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 그 후, 워너비 '러닝 고문' 조은율②
‘서브3 러너’라는 수식어는 사람을 으쓱하게 만든다. 조은율 러너에게도 서브3 달성이 자부심이었다. 그렇기에 올해 초는 그의 ‘런생 전성기’였다.
“저의 서브3 달성은 친구들 사이에서 일종의 사건이었어요. 저 역시도 ‘내가 이렇게 잘 뛸 수 있구나’ 하는 걸 처음 깨달은 계기였고요. 그런데 확실히 슬럼프는 성공 바로 다음에 오나봐요. 서서히 성장해야하는데 되는데 급속 성장을 하다보니 훈련 피로 누적에 몸이 아팠어요.”
조 러너는 인터뷰가 이뤄진 올해 9월 중순 심하게 ‘런태기’를 겪었다고 했다. 서브3를 이을 새로운 자극과 동력이 부재해서였다.
“올해 상반기에만 해도 뭐 하나 입상 한번 해보자라는 목표가 있었거든요. 그게 사라지니 옛날같이 훈련을 열심히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이전처럼 훈련을 하긴 하는데 재미가 없었어요. 강도가 가혹해지기도 했고요. ‘248(풀코스 2시간 48분) 해야지’ 뭐 이런 식으로 목표를 잡고 훈련하는 거 말인데요. 제가 무슨 전쟁 병기가 된 느낌이에요. 목표는 있더라도 이전처럼 간절함 없이 뛰니 고문이 돼버린 것 같아요.”
조 러너에게 러닝 동기유발을 하는 존재는 뭐였나요?
동료 러너들이요. 러닝 동호회에서 같이 활동하던 친구가 저랑 러닝 실력이 비슷했는데 확 성장하거나 새로운 활동을 하면 ‘우와 멋있다. 나도 저런 거 해볼까?’라는 생각을 해요. 그만큼 저한테는 인간관계가 목표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줬어요.
조 러너는 요새 새로운 재미를 찾아나서는 중이다. 바로 ‘가이트 포토’의 길이다. 광화문 등 외국인들이 자주 찾는 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사진 찍는 일을 도전할 생각이다.
그는 필자에게 어떤 활동 캡쳐본을 하나 내밀었다. 거기엔 “궁전에서 한복 입고 사진 촬영하기”라는 글씨가 적혀있었다. 이외에도 등산하는 관광객 사진 촬영 등의 직무를 고려 중이라고 한다.
왜 러너들은 힘들어하면서도 ‘대회 뽕을 맞고’ 풀코스 도전을 계속할까요?
불안감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해요. 몸이 아파도 불안해서 달리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그런 러너들 뜯어말리고 싶어요. 그러면 목표 못 이룬다고 생각하거든요.
러닝 생활을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지금 어떤 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어차피 나는 꾸준히 할 건데’ 하는 생각으로 달릴 수 있다고 봐요. 사계절이 존재하듯이 러너들에게도 롤러코스터라는 게 있잖아요. 대회 시즌에 좋은 기록 세우고 긴장 풀어져서 비시즌에 잘 먹고, 대회 앞두고 위기감 느껴서 열심히 뛰는 거의 반복이요. 굳이 말하자면 조였다가 푸는 맛이라고 해야할까요? 그게 아마 제가 풀코스를 다섯 번 뛰게 만든 힘이지 않을까 싶네요.
앞으로 조 러너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한번 올라가면 떨어질 생각을 안 하다 보니 ‘이제 기록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이런 막연한 두려움이 생기잖아요. 저의 경우 그 전엔 기록 단축의 폭이 컸는데요, 앞으로의 대회에서는 적정 수준만 달성하려고 해요. 3시간~3시간반 사이로 마라톤을 완주하는 정도로요.
어떤 러너가 되고 싶으세요?
러닝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요. 제가 어찌보면 시행착오 많이 겪은 러너거든요. 뚱뚱할 때 러닝으로 다이어트 해서 풀코스 서브3도 성공했잖아요. 대회 기록이 잘 나오긴 했지만 못 뛴 적도 분명 있었어요. 첫 10K 대회부터 잘 뛴거 아니에요. 노력해서 잘 뛰게 된 거니까 다른 러너들과 공감할 포인트가 많다고 생각해요.
일종의 어드바이저네요.
에이, 그렇게까지는 거창하고 고문 정도 어떨까요.
조 러너의 말을 듣고 막간을 활용해 고민 상담을 받아보았다.
“조 고문님, 근육 긴장도가 높은 편인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긴장도가 높다는 건 근육이 경직이 돼있다는 건데요. 근육 과사용이나 운동 전 후 스트레칭 부족으로 인해 근육이 딱딱해지는데. 이로 인해 근육내 혈류 산소 공급이 저하가 되고 유연성이 저하되어요.
또 관절 가동범위에 제한이 생겨 피로 골절 부상 발생 가능성이 있고 근육 파열과 염증의 위험이 있어요.
그러니까 러닝 전후 스트레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꼭 하셔야 하고 폼롤러도 자주 사용해서 뭉친 근육을 풀어줘야 합니다. 어쩌다보니 심오한 말을 하게 됐네요. 여튼 폼롤러와 친해지세요!"
“러닝씬에 어떤 게 생기면 좋을까요? 제안하고 싶은 문화가 있다면요?”
"러너들을 위한 진짜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우선 떠오르는게 유료 트랙인데 요즘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고 다양하게 뛰는 사람과 걷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랑 섞이다 보니 민원으로 인해 트랙사용이 불편한 점이 있더라고요. 잠실 보조 경기장이 유료로 운영되던 시절, 그곳은 정말 러닝하는 사람들만 모여서 너무 쾌적하게 뛸수 있었어요! 아무래도 유료로 운영되다 보니 산책하거나 가볍게 뛸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제대로 쾌적하게 뛸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빨리 뛰던 사람이 느리게 뛰면 자세가 달라져서, 빨리만 뛰어야한다는 말에는 동의하시나요?”
"개인적으로 느리게 뛸 줄도 알아야 빠르게 잘 뛸수 있다고 생각해요. 잘 뛰는 러너라면 천천히도 뛰면서 자신에게 맞는 편한 주법을 찾고 지근이 발달되어 오래 달릴수 있는 기능과 안정성이 생기는데 편한 자세는 결국 느린 속도에서 찾아야하거든요."
“러닝이 제일 돈 안드는 운동이라고 하는데 막상 해보니까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러닝화의 경우, 저는 여러 켤레를 용도별로 사야지 이런 러너는 아니에요. 하나를 제대로 사서 오래 신자는 주의에요. 실제로 러닝화가 해질 정도로 끝까지 신는 편이에요. 그리고 싸게 살 수 있으면 최대한 그렇게 해요. 지인찬스나 쿠폰을 활용해서 할인받아서 사요.
첫 풀코스 때 한번, 올해 서브3를 목표로 열뛰했을 때만 마음먹고 신중하게 러닝화를 샀어요. 매장도 가서 신어보고 발에 안정감이 있는지도 테스트하고요.
러닝 초창기에 유명브랜드 인기 상품을 샀지만 제 발에 너무 안맞고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점을 후회한 후로 '발볼에 맞춰 발가락 부분은 조금 여유를 두고 사이즈를 고르자'는 것에 집중했죠.
만약 누가 러닝화 조언을 해달라고 하면 신상품에 연연하지 말고 아울렛 가서 사라고 할 것 같아요. 실용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죠."
이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조 러너가 이렇게 반문했다.
“옛날 선수들 기록은 현대적 러닝상품 카본화와 같은 제품 없이도 아직까지 현재 최고기록 수준이지 않나요?”
말문이 막혔다. 조 러너가 말을 이어갔다.
“다들 없는 상황에서도 헐벗고 뛴 거죠. 어찌보면 요즘 러너들이 각자의 선택으로 돈을 많이 썼을 뿐이지 그 누구도 러닝을 위해 돈을 쓰라고 강요하지 않았어요. 사람이 바뀌어야 기록이 바뀌지, 아이템이 기록을 바꾼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의 말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었다. 서브3 러너라는 수식어로 이미 증명해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