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을 ‘내 것’으로 만든 시간들”

‘중고 신입 러너’ 조인협②

by 아임유어엠버
조인협 러너의 마라톤 주요 참가기록 (풀 완주 총 7회)

2022.10.23 춘천마라톤 (첫 풀) 3시간 52분

2023.03.19 서울마라톤 3시간 14분

2023.11.05 JTBC마라톤 3시간 12분

2025.11.02 JTBC마라톤 3시간 4분

트레일러닝 주요 참가기록

2023.04.29 코리아 50K 완주(53.35km)

2023.06.11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km 완주


초여름인 6월부터 JTBC마라톤(2025년 11월)을 꾸준히 준비해왔어요. 큰 부상 없이 계획대로 훈련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게 무엇보다 만족스러웠어요. 여름 내내 더운 날씨 속에서도 혼자 하기 힘든 훈련을 동료들과 함께하면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많이 단단해졌습니다.



올해 JTBC 마라톤에서 싱글 기록(3시간 4분 58초)을 낸 조인협 러너는 이렇게 회고하며 아련해졌다. 그는 힘들 때마다 ‘부상 없이 꾸준히’라는 목표를 뇌리에 새기며 포기하고 싶은 위기를 견뎠고, 자신과의 싸움에서 마침내 승리했다. 올해 3월 동아마라톤 기록보다 9분 단축이라는 PB(개인최고기록)를 달성한 것이다.


“대회 당일에는 32km 지점에서 페이스 다운이 오긴 했지만, 그때 “이제 10km 러닝 시작이다”라고 마음 먹으며 페이스를 늦춘 후 다시 점점 끌어올렸어요. 런위드주디와 뛰꼬양 친구들의 뜨거운 응원과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후반부 오르막을 넘어 마지막 약 1.4km에 남은 힘을 다했습니다.


그는 이제 내년 서울마라톤(동마)에서 러너들의 ‘로망’인 서브3(3시간 이내 완주)를 향해 달릴 계획이다.


조 러너는 이처럼 러닝을 ‘내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어떤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까.


“저는 길게, 오래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내 것’으로 만드는 초창기 습관 들이기가 너무 힘이 드니까 그러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조 러너가 처음부터 러닝을 루틴으로 삼았던 것은 아니다. 2019년 7월 러닝을 처음 시작한 이후 자신의 것으로 길들이기까지 장장 6년이 들었다.


그는 집(문정동)에서 멀지 않은 탄천 둘레길을 3~5km씩 일주일에 한 번꼴로 뛰었다. 그러다 2019년 11월 전직을 하고 약 1년 후 현 거주지인 도봉구로 이사를 가면서 다시 말해 ‘현생’에 집중하기 위해 러닝을 잠시 쉬었다. 본격적으로 러닝에 집중한 건 2021년 가을쯤부터다.


“가끔 혼뛰를 하다가 2022년 3월쯤 코로나가 한창이던 때 대학교 선배 형이 원주에 살며 만든 러닝 크루의 러너들과 100일 매일달리기 챌린지를 했어요. 그 챌린지를 해내고 5~6월쯤부터 ‘이대로 러닝을 꾸준히 하는 러너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갖게 됐죠. 왜냐하면, 100일 동안 달리기 습관이 생기면서 러닝이 제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잡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후 엑스크루라는 채널을 통해 러닝 크루(알로그)와 잠시 인연을 맺었다. 매주 정기런에 참석하면서 러너들과 교류하며 ‘러닝씬’에 발을 내디뎠다.


“그런데 대회 경험은 없어요. 대회 출전을 위해 훈련 위주의 달리기를 하고 싶었고 러닝크루활동은 그런 훈련 욕구를 충족해줄 수 없었어요. 2022년 12월부터 러닝아카데미 ‘런위드 주디’에서 훈련을 시작했어요. 이 시기에 속해있던 ‘미남런’이라는 러닝 크루의 크루원들과도 장거리 러닝을 하며 제 훈련 욕구를 채워주었죠. 대회도 미남런 분들이랑 많이 나갔어요.”


러닝으로 변한 건 뭐에요?

외적인 다이어트 효과나 인스타그램 피드와 같이 남들에게 보이는 부분에 대한 자신감이 처음에는 눈에 띄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내적인 자신감이 보이더라고요. ‘내가 러닝을 꾸준히 하고 있다’라는 거에 대한 자긍심이 요새 생겼어요. 자연스럽게 내가 이렇게 살고 있다는 걸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만약 제가 가수라고 가정을 한다면 ‘내가 이런 음악 활동을 해요’라는 걸 앨범을 내는 행위로 보여주잖아요. 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표현하죠. 핵심은 자랑하거나 과시하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제 삶을 세상에 그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라는 거에요.


런트립을 자주 하셨던데

지방대회 중엔 2022년 9월 공주 마라톤 대회가 처음이었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최근 런트립은 2025년 9월 양양마라톤이에요. 10km 코스 출전이었지만 달리는 내내 비바람을 맞으며 뛰어서 기억에 남고요.



유독 애정하는 대회는요?

경포 마라톤이요. 2022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참가했거든요. 제 10km 최고 기록도 여기에서 나왔어요. 22년이랑 23년엔 10km 출전했고 24년에는 하프를 뛰었어요. 수술(2024년 1월)하고 나서 첫 하프 대회였죠. 제일 재밌게 뛴, ‘내가 이제 다시 잘 뛰는구나’ 하는 기쁨을 준 하프 대회였어요.


이 대회가 좋은 이유는 대회가 토요일에 열려서 다음날 하루 여유를 갖고 여행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경포해수욕장에서 대회가 열려서 다 뛰고 바로 입수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에요. 코스도 평탄한 편이에요.


“달리기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달리는 삶의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며 보낸 시간은 정말 값졌습니다. 어떠한 과업을 이루려면 조급함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 뛰조 인스타그램 게시글


조 러너를 대표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에이레이서’(아식스 엠버서더)다. 2024년부터 1기 멤버로 시작해 2025년 하반기에 들어서며 4기를 맞았다. 70여명의 러너들 모두 교과서 같은 존재들이며 꾸준함과 열정을 배운 점이 좋다고 조 러너는 밝혔다


에이레이서는 아식스 엠버서더인 건가요?

엄연히 얘기하면 타 브랜드에서 말하는 엠베서더나 의류 피팅 모델과는 조금 달라요. 연예인들을 모델로 쓰면 대중성이나 스타성이 높겠지만, 아식스가 저같은 마스터즈 러너(비엘리트 성인 러너)를 에이레이서로 선발하는 이유는 브랜드 제품을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마케터로 활용하기 위함이라 생각해요. 마스터즈 러너들 입장에서 ‘이 사람처럼 뛰고 싶다’ 내지는 ‘이 사람 뛰는 게 굉장히 본받을 게 많다’ 싶은 마스터즈 러너들을 주로 선발한 거 같아요. 저는 결코 그 정도의 멋진 러너는 아니지만 저의 잠재성을 보고 뽑으신 거라 생각하여 감사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에이레이서에 뽑히기도 어렵지만 자격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걸로 알고 있는데요. 어떻게 4기까지 해오실 수 있었나요?

저는 불행하게도 선발되자마자 발목 수술(2024년 1월)을 하게 됐어요. 다행히 아식스에서 제 사정을 들으시고 활동을 좀 유예해주셔서 재활을 하고 계속 이어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저한테는 큰 행운이죠 뭐!


그런 아식스에 한마디 한다면요?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옷 사 입으면서 피드 올리는 사람들과는 마음가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를 일반인 모델로 인정해준 브랜드이니까 러닝에 대한 자신감을 덤으로 얻은 셈이죠. 보살핌 받는다, ‘모자람 없는 지원을 받는다’ 하는 느낌이 확실히 있어요. 그리고 거짓말 아니고 제가 아식스라는 브랜드를 좋아해요."


간호사 출신이시니 비의료인으로서 궁금했던 것도 질문드려볼게요.

“러닝 하면 나중에 무릎 관절 안 좋아지고 늙어서 고생한다” 이 말에 동의하시나요?

“아니요. 반박하고 싶어요. 부모님 세대 어른들이 많은 사례가 있기 때문에 하시는 걱정 어린 말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무리한 운동과 이후 스트레칭과 찜질을 충분히 안 해온 데미지가 장기간 누적되어 나타난 관절의 퇴행이라고 생각되요. 운동 끝나고 얼음찜질이 어렵다면 찬물 샤워로 부어있는 근육과 관절의 열을 낮춰주고, 자기전이나 아침에 온수 샤워로 혈액순환이 잘 되게 해주면 좋아요.


특히 장거리 러닝이나 대회 후엔 우리 몸이 스스로 염증을 가라앉히려다 보니 피의 순환이 확 즐어서 근육과 관절이 붓는데, 이때 술을 마시면 염증이 잘 가라앉을까요? 불충분한 회복과 음주가 습관화 되면, 결국 러닝이 몸을 단단하게 만드는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 참고로 저는 방구석 개똥철학가에요. 제 답은 제가 아는 사실에 근거한 의견일 뿐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수 있음을 밝힙니다.


마지막 질문이에요. 러닝은 조 러너에게 어떤 존재에요?

강박을 가지고 옥죄는 식의 취미 활동이 아니라, 건강한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러닝이 단순한 건강 증진을 넘어, 제 삶에 전반에 도움이 된다고 믿어요.

다만 결혼을 하면 결혼 생활을 해야한다, 아이를 낳게 되면 육아를 해야한다, 회사에서 야근을 시키면 러닝을 못한다... 이런 현실에서의 과업이 있잖아요. 그래서 ‘러닝이 무조건적으로 최우선이야’ 라는 말은 못해요.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그냥’ 뛰는 거죠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