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해주는 방법 1조 1항
‘나를 사랑해주는 방법’ 1조 1항의 머리말. 나한테 솔직해지기
난 내성적인 사람이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모임에 참석하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편하다. 앞에 나서서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과 감정을 배려하느라 정작 내 의견과 감정을 인지 못할 때도 많다.
이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전에는 내가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활발하고 리더십도 큰 사람인 줄 알았다. 아니, 내 진짜 모습을 알면서도 ‘또 다른 나’로 스스로를 포장하고 다녔는지도 모른다.
내성적인 나도 충분히 가치있고 사회에 꼭 필요한 존재인데, 남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그들이 좋아할 것 같은 새로운 인격체를 만들어 냈다. 이런 말을 했을 때 친구들이 웃고 재밌어하는 구나,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친구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구나. 늘 상대의 눈치를 살피고 집단의 분위기에 묻어가려고 행동해왔다.
생각해보면 10살도 안됐을 때부터 특정 연예인이나 친구를 닮고 싶어 했다. 말투, 헤어스타일, 걸음걸이, 버릇, 행동, 가치관까지 그들처럼 되고 싶어서 따라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내가 잊혀졌다.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이고 뭘 좋아하는지 깊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 이 상황에서 난 무슨 행동을 하고 싶은지 같은 것들을 마음 속에만 담아왔다. 원치 않아도 행동했고, 원해도 표현하지 않고 참았으니까.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내게 없는 것을 부러워했다.
예를 들어, 난 술을 잘 못마시는 데 직장에서 회식 때 마다 참석했다. 술을 못 마신다고, 저녁 때 마다 불려나가는 거 부담되고 힘들다고 말을 못해서였다. 그런 식으로 밥을 먹으면 늘 체했다.
또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동네로 약속장소를 정하면서 나를 배려해주지 않을 때, ‘너무 머니까 좀 가까운 곳에서 만나자’라든지 ‘그럼 나는 멀어서 못 만나겠다’라든지 말을 못했다. 나와 다른 음악스타일을 지닌 사람들 사이에서 내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그들의 취향에 따라 몸을 들썩였다.
심지어 단톡방에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화를 내지 못했다. 그냥 ‘읽씹’을 하거나 ‘미안하다’고 하고 상황을 넘어갔다. 바보처럼,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해 스스로에게 스크래치를 입혔다.
하고픈 말을 입 밖에 내뱉었을 때 상대의 탐탁지 않은 반응을 보는 게 나를 괴롭혀서였다. 솔직하게 말을 해서 내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면 차라리 그냥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에 정답이란 건 없는데, 꼭 정답이 하나 존재하고 그걸 맞춰야만 평판이 좋은 사람인 거라고 생각해왔나 보다. 생각하는 대로 행동해도 걱정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데, 미래에 부정적인 일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겁을 냈다. 설령 남들이 거슬리는 말을 하면 점수가 깎이는 세상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기분이 별로면 욕도 할 수 있는데, 갈등이 생기고 그로 인해 내 마음이 불편해 질 것을 싫어했던 것 같다.
그래서 습관처럼 주문을 건다. 나한테 솔직해지자.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말하자. 그런다고 달라지는 거 없다. 내가 행복한 게 장땡이다. 새로운 나로 거듭나기로 다짐한 몇 년 전부터 서툴지만 하나씩 실천해오고 있다.
내 마음이 따르는 대로 행동한다. 말을 해서 ‘긁어부스럼’이 되겠다 싶은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 긴 고민 끝에 내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 행동한 것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는다.
[행복한 내년을 위한 다짐]
1. 밥 약속에 드는 비용이 부담될 경우, 간편한 식사를 하자고 먼저 제안한다. 정말 내가 밥을 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밥을 사준다. 인사치례로 뭘 해준다고 공수표를 날리지 않는다.
2. 가기 싫은 결혼식은 안 간다. 대신 결혼식에 가기로 결심하면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온다. 축의금을 얼마 낼지 고민하지 않고 내 능력이 되는 범위 안에서 낸다.
3. 무의미하고 형식적인 약속은 잡지 않는다. 대신 진심으로 만나고 싶은 이들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고 그들의 근황을 파악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생일 축하도 마찬가지. 그동안 받을 거 다 받아놓고 내 생일엔 아무 연락 없는 이들에겐 굳이 상처받을 필요도, 잘해줄 필요 없다.
4. 내 능력 밖의 일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할 수 없다”고 솔직히 말한다. 괜히 아는 체 몇 마디 보탰다가 모든 책임이 내게로 넘겨질 수 있다. 맡은 일이 버거우면 버겁다고 말하기. 그래야 사람을 충원하든가, 아주 사소하지만 ‘힘내라’는 응원이라도 받는다.
5.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 이건 “나는 바꿀 생각이 없으니 니가 나한테 맞춰”라는 의미가 아니다. 거짓으로 상대를 대하면 내가 너무 힘들어진다. 교류하는 의미도 없고 언젠가 진짜 내 정체가 들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