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나를 위한 주문
어느 유튜브 방송을 보다가 이런 얘기를 들은 일을 기억한다.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할 때 그의 등을 다독여주듯, 내가 슬플 때 나를 다독여주라고.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손을 들어 가슴을 토닥였다.
“잘 버텨냈어, 잘 하고 있어, 그리고 앞으로도 잘 해낼거야!”
그날 이후로 스스로를 칭찬하는 버릇이 생겼다. 펑펑 울고 싶은 날, 불안감에 손이 덜덜 떨리는 날, 자존감이 낮아져 기분이 별로일 때는 조용한 곳에서 가만히 생각을 한다. 괜찮다, 괜찮다... 읊조리면서 놀랐을 가슴을 진정시킨다. 잠시 동안 그러고 나면 누군가 나를 위로해주는 기분이 든다.
최근에 누가 “올해 참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는데, 왈칵 눈물이 날 뻔했다.
맞아, 나에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지.
온 힘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았음에도 스스로를 칭찬하는 법을 몰라 오히려 다그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남들에겐 ‘고생했다’ 소리를 잘 하면서 정장 내게는 그 말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나를 치켜세우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새로운 해를 맞기 전에 목표를 적는 습관이 있다. 지난해의 메모를 살펴보니 ‘단단해지고 깊어지기’라는 말이 보인다. 내가 이전보다 단단해지고 깊어졌나? 가슴이 뜨끔한다.
그 외에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 ‘의사표현 잘 하기’ ‘취미 만들기’ ‘생각 줄이기’ 라는 다짐에서도 덜 완전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렴 어떤가, 모두 1년 가지고는 쉽게 해내기 어려운 것들이다. 내게 여유를 조금 더 주기로 한다.
나는 나를 되돌아보는 것에서 힘을 얻는다. 누군가가 내 시험지에 동그라미를 쳐주기를 기다리기보단, 스스로 판단해 자체 채점을 하는 편이랄까.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이대로 가면 되는 건지에 대해 남들보다 예민하게 고민하는 편이다.
버킷리스트나 보완해야할 점, 오늘 꼭 해야할 일 등을 적어두고 하루에도 몇 번씩 점검하면서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옮기려고 한다. 대단한 일인데, 지금껏 한 번도 대단하다고 생각해본 일이 없다.
2020년 한 해를 돌아보니 제법 칭찬할 거리가 많다. 게으름을 많이 피우기도 했지만 그와중에 잘한 점이 있단 건 대견한 일이다.
먼저 나는 이직에 성공했다. 코로나19로 채용시장이 얼어붙은 그 시기에 말이다.
간절히 일하고 싶어 자기소개서를 일주일에 몇 개씩 써 댈 때에는 찾아오지 않더니, 너무 바빠 좀 쉬고 싶을 때 즈음 찾아온 ‘행운’이 조금 얄밉기는 하다. 이전 직장에서 금요일까지 일하고 바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다 보니 달콤한 휴식을 누리지 못했으니까.
그래도 주어진 일에 감사함을 느끼며, 내 능력이 월급으로 교환될만큼 가치가 있나 하는 고민도 하면서 열심히 회사를 다닌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멈추지 않았다. 무교를 고집하던 내게 종교가 생겼고, 무서워서 바이킹도 못하는 내가 패러글라이딩에 성공했으며, 몸치를 극복하고 댄스계에 입문(?)했다. ‘트레바리’라는 독서모임에 가입해 좋은 동료들을 사귀었고, 파트너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아! 브런치 ‘나도 작가다’ 공모전에 지원한 것은 내게 큰 기쁨을 줬다. 작가로 선발돼 라디오 방송에 내 목소리가 나가게 됐고, 내 작가명 ‘해달별꽃’의 이름으로 인생 첫 책도 출간됐다. 6페이지이긴 하지만 당당히 책의 한 구석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영광스러웠다.
이 모든 일은 인생그래프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앞으로 작은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또 위로 혹은 아래로 뻗어가는 움직임을 그리며 거대한 그림이 될 테다. 점은 아주 작지만 그림의 밑바탕이 되기에 소홀히 할 수 없다. 나의 하루, 매 시간, 물 흐르듯 지나가버리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1년의 일을 벌써부터 걱정하고 궁금해하기 보단 남은 2020년을 귀하게 쓰기로 했다. 그날 해야할 일에 충실하고, 그날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과 진정성있는 소통을 하며, 지금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 잘 하자! 일단은 이렇게 쉽게 생각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