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 그 후, 워너비 '러닝 고문' 조은율①
전 세계 통계를 모은 비공식 사이트에 따르면, 2025년 현재 기준 매년 전 세계에서 풀코스 마라톤 완주자는 130만명, 이는 전 세계 인구(약 80억)의 0.17% 수준이다. 그리고 마라톤 완주자 중 약 2.65% 만이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마친다고 한다. 이걸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서브3 주자(마라톤을 3시간 안에 완주하는 사람)는 전체 인구의 0.00036%~0.00043% 정도다.
챗지피티 추산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풀코스 러너는 전체 인구의 약 0.08% 내외이며 그 중에서도 서브3 러너는 0.001%도 안 되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즉 서브3는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기록인 셈이다.
그럼에도 필자는 러닝씬에서 서브3 주자를 어렵지 않게 만난다. 그리고 많은 러너들이 서브3를 꿈꾸며 훈련에 매진한다. 과연 러너에게 서브3란 어떤 존재일까, 그들이 뛰는 이유는 서브3 달성이 전부일까? 목표를 이루고 나면 그 다음엔 어떤 런생이 펼쳐질까.
지난 9월 중순 필자가 만난 ‘서브3 주자’ 조은율 러너는 “서브3는 둘째 치고 마라톤을 뛰는 것도 희귀한 일”이라고 공감했다. 그는 “어린 시절의 관점으로 하면 이봉주 선수나 하는 도전인데 마라톤을 뛰는 러너들이 많다보니 풀 한번 뛰어보자는 생각을 쉽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솔직히 비러너 친구들 사이에서는 5km를 쉬지 않고 달리는 것도 신기한 일이에요. ‘풀코스 대회 완주’가 러너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흔한 일로 치부되는 걸 보면서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런 걸 보면 러너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조 러너는 2023 서울동아마라톤(3:57:07)으로 첫 풀코스를 완주한 후 2023 JTBC 마라톤(3:51:27), 2024 철원DMZ마라톤(3:44:20), 2024 JTBC마라톤(3:12:50), 2025 서울동아마라톤 (2:52:36)까지 승승장구하며 풀마 꽃길을 걸었다.
풀코스를 뛴다는 결심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요.
어쩌다 처음 대회에 나가게 되셨나요?
2022년 서울레이스 하프 대회를 준비하면서 각성하고 달리기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어요. 그전엔 친목 도모의 수단이었다면, 기록을 단축해보자!하는 목표가 처음 든 순간이었죠. 그 대회 하프 기록이 1시간 45분 47초로 나왔어요. 나 해냈다! 하면서 감격에 젖어 뒷풀이에 갔죠. 그런데 러너들 아시잖아요. 러너친구들이 저한테 “이 정도면 풀 뛰어도 되” 하면서 ‘풀스라이팅(풀코스 가스라이팅)’을 한 거에요. ‘오늘 뛴 거리를 한번 더 뛰어야 한다고?’라는 생각에 ‘못한다’고 생각을 했죠. 그런데 사람들 앞에서 ‘풀코스 도전할 사람’으로 박제를 당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해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게 된 거에요.
조은율 러너의 풀코스 대회 기록
2023.03.19 서울동아마라톤 3:57:07
2023.11.05 JTBC 마라톤 3:51:27
2024.09.08 철원DMZ마라톤 03:44:20
2024.11.03 JTBC마라톤 3:12:50
2025.03.16 서울동아마라톤 02:52:36
첫 풀코스 대회에서 어려웠던 점은 뭐였나요?
엄청 많았죠. 가장 크게는 러닝화요. ‘제대로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카본화를 그때 처음 사서 신었어요. 사람마다 적응력이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는 카본화에 바로 적응을 못했는지 발목이 많이 안 좋아졌어요. 신발 사이즈도 저랑 안 맞았나봐요. 발에 꽉 맞게 신는 편이었거든요. 그때까지만 해도 러닝화끈 묶는 팁조차 모르는 런린이었거든요.
특히 지옥 같았던 게, 러닝화가 제 발에 딱 맞으니 엄지발톱이 보라색이 되더라고요. 러닝화 끈을 제대로 안묶으니 대회 중 풀어져서 다시 묶고 풀고의 반복이었어요. 그래서 아예 꽉 묶어놨더니 이번엔 발목에 피가 안 통하는 거에요.
결국 20km 즈음에서 다리 통증으로 큰 고비가 왔어요. DNF를 할까 크게 고민했어요. 그러면서 멈췄는데 러너들이 저를 추월하는 데에서 자괴감이 오더라고요.
힘든 순간을 버티게 해준 생각은 뭐였나요?
‘다른 러너들도 나처럼 힘들다’, ‘내가 힘든 거보다 더 힘든 사람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었죠. 그리고 지인들의 응원이요. 30km 지점에서 발목에 감각이 없어서 포기하고 싶었는데 저 멀리 크루의 응원단 깃발이 보였어요. 완주하자! 하면서 힘을 냈죠. 그렇게 완주한 서울동아마라톤 기록이 3시간 57분이었어요.
“2023년 겨울에 러닝을 한동안 못했어요. 한의원 가니까 아킬레스건염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때 술을 많이 마셔서 86kg까지 쪘는데요. 체중이 평소보다 늘면 확실히 몸 움직이는 게 힘들어요. 그러면 운동을 못하게 되죠.
그마음을 설명하자면 '나는 하고 싶은데 몸이 아파서 못하는 거'인데요.
이게 악순환이에요.”
조 러너는 지난 2024년 독하게 다이어트를 하고나서 기록이 가파르게 상승 곡선을 탔다고 회고했다. 열정에 불을 지펴준 것은 외모 관련한 외부의 시선이었다.
“제가 관심 있던 사람에게 뭘 하자고 할 때마다 단호하게 거절을 받은 시기가 있었어요. 거기서 충격을 받아서 몸 담던 러닝모임에서 탈퇴까지 했죠. 겨울에는 바람막이를 입고 뛰어서 티가 잘 안났는데 날이 따스해지니 사진 속 제 모습이 꼴 보기 싫더라고요. 거울을 일부러 안볼 정도로 무기력하고 자신감이 떨어졌어요. 식욕도 사라지고 하루를 아예 통째로 굶은 적도 있어요. 그래서 제대로 달라져보자고 생각을 하고 다이어트를 시작했죠.”
러닝을 시작한 이유가 사람마다 다양할테지만 조 러너에게는 ‘사람’이었다. ‘모이고 어울리는’ 행위에서 러닝의 재미를 느끼다보니 친목활동이 원활히 되지 않을 경우 외로움을 느끼는 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작년 겨울에 ‘죽었다’고 생각하고 훈련에 매진했다. 그렇게 독하게 마음을 먹은 후, 그는 올해 3월 동아마라톤에서 PB를 찍으면서 서브3 주자가 되었다.
“JTBC 마라톤에서 3시간12분 기록 세웠을 때 훈련을 과하게 안하고 살 빼는 데에만 집중했는데 효과를 봤어요. 느낌상 1kg 빼면 1km당 페이스 5초 정도는 단축하는 것 같아요. 올해 동마에서 서브3를 세운 건 훈련을 열심히해서였고요. 러닝 기록을 찾아보니 영하 14도 날씨에서도 뛰었더라고요. PAC라는 훈련프로그램 최상위 그룹인 S그룹에까지 올랐네요.”
다이어트 핵심은 뭐였어요? 비결이 궁금해요.
저는 다이어트 한다는 사람들에게 ‘설탕은 담배같은 것’라고 말해요. 당을 줄이려면 그걸 대체할 것을 만들어야하는데 저한테는 녹차였어요. 러너들이 운동하면서 이온음료나 콜라 엄청 마시잖아요. 그거를 줄여야해요. 이온음료의 경우 무조건 먹지 말라는 아니에요. 전해질이 있어야 근육 퍼포먼스가 올라가기 때문에 수축 이완을 위해서라도 전해질과 나트륨을 섭취하긴 해야해요. 그런데 뭐든 적당해야하는 거죠.
열량을 소모하는 행위, 즉 뛰냐 안뛰냐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해요. 열량을 소모한 이상으로 먹으면 살이 찌는 거죠. 그래서 저는 먹는 만큼 많이 뛰려고 노력했어요.
살을 빼고 나서 유지어터로 지내고 계신가요?
아니요. 유지를 못했죠. 자꾸 다시 살일 쪄서 ‘뭐가 문제지’ 하다가 인슐린 분비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거든요? 인슐린이 혈당을 낮추는 기능을 하는데 인슐린 기능을 활성화 하려면 적절한 체중 유지, 금연, 절주 등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단순히 적게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니라, 기초대사량 높이기 위해 아침밥도 거르지 않아야하고 충분히 수면도 취해야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또 뭐가 중요한가요? 일상에서 쉽게 지킬 수 있는 걸로 알려주세요.
물 많이 드세요. 그렇게하면 혈류가 빨리 돌고 신체의 순환기능이 좋아져요. 또 몸에 수분이 충분히 있어야 운동할 때 근육 퍼포먼스가 좋아집니다. 설탕 들어간 음식도 자제 하시구요. 피에 혈당이 섞여 관련 수치가 높아지면 피가 끈적해져서 혈류가 느려지거든요. 그러면 피가 원활하게 돌게 만들기 위해 심장이 빨리 움직일 수밖에 없어요.
서브3를 하기 위해 했던 하신 노력이 또 있을까요?
부상이 안 오게 관리하는 거요. 트랙 달리기 할 때 특히 왼쪽 무릎이 아프더라고요. 왜냐하면 한쪽 방향으로 달리니까 무릎 한쪽에 힘이 가중된 거죠. 그때 치료사 준비하는 친구 만나서 PT 상담 받으면서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실감했죠. 본훈련 앞뒤로 웜업(준비 운동)이랑 쿨 다운(마무리 운동)을 꼭 해야해요.
스트레칭 소홀한 제게 따끔히 조언 한마디 해주실 수 있나요?
하루 이틀 안했을 때는 당장은 괜찮은 것 같죠? 겉으로는 몰라요. 통증이 갑자기 터지기 전에 예방을 해야해요. 제일 힘든 훈련이 스트레칭 같기도 해요.
저도 그랬지만 많이들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모르다가 아프고 나서 깨닫는 것 같아요.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고 하는 일(또는 직장)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소중한 거는 곁에 있을 때, 평소에 잘 챙겨야해요.
조 러너의 조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1. 단 것을 줄인다.
2. 물을 많이 마신다.
3. 스트레칭을 잘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