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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Aug 08. 2020

삐뚤어 질 거야!

나를 사랑하는 방법 프롤로그 -1-

한 달에 한 번, 총 4번을 만나는 독서모임이 있다. 마지막 모임에 나는 진행자 겸 발제자가 되어 참여했다.


대화시간이 모두 끝나고, 오늘의 소감을 묻자 ‘놀러가기’로 특별 참여한 L가 꼰대발언을 할 거라면서 운을 뗐다. 과거 광고회사 등에서 일해 개방적인 사고를 해왔다는 그는 우리 모임에서 새로운 느낌이 없었다고, ‘이런 말을 하겠지’ 싶었던 사람이 꼭 예상한대로만 말을 했다고 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이 내 뒤통수를 세게 갈겼다. ‘참신함’을 추구해온 사람으로서 듣기 좋은 말은 아니라 그랬고, 또 그 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가서 그랬다. L에 의하면 핑퐁 치는 느낌이 부족했다고 한다.


실제로 다른 모임에 갔을 때 사람들이 격의없이 대화나누는 걸 봤다. 한 사람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입을 열 정도로 서로 대화에 참여하려고 난리였다. 발제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아래만 보고 있고, 지목하지 않으면 말을 잘 하지 않는 우리 모임에 익숙해져있던 나로서는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임의 허점도 있다고 본다. 말을 하는 사람만 계속하게 되니까! 내가 게스트였음에도 배려같은 건 없었다. 빈틈과 침묵이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지켜보면서, 생각지 못한 인사이트를 얻는 점은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돈을 똑같이 내고 참여하는 건데 대화의 지분율이 불공평하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당시 내 옆에 앉아있던 사람은 3시간여의 모임 시간 중 3번밖에 발언기회를 갖지 못했다. 그것도 보다 못한 내가 말을 시켜 의견을 물어봐서 성사된 거였다.


반면 우리 팀원들은 배려심이 많다. 속으로는 말을 하고 싶어도 내가 말을 더 하면 다른 사람이 못하겠지? 싶어서 기다린다. 이 타이밍에 끼어드는 게 나을까 하고 망설인다. 그게 발제자가 되어 책상 맨 앞에 앉으니 확연히 눈에 보였다.


나와 공동 발제를 한 S의 말로는 본인은 지금껏 틀에 박혀 살아와서 그렇다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진행방식의 측면에서 도전적이지 못한 것이지 우리 모임에서 이뤄지는 대화의 내용에는 기발한 것들이 많다. 매번 그가 무슨 말을 할지 기다려지는 사람도 있고, 늘 피식 웃음이 터져나오는 답을 하는 분도, 그대로 따라 적고 싶은 충동을 느끼도록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만, 확실히 내가 ‘정도(正道)’를 걸으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생각은 들었다. GD의 노래가사가 말하듯 삐딱하게 살아볼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렇게, 내일은 저렇게,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음 말고!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완벽하다는 기준은 사실 없는 거니까), 모두를 만족시키려 하지 않아도 되고, 때로는 모두가 YES라고 말할 때 NO라고 반기를 드는 차별화도 둘 줄 알고 싶다. 착한 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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