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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Feb 14. 2021

눈물인가 땀인가 모를 것이 흘러내렸지

이제야 밝히는 다이어트 성공기

 

가슴 깊숙이 넣어둔 욕망이 있다. 바로 다이어트에 대한 욕망이다. 살 빼기! 많은 이들이 새해가 되면 다짐했다가 작심삼일에 그치고 마는 공통된 소원이기도 하다.


살면서 다이어트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건강하고 날씬해서가 아니라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사건이 없어서였다. 거울을 자주 들여다보지 않을 정도로 꾸미고 단장하는데 취미가 없었다.


만약 누군가가 “너 살 좀 빼”라고 하거나, 셀카를 찍기 싫어질 정도로 살이 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면 각성했을 것이다.


내가 무지한 탓도 있었다. 뚱뚱하냐 말랐냐를 떠나서 건강을 위해 근육을 관리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건데 살을 빼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만 생각했다.


10년이 다 되도록 비슷한 몸무게를 유지해왔기에 체지방이나 근육량을 체크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못해봤다. 운동에 돈을 들이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운동은 늘 나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운동에 매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이유는 내가 게을러서였다. 직장에 다니다보면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대는 아침 일찍 또는 저녁 늦게인데, 잠을 더 자는 걸 택하거나 회식을 하는 경우 운동을 포기해야 한다. 점심 식사를 할 때도 상사의 입맛에 맞춰 식단을 택해야한다.


“운동을 해야해서 집에 일찍 들어가봐야 합니다” 혹은 “저는 샐러드를 싸와서요. 식사 따로 할게요”라고 말할 수만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그 말을 용기 있게 내뱉을 수 있는 근무환경이 아니었다.


2년 전, 잠시 백수였던 시절, 나는 큰 변화를 맞았다. 그때 여유로운 하루를 즐기면서 처음으로 나를 객관적으로 되돌아봤다.


불규칙한 생활과 야식 등으로 얼굴 턱선이 사라져 있었다. 이전에 입던 타이트한 옷들이 몸에 맞지 않았다. 제일 자주 입던 청바지 지퍼가 잠기지 않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밖을 나가기 싫어졌고 친구도 안 만났다.


그때 처음 자기 관리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혼자서 하면 의지가 쉽게 꺾일 것 같아서 헬스장을 다니기로 했다. 새로 산 운동복을 입고 동네에 있는 헬스장 중 가장 최근에 생긴, 시설 좋은 곳을 갔다. PT 한번에 9만원을 받는다고 했다. 금액에 ‘헉’했지만 찝찝한 마음으로 상담을 받는데, 운동쌤이 자꾸 내 배를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심지어 이런 말까지 들어야 했다. “어휴, 운동 빡세게 하셔야겠네요. 상황이 심각해보여요”. 두 손으로 볼록 튀어나온 배를 가리고는 도망치듯 헬스장을 나왔다.


그 다음으로 개인 PT를 해주는 동네 체육관을 찾아갔다. 오래된 3층짜리 건물에 있는, 만화 속에나 등장할 법하게 허름한 곳이었다. 10평도 안 되는 작은 체육관에서 퀘퀘한 먼지가 햇빛에 흩날리는 걸 보면서 PT쌤과 마주 앉았다. 쌤은 “책임지고 원하는 대로 만들어드리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당장 등록을 했다.


월급이 없는 백수로서 하기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나를 살릴 방법은 그것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차피 운동 아니면 집에서 할 것도 없었다.


센터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체중을 재고 PT쌤에게 꾸중을 들었다. 그 다음 500ml짜리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운다. 그리고 러닝머신에 올라 일정한 속도로 40분에서 1시간을 걷는다. 러닝머신에는 TV 모니터가 달려있지 않았다. 걷는 동안 오로지 내 움직임과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안 좋은 기억들이 나면 날수록 발의 감각에 신경을 돌리려고 애썼던 걸로 기억한다.


몸에 약간의 열이 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할 무렵 본격적인 운동이 시작된다. 매트운동부터 등근육 운동, 온몸 운동 등 기초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배워나갔다. 처음엔 1~2개 하고도 숨이 찼던 동작을 시간이 지나면서 10개 이상 거뜬히 해낼 수 있게 됐을 때 정말 뿌듯했다. 시간을 투자하는 만큼 산출되는 정직한 활동이 바로 운동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식단도 싹 바꿨다. 밥을 먹을 때마다 사진을 찍어 PT쌤에게 보냈다. 라면과 햄버거, 해장국을 달고 살다가 하루 두 끼를 샐러드로 먹으려니 쉽지 않았다. 한번은 분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PT쌤에게는 샐러드 사진을 보내고 오징어 튀김을 몰래 먹었는데 다음 날 체중을 재고 들통이 나서 혼났다. 그 이후론 딴짓을 안했다.


아점을 먹고 운동 다녀와서 씻고 점저를 먹고 나면 저녁이 됐다. 하루에서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 운동일 정도로 체육관에 가는 일을 중심에 뒀다.


체중도 하루에 10번 가까이 쟀다. 0.1kg의 증가에 심장이 철렁했다가 기분이 좋아지는 일상이 반복됐다. 내가 태릉선수촌에서 지내면서 대회 출전을 준비하는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인터넷에 연예인 식단을 검색해보고, 오픈마켓에서 원하는 재료를 주문해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닭가슴살도 어떤 브랜드가 맛있고 좋은지 비교하면서 먹었다. 목표 하나를 갖고 시간을 보낸 게 대체 얼마만인가! ‘대학’이 전부였던 고3 수험생 때처럼 하나에 전념할 수 있어서 정신이 맑아졌다.


 원하는 때에 운동&식사를 하고, 몸무게를 확인하는 단순한 일상이지만 그것이 내게 미친 심리적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고 생각한다.


그 후로 3개월이 흘렀고,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것들을 쏟은 시간들 덕에 내 삶에 많은 게 달라졌다.


먼저 내가 센터에서 신던 운동화가 찢어졌다. PT쌤이 운동하다가 운동화 찢어져서 간 회원은 처음 본다고 치켜세웠다. SNS에 올린 사진에는 “왜 이렇게 살이 많이 빠졌냐”는 댓글이 달렸다. 러닝머신을 뛸 때 들던 잡생각도 많이 사라졌다. 저녁에만 하는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갖게 돼 수입이 생겼다.


나는 새로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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