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모닝런 요정’ 장희은 러너 ②
그러니까 장희은 러너가 본격적으로 러닝을 한 건 이제 1년 정도 된 셈이다. 그는 4월 6일 군산새만금마라톤 풀 4:12:33, 9월 21일 서울 어스마라톤 하프 1:53:00에 이어 10월 12일 서울레이스(하프 1:52:42)로 실력 향상을 증명하며 초보 러너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장 러너에게 서울레이스에서 하프 PB를 경신한 서울레이스의 소감을 물었다.
“서울레이스 이틀 전인가 하루 전날 갑자기 하프를 1시간50분 이내로 들어오고 싶다는 이상한 목표가 충동적으로 생긴 거에요! (제가 극P거든요. 준비없이, 대책없이 일단 해보는 일들이 많아요.) 그래서 같이 뛰는 친구들 카톡방에서 혹시나 함께 할 사람을 찾았더니 저 포함 4명이 모이게 됐죠.
그렇게 1시간50분을 목표로 시작했는데, 잘 안뛰던 페이스로 뛰다보니 후반가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1시간50분은 포기하고 뛰려는데 그래도 직전 대회였던 어스마라톤 하프 1시간53분00초 보다는 빨리 들어오고 싶기도 하고 조금 무리하면(?) 가능할거 같은 거에요.
근데 마침, 마지막에 뛰꼬양 친구가 3km정도를 빠르게 끌어준 덕분에 새로운 pb를 세우게 됐어요.“
대체 평소엔 슬로우 러닝을 즐겨 하는데 대회 때 폭발적인 힘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
장 러너는 모닝런 요정답게 ‘충분한 수면’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겸손이었다.
“조깅을 좋아해서 평소에는 거의 630-700 페이스로 뛰는데 대회 뽕인건지 신기하게도 대회에서는 평소보다 페이스가 잘 나오는 편이에요. 다들 원래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평소에 이렇게 뛰라고 하면 절대 대회 페이스로 못 뛰어요. 뛸 수 있는데 안 뛰는 걸지도 모르죠”
사실 장 러너의 열정은 이미 풀코스를 몇 번 뛰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가 700페이스 전후로 슬로우 러닝을 하며 빨라지고 싶은 욕구(?)를 자제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뛰는 게 재밌어서! 부상이 와서 몇 개월을 못 뛰게 될까봐.
“사실 작년에 첫 풀을 뛰고 아직 왼쪽 골반이 좀 아프거든요? 빨리 뛰거나, 너무 오래 뛰거나, 무리한 날, 억지로 뛴 날에는 왼쪽 골반에 자극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빨리 뛰다가도 스스로에게 ‘희은아 자중해. 너 이렇게 뛰면 골반 아파서 결국 못 뛰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의 ‘러닝 추구미’를 물었다.
“여전히 제 몸이 가는대로만 뛰자는 게 제가 추구하는 러닝의 방향성이에요! 저는 빨라지고 싶지 않아요.”
필자도 이에 100% 동의했다. 러너에게는 뛰고 싶어도 못 뛰는 게 제일 큰 벌칙이자 고역이니까.
“자꾸 대회 기록 욕심이 스멀스멀 생기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저를 진정시키고 누르고 있어요. 부상 와서 못 뛰게 되는 게 제일 걱정이에요.”
그만큼 러닝이 장 러너에게 중요하다는 말로 들리는데. 러닝은 본인에게 어떤 존재에요?
러너 인터뷰인데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러닝은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운동’이에요. 수영만큼 평생운동이다! 이런 느낌은 아니거든요.
저한테 가장 중요한건 사실 운동, 러닝은 아니에요. 제가 운동선수는 아니니까요.
운동은 그냥 내 삶의 목표를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러닝은 ‘지금’ 마음이 너무 가는 운동이에요. 언제 다른 재밌는 운동, 좋아하는 운동이 생기면 러닝 말고 다른 운동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추위에 정말 취약해서 겨울이면 집에만 있거나 실내에서만 놀고 실내 운동만 하거든요. 제겐 이번 겨울에도 과연 내가 러닝을 하고 있을까? 이거부터 미션이긴 해요.
물론 지금 마음으로는 너무너무 재밌고 좋아서 겨울이 와도 해야지! 싶지만, 저도 저를 잘 몰라요.
그전에 도전했던 필라테스나 F45(팀트레이닝)도 처음 시작할 때 ‘와 나 이거는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아’ 했는데 3~4년 지나니 흥미가 떨어지고 다른 운동으로 갈아탔거든요.
그래도 그건 있어요.
그냥 마음이 다른 운동으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꾸준히 할 수 있는 만큼 뛰어봐야지 라는거요.
마치, 연애처럼 러닝에 대한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말로 들렸다. 그리고 오히려 미련없이, 집착없이 러닝을 하고 있기에 순간순간에 충실할 수 있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겠구나 하는 인사이트를 얻었다.
필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장 러너가 말했다.
“수영처럼 이건 평생 운동이야 라고 생각하며 러닝을 했다면, ‘어차피 오래 할 건데~’라면서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을지도 몰라요. 저는 무슨 일을 하든 ‘나를 갈아 넣어가면서까지 하지 말자’ 주의에요.”
“요즘 하도 제가 러닝을 자주하니까 제 언니가 ‘왜 그렇게 뛰어?’ ‘누가 총 들고 쫒아와?’라고 한 적이 있거든요? 왜 그렇게 뛰고 힘들어하는 거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왜 뛸까, 뭐가 재밌어서 뛸까? 생각을 해봤어요.”
그 답을 찾았어요?
네. 성취감에 목말랐나봐요 제가.
학교 다닐 땐 ‘이번 중간고사에 몇 등 해야지’ ‘이번에는 이번 학기에는 뭐를 해내야지’라는 게 있었잖아요. 그게 꼭 성적이나 공부 관련된 게 아니더라도 목표가 있었죠. 그런데 직장인이 되면서서부터 딱히 목표가 없잖아요. 업무상의 어떤 목표를 달성해도 나의 월급은 똑같고, 나한테 돌아오는 거는 상사의 칭찬 정도뿐이다 이 생각을 하니까 제 입장에선 동기부여가 사라졌다는 느낌이 컸어요. ‘나는 그저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을 하니까 내면에 뭔갈 달성하고픈 갈증이 있었나봐요.
공감되는 포인트네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요?
전 어릴 때부터 뭔가를 달성하고 성취감과 뿌듯함을 느끼는 걸 좋아했던 사람이었던 거에요.그게 러닝과 맞아떨어져서 몰입하게 된 거죠. 예를 들어 오늘 10km를 뛰었다면 ‘회사에서 대충 일하고 집에 가서 퍼질러 자도 오늘 하루가 너무 뿌듯할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일을 하면서는 오늘의 할 일을 다 끝내고 퇴근을 해도 뿌듯함을 느낀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아침에 뛰고 출근했을 땐 ‘나 뭐 해냈다’ 느낌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뛰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장희은 러너의 남은 하반기 대회
11/2 제마 풀
11/8 월드비전 10K
11/9 세이브레이스 10K
11/16 고베마라톤 풀
11/30 스포츠서울 10K
12/6 한강시민마라톤 5K
“하반기 대회 목표요? 제 몸 컨디션이 되는 페이스로 뛰는 거, 그뿐이에요. 저는 목표 두지 말고 마음 가는 페이스로 뛰는 사람이에요. 지인들이 목표 페이스가 몇이야? 이렇게 물어볼 때마다 목표 페이스가 없다고 말해요.
그리고 진짜로 러닝에서 기록 목표는 없어요. 그냥 꾸준히 뛰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까지 건강하게 뛰자는 것. 그날 컨디션이 되는 대로 뛰자는 게 제 생각이에요. 그냥 쭉 뛸 수만 있으면 됩니다.”
(그래도 마음의 소리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목표는 서브4를 언제 한번은 해보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