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모닝런 요정’ 장희은 러너 ①
독자들에게 질문! 슬로우 러닝(느리게 달리기)을 오래 지속하면 러닝 실력이 더 좋아질까?
답은 YES! 다만 빠르게 달릴 때와 느리게 달릴 때 발달하는 근육 차이는 있다고 한다.
빠르게 달리면(고강도 운동) 폭발적인 힘을 내는 속근이 발달하고, 후자(저강도 운동)의 경우엔 지구력과 산소 사용력을 높이는 지근이 발달한다. 그리고 지근이 강해질수록 긴 거리를 더 적은 힘으로 달릴 수 있게 된다. 특히 아침 공복에 슬로우 러닝을 하면 지방 연소 효과가 극대화 된다고 하니,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하는 러너들은 슬로우 러닝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할 것 같다.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아침 슬로우 러닝의 힘을 알고 실천하는 러너로 유명하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34시간 동안 원고 쓰기에 집중했다. 오후에는 작업실 근처에서 12시간씩 달렸고, 밤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든 걸로 알려져있다.
필자가 지난 8월 인터뷰한 장희은(1991년생) 러너 역시 모닝 슬로우 러닝의 대표 주자다. 매일 아침 여의도공원과 당산 한강공원에 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필자가 그와 처음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여의도공원에서 함께 뛰면서였다.
장 러너의 러닝 시각은 새벽 5~6시다. 그리고 한번에 10km 이상을 뛰는 날이 많다. 페이스는 630~700. 혼자 뛰던 그에게 인근 거주 러너들이 합류하면서 일종의 모닝런 팸이 형성됐다.
왜 아침에 뛰는 걸 선호하세요?
저는 원래 러닝을 시작하기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출근하는 루틴으로 지내왔어요. 어릴 때부터 항상 아침에 일찍 일어났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완전 아침형 인간이라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학생때도 학교가기 전에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고 등교하고, 시험기간에도 일찍 학교 가서 공부한 것 한 번 더 보고 시험보고 그랬어요.
어릴 때 주말 중 하루는 가족끼리 6시30분에 일어나서 아침에 등산하고 아침밥 먹는게 저희 가족 루틴이었거든요. (어릴 때 살던 집 근처에 ‘수암봉’이라고 왕복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낮은 산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초등학교 때까지 모든 사람들이 다 밤 9시면 잠을 자고 새벽 6시에는 일어나는 건 줄 알았어요. (웃음. 진지. 진짜..)
아침에 뛰는걸 선호한다기 보다는 그냥 아침에 일찍 눈을 뜨니까 아침에 운동 하는거 같아요.
저녁이 되면 몸이 천근만근인데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는 몸이 새 것(?)처럼 개운하고 가볍잖아요. 대신에 밤에 ‘엄청’ 일찍 자요.
러닝을 위해 노력한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쭉 이런 생활 루틴을 유지해왔다니! 존경스러우면서도 왜 그가 꾸준히 아침에 뛸 수 있는지 이해가 갔다.
장 러너는 본인이 아침형 인간이라는 걸 중학생 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중학생 때 친구들이랑 주말에 시내에 가서 놀 일이 생겼어요. 만날 시간을 정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아침에 집에서 여유 부릴 거 다 부리고 만나도 10시면 여유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그럼 주말이니까 늦잠도 자고 10시에 만날까?’ 했는데 친구들이 ‘일요일에 늦잠도 자고, 10시까지 약속장소에 어떻게 가?’라면서 당황하는 거에요. 그때 ‘어? 이게 아닌가?’ 하면서 ‘내가 일찍 일어나는거구나’ 라는 걸 알았어요.”
물론 장 러너가 평생 ‘새 나라의 어른이’이기만 했던 건 아니다. TMI를 한 가지 하자면 이성과 썸을 탈 때는 졸린 것을 꾹 참고 새벽 1~2시까지 연락을 하고 하는 평범한 ‘인간’이다.
“왠만한 연락은 졸리기 시작하면서부터 그냥 안봐요. 그래서 원래 8시-9시부터 연락이 두절(?)되요. 그러다보니 밤 10시, 11시 넘어서도 톡을 하고 있는 저를 보면 ‘뭐야, 내가 이사람한테 관심 있나?’ 하고 느끼죠,”
하지만 이런 변수 속에서도 3~4시간으로 수면 시간을 줄일지언정 ‘아침 운동’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꼭 지켰다고 한다. 올해 9월부터는 다니던 수영장이 공사로 문을 닫아서 수영을 쉬고 있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새벽 5시 반쯤 일어나서 운동할 거(러닝, 수영) 다 하고 씻고 출근을 한다는 점! 이 말을 들었을 때 그의 단단하고 작은 몸에서 왠지 모를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근데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세요. 매주 목요일은 저녁에 훈련이 있어서 그날은 12시 넘어서 자기도 하고, 약속이 있으면 늦게까지 깨어있어서 그런 날은 밤늦게도 모두와 연락 잘 합니다.”
러너로서 자신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 장점이요? 그냥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꾸준히 하는 거요. 의연하게 모든 상황을 그냥 넘기려고 해요. 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더 그렇게 됐다고 해야할까요. 이 장점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운동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제 인생에서 이루고 싶은 한 가지가 분명하게 있어요. 그래서 ‘그걸 위해서 체력을 길러야지’ 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이룰 수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 일수도 있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고 싶어서 운동을 하는 거고, 일을 하는 거고, 노는 건데 그냥 그 모든 걸 아무생각없이 꾸준히 하게 돼요.
구체적으로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
제가 원래 깊게 생각하는 걸 안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리고 생각이 깊지도 않고요.
그래서 어렵고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든, 복잡한 일이든 그냥 그러려니 해요. 계획이 틀어지고 상황이 원하는대로 안흘러가도 그냥 별 생각 안하고, 하려고 했던 것만 꾸준히 하는거 같아요.
그래서 스트레스가 거의 없어요. 말하고 보니, 스트레스가 없는 게 장점인가 싶기도 하네요?
장희은 러너에게 러닝은 제2의 ‘인생 운동’이다.
러닝을 처음 시작한 건 2019년이에요. 그때 지인이 러닝크루를 했는데 계속 같이 러닝하자고 저를 설득했죠. 그땐 이렇게 러닝문화와 크루가 활성화 되지도 않았고 초중고 체육대회에서 제일 싫어했던 게 달리기라서 ‘도대체 왜 뛰어야 되냐?’라며 거절했죠. 근데 제가 좋아하는 수영을 같이 해줄 테니 러닝도 같이 하자고 ‘런러팅’을 하더라고요. 당연히 저는 “절대로 싫다”고 했죠. 초중고 체육대회 때 달리기를 제일 싫어했거든요.
왜 달리기가 싫었어요?
체육대회에서 달리기를 하면 맨날 꼴찌로 들어왔어요. 꼴찌로 들어올 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린 마음에 너무 창피한 거에요. 부모님께선 그런 제가 마냥 예쁘고 귀여우셨는지 맨날 웃으셨죠. 제 앞에 뛰는 애랑 거리 차이가 너무 났으니까요. 그런데 그때의 저는 그런 시선이 창피해서 싫었어요.
남친의 제안을 미루고 미루다가 거의 끌려가듯이 한번 남친의 크루원들이랑 한번 뛰었어요. 당연히 거의 제대로 못 뛰었고 페이스도 7분이 넘었을 거에요.
게다가 지가(?) 뛰자고 해놓고 혼자 빠른 페이스로 친구들이랑 뛰어가고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랑 뛰게 된거에요. 그땐 그것도 화가 났고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제가 추운걸 정말 못 견뎌 하거든요. 춥고 힘들고 이미 난 삐져있고 그러니까 더더욱. 그날 이후 ‘러닝 진짜 안해야지’라는 생각이 확고해졌죠.(웃음)
그렇게 싫은 러닝인데 어떻게 다시 시작한 거에요?
코로나 시국 이후 러닝과 거리가 멀어졌고 재미 위주로 다채롭게 운동을 하는 ‘원래의’ 제 생활로 돌아갔어요. 그러다 작년 여름에 살이 너무 많이 쪄있는걸 보고 제가 너무 싫었어요. 살을 빼야겠다 싶어서 눈 딱 감고 시작해본 게 러닝이에요. 수영은 계속 해오던 운동이니 ‘살을 빼기 위한 운동’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아직도 못뺐어요.
그런데 러닝이 이렇게 재밌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