그럴만도 하지’ 혹은 ‘내가 힘들구나’하고 다독여주면서 자신을 이해해갔을 것이다.


3월 13일이었나. 12번째 달리기를 하던 날, 꼼수를 부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나쁜 꼼수는 아니고 새로운 자극을 받고픈 생각이 들었다.


매일 운동을 하던 공원을 벗어나 잠실 석촌호수로 갔다. 한참 달리다가 그만 쉬고픈 마음이 든 순간, 가로수 조명이 딱 하고 켜졌다. 마치 누군가가 나를 위한 이벤트를 해준 것처럼.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녹았다.


잠시 서서 달리느라 미처 못 본 호수로 시선을 돌렸다. 무지갯빛 조명이 비추는 다리, 칸칸이 불이 켜져 있는 마천루, 호수에 비친 놀이공원… 이들과 함께 내가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힘들다, 못 뛰겠다는 생각이 싹 사라져서 또 달렸다.


물론 이 한 순간이 꾸준한 달리기를 만든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다독임들이 쌓여 하루하루를 만들고, 매일을 잘 살아냈다는 생각이 모여 10년, 20년의 꾸준함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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