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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달별꽃 Feb 21. 2021

2월 21일/1.18km 10분 달리기

10분이라도 뛴 게 어디야!


10481.18km

 

이번 주에 뛴 기록 중 가장 부진한 기록. 1.18km를 10분 48초나 걸려서 뛰었다. 그래도 나는 이 기록을 사랑한다. 10분이라도 뛴 게 어디야!


계속 10~15분간 1km가량을 쪼개 뛰고있다. 괜찮다. 10분이든 20분이든, 꾸준히 하는 건 가끔 한번 1시간을 뛰는 것보다 어려운 법이니.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자는 계획을 세운 지 3주째다. 제법 잘 지켜내고 있다.


정말 밖에 나가기 싫은 날에는 집 안에서라도 복근 운동을 한다. 그렇게 좋아하던 초콜릿이 들어간 음료도 끊었다. 카페에 갈 때면 차를 주문해 마신다. 라면도 이번 주엔 1봉지도 안 먹었다.


‘에어로빅 댄스’도 새로 시작했다. 원래는 ‘방송댄스’를 배웠는데 아무리 시간을 들여도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동작을 몸이 인식 못하는 게 속상했다. 허우적대는 거울 속 나를 보며 전향(?)을 마음 먹었다.


댄스곡 메들리에 맞춰 춤을 췄는데, ‘잘’ 추기 보다는 리듬에 맞춰 즐기는 데 목적을 뒀더니 한결 재밌었다. 한때 히트곡들을 다시 들으니 힐링도 되고 좋았다.


우울할 때는 운동이 최고야!


“나는 심리센터 다니고 있어(A)”

“어 너도? 난 지난해에 다녔어(B)”

“병원가면 약 처방을 해주는데 심리센터는 상담을 해줘서 좋아(C)”


친구들과 차를 마시다가 C가 몇 년 전 자해를 했었다는 ‘커밍아웃’을 했다.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심리학을 공부한다는 C의 말에 A, B도 공감을 하며 한 마디씩 보탰다. 갑자기 ‘심리센터 토크’가 시작됐다.   


이들의 대화에 나는 끼어들지 못하고 침묵을 지켰다. 그동안 많이 힘든 일을 겪었구나 싶어 조금 놀랐고 심리센터 방문 경험을 편하게 꺼낼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의 마음이 평온해졌구나 싶어 안심이 됐다. 처음엔 상담을 받는 게 꺼려졌지만 막상 예약을 하려하니 이미 예약이 꽉 차 날짜 정하기도 어려웠다는 A의 말을 들으면서 내 주변에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했다.


“정작 병원에 가야할 사람들은 안가고 그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우리만 병원에 가네”


각자의 한탄을 하다가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운동이 최고다!!! 라고.


누군가에게 힘든 일을 털어놓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왜냐면 그 누군가 역시 이미 지쳐있어서 다른 사람의 아픔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힘들 때면 휴대폰 번호 목록을 쭉 스캔하다가 연락을 해도 되나 고민을 한다. 다들 말로는 “힘들 때 언제든지 연락해”라고 하긴 했어도 그게 진심일까? 혹시 실례가 되진 않을까 하는 고민이다. 그러다 결국 아무에게도 연락을 하지 못한다.


그럴 때 도움이 된 게 바로 운동이었다. 언젠가는 저녁에 길거리에서 ‘파워워킹’을 하면서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를 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없이 걷고 나면 마음이 좀 진정됐다.


중국에 유학을 갔을 때에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주섬주섬 기숙사를 나가 운동을 했다. 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조깅 코스를 자주 뛰었다. 땀 흘리면서 몇 바퀴 달리고 나면 기분이 상쾌해졌고 그날 하루 피곤함도 덜했다.


친구들도 마음의 불안을 운동으로 달래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C는 킥복싱을 하면서 살도 10kg나 빠졌다고 팔의 근육을 보여줬고, A는 홈트레이닝으로 줌바댄스를 꾸준히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러 힘든 일을 한꺼번에 겪으며 심리센터를 찾았다는 B도 춤을 배웠던 일을 고백했다.


우리 모두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네. 서로를 ‘토닥토닥’ 격려해 주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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