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도 빛나는 이들에게
초1때부터 작성한 일기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 내 보물 1호다. 가끔씩 기댈 곳이 필요할 때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고 힘을 얻는데, 최근에는 한창 언론사 취업을 준비할 때 쓴 글을 다시 읽었다.
많이 위축돼 있었는지, 이런 말이 적혀 있다.
“그럴 줄 알았다. 나에겐 기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만큼은 기대했는데, 역시나.”
당시 나는 인턴으로 일한 회사에 신입 공채 지원을 했다가 ‘서탈’을 했다. 그 회사 인턴이었으니, 뽑힐 확률이 있겠지 했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그들은 안일한 나를 꿰뚫어봤을지도 모른다.
스쳐지나가는 실패 중 하나임을, 회사를 탓하길 보단 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게 맞는 줄 알면서도 날 뽑아주지 않은 회사가 원망스러웠다.
내 가치를 알아봐 주고 내 능력이 잘 발휘될 수 있는 곳에서 활약하면 된다고 나를 다독이면서도 그런 곳이 대체 있긴 한 걸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학입시를 앞둔 고등학생 때도 마찬가지였다.
수능을 본 후 진학상담을 했는데 담임선생님은 내가 한번도 고려해보지 않은 대학에 지원할 것을 추천하셨다. 실력에 비해 욕심이 컸던 때였는데, 문학에서 줄곧 배우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몸소 배운 계기였다. 여린 마음에 상담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해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담임선생님은 어찌할 바를 모르셨고, 남자인 그 대신 여자 선생님 한 분이 나를 달래러 화장실에 들어오셨다. 그 선생님은 가만히 나를 토닥거리시면서 대학이 전부가 아니라고 말씀해주셨지만, 그 말에 나는 더 엉엉 울었다.
대학입시부터 직장을 얻게 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맞닥뜨리면서 나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성공을 위해 노력한 시간들처럼 매순간 간절한 마음으로 산다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아름답게 바뀌리라.”
피겨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매력적으로 보였던 이유는, 빙판에서 넘어진 후 손으로 바닥을 팍! 박차고 일어나는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역시 넘어지는 일은 100번도 더 되는 상처였을테지만, 오히려 힘차게 맞서지 않았는가.
나도 누구한테 뽑히지 않았다고, 좋게 평가받지 못했다고 울적해질 수만은 없다. 평가자의 눈에 들지 못했다고 내가 녹슨 쇠 같은 존재가 되는 건 아니다.
나는 매순간 반짝거리고 있다.
멈춰있는 것 같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눈에 띄지 않지만 가능성은 뜨겁게 요동치고 있다.
스스로의 부족함에 좌절하는 순간에 도망가지 않고, 정진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나의 가능성을 믿는 것. 이것이 도전하는 내게 필요한 가장 큰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