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꿈의 시작! '피린이'가 되다

서른 넘어 피아노를 시작한 이유?

by 아임유어엠버
“상대에게 대항하는 방법은 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해내는 것”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1’에 나오는 명대사들 중에 이 말은 왜인지 헉하고 가슴 언저리에서 막혔다.


켁켁거리며 사례들린 말들을 토해냈더니 이런 게 나왔다. “지난 날에 대한 후회...” 와인 몇 모금에 두 볼이 발그레해졌다. 취해서가 아니라 가슴 깊이 자리하고 있던 열기에 달아오른 것 같다.


십대 후반부터 이십대 후반까지 드라마 PD라는 하나의 꿈을 꿨다. 직접 일을 해보면서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상대에게 대항하는 방법을 몰라서였다.


이 역시 누구도 아닌, 나의 문제다.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해도, 너무 외로워서 일하러 가는 게 두려울지라도 포기하면 안됐다. 상사가 나를 잘라도 다시 찾아가서 내가 잘못했으니 내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거나, 난 잘못한 거 없는데 대체 왜 그러냐고 바락바락 따져서 내 자리를 지켜야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투명인간처럼 살더라도 철판을 깔고 꾸역꾸역 사무실을 계속 다녀야했다.


그러나 당시엔 이 모든 선택지가 내겐 버거웠다. 그 어려운 ‘우직히 버티는 일’을 해내리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았다. 꿈 앞에서 확신을 운운하고 있다니.. 내가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건가?


현실에 타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꿈이 사라졌다. 내가 앞으로 뭐해먹고 살지가 문제인 상황에 꿈이란 말은 굉장히 사치스럽게 느껴졌다. 당장 친구 만나 밥 한 끼 할 돈도 여유가 되지 않는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는 게 무슨 소용이람. 가족들 고생시키는 건 생각 못하는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삼식이’!!!!


다시 꿈을 찾다


오래전 누군가가 직업은 꿈이 아니라고 말해줬던 이유를 알 것 같다. 물론 나는 직업을 꿈으로 삼지는 않았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밤에 푸르른 잔디밭에서 밤하늘 가득 뜬 별을 보기’를 포함해 100가지에 이르는 꿈들이 있었다.


그러나 꿈을 운운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 만큼 꿈을 잊은 지 오래다.


내가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고 싶었는지 같은.. 한때 정말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들이 더 이상 생각이 안 난다. 자신감이 없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인공심장을 차고 사는 것 같다. 아마도 꿈은 ‘나를 살아있는 것 같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게 하는 그 무언가’의 다른 말일지도.


사는 게 사는 것 같지가 않아서 ‘쓸데없는 일’을 시작했다. A4용지에 매직으로 길쭉한 네모들을 그렸다. ‘도’에서 ‘도’까지 세 번 반복할 수 있도록 여러 장을 테이프로 이어 붙여 두 시간이나 걸려 컴퓨터용 싸인펜으로 열심히 색칠했다. 그 종이를 책상에 붙여 피아노를 만들었다.


피아노는 내가 5~6살쯤 처음 배우기 시작해 초등학교 입학 전 ‘바이엘’만 반복하다가 포기한 악기다. 음악에 그다지 소질이 없기도 했고 끈기도 부족했던 것 같다.


나를 가르쳐줄 선생님은 바로 유튜브! 영상으로 강의를 들으며 종이 피아노 위에 손을 올리고 연습을 시작했다. 조금 부끄러워서 집에 혼자 있을 때 조심스레...


첫 도전곡은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정했다. 비교적 단순한 멜로디가 계속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따라하기 쉽지 않았다. 오른손 따로, 왼손 따로 연습하고 양손을 동시에 치려면 ‘렉’이 걸렸다. 영상을 멈추고 손의 위치를 확인하고 다시 틀기를 100번 가까이 반복한 것 같다.


일주일 동안 한 곡을 연습하기로 하고 첫 연습을 마무리 지었다. 피아노 때문에 하루가 두근거린다. 서툴러서 어려운 점이 많지만 그 조차도 극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길거리에 전시돼 있는 피아노 혹은 악기 가게의 피아노를 만났을 때 한곡쯤은 거뜬히 쳐내고 싶다.


아마 이런 것도 꿈의 하나라면, 나는 지금 다시 꿈을 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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