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관 또는 신념은 타인과의 상호작용 또는 책‧영화 같은 간접적 경험으로부터 형성되지만 내가 뭘 느끼는지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내 것이다. 표정이나 말과 글은 머리를 거쳐, 한 단계 걸러서 외적으로 표현되지만 감정은 솔직한 내 마음이고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기에 좀 더 근본적인 나를 보여준다.
심리 상담을 받을 때 상담사가 “그럴 때 감정은 어땠냐”고 묻는 것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깨닫게 하려는 이유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게 쉬운데, 왜 그동안 어려워했을까. 어떤 결정을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할 지를 왜 친구나 가족에게 물어봤을까. 나는 누구인지, 뭘하고 싶은지, 내가 왜 힘든지는 내가 가장 잘 아는데 말이다.
나와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가 한참이나 지각을 했을 때, 직장 상사의 ‘꼰대 발언을 들을 때’, 뜻대로 일이 잘 안 풀릴 때 나의 감정은 어떤 지 생각해본다. 지금 드는 느낌이 바로 내 자신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 부끄러진다. ‘나’는 기다림을 싫어하고 다혈질인데다가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떤 상황에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지는 잘 떠오르는데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그만큼 내가 기쁘고 행복할 때를 겪어보지 못해 그런 것인지, 기쁘고 행복한 마음을 충분히 누리지 못해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내게 행복은 마음이 편할 때 찾아온다는 것이다.
하하호호 웃음이 나오고 즐거운 게 행복이 아니라, 별 탈 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없는 모든 순간이 행복이다. 출근을 몇 시간 앞둔 일요일 밤보다 야근을 하더라도 주말을 몇 시간 앞둔 금요일 밤이 행복하고, 불편한 사람과 맛있는 파스타를 먹을 때보다 편한 사람과 단촐한 음식을 먹을 때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