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불안했던 주말을 무사히(?) 넘기고 그 다음주 병원에 진료를 갔고 , 실밥을 뽑게 되었다.
실밥을 뽑는 날에 나름 약간의 불안감이 엄습한 것이 ... 실밥을 뽑는 의사 선생님의 손길에서 약간의 손떨림(?)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 분이 나이가 좀 지긋하게 드신 성형의과에서 꽤 높으신 분이었는데 , 아무래도 연륜에 따른 나이도 있으신지라 ... 칼을 다루는 손길에서 나이에 따라오는 떨림 같은 것이 없을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런 저런 상황을 겪으면서 또 불안해진 필자 ... 진료를 받고 나오면서 병원의 로비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기도했다. "하나님 아무래도 제 마음에서 신뢰가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있습니다. 의사선생님들의 실력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 이 분들이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치료를 잡고 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생님들 마다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실밥을 뽑는 손길에서 떨림이 느껴집니다. 아무래도 병원을 옮기는 것이 나을 것 같은데 , 하나님 제가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할른지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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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손을 다쳐서 이런 성형외과 의원 , 저런 성형외과 의원을 기웃 기웃 거렸었다. 마침 치료받는 기간 중에 제주도에 출장을 좀 다녀와야 했어서 적어도 상처 감염확인 & 드레싱 정도를 출장지에서 두번 해결을 했어야 했거든. ( 오래 전부터 잡힌 약속이라 미루기 어려웠다 )
헌데 우리나라의 개업한 성형외과는 외모를 이쁘게 바꾸어주는 진료만을 생각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나처럼 손등이 찢어져서 그 상처를 돌보는 일은 성형외과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서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했고 , 심지어는 '보험 적용되는 환자분들은 저희 쪽에서 받기 어려운데요 ... 시스템이 갖추어 지지 않았거든요' 라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경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정말 필자처럼 손을 다치거나 , 아니면 몸에 화상을 입거나 ...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성형외과는 대형병원 또는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정도 밖에 없더라. 해서 필자는 그 분들이 꽤 대단하게 느껴졌다. 정말 그 분들은 환자들의 삶을 놓고서 분투하는 분들이었거든 ... 화상 입은 환자 , 외상을 심하게 당한 환자 ... 그런 환자들의 삶을 돌보는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분들.
헌데 필자가 성형외과 진료를 다니면서 들은 이야기인데 ... 그런 험한 일을 하는 대학병원 대형병원의 성형외과 의사의 수입이 외모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일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의 수입에 비해서 턱없이 낮다는 거다. 구체적인 수치를 여기에 적기는 뭐 하지만 ... 필자가 처음 그 얘기를 듣고서 놀랐을 정도니깐 '아니 대학병원 종합병원에서 그 고생하며 공부하고 수련해서 전문의 되고 , 그 험한 수술 처치 하는 의사가 그 정도 밖에 못번단 말야?' 라고 되물었을 정도니깐 ...
한번 독자들 같은 경우도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성형외과 환자 대기실에 한번 가서 찬찬히 몰래 살펴 볼 수 있으면 알 것 같은데 ... 솔직히 '어쩌다 이렇게 다치셨어요' 라는 얘기를 건네기도 겁나는 환자들이 계속해서 몰려온다. 솔직히 같이 있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지는 판인데 , 5-10분에 한명 꼴로 그런 환자들이 계속 몰려오고 피고름 닦아가면서 처치하고 살을 잘라내고 꿰메는 일을 하는 의사의 스트레스가 오죽할까 싶다.
필자가 예전에 들은 얘기 중의 하나가 있다. "인테리어 화려한 병원에서 친절한 의사가 과잉진료하는 경우가 꽤 있고 , 허름한 병원에서 불친절한 의사가 필요한 처치만 하는 경우 꽤 있는데 ... 인테리어 화려한 병원의 친절한 의사가 딱 필요한 처치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맞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사실 실력이 뛰어난 의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자부심 자존심이 대단하다. 자신이 공부하고 애써서 익힌 의술을 가지고 영업마인드로 접근하는 것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경우들도 많다. 이런 자부심이 대단한 의사 선생님들 같은 경우는 돈을 버는 재주도 없는 것이 그다지 드물지 않은 케이스인 것 같다. ( 돈 버는 것은 확실히 공부 잘 하는 것, 실력이 뛰어는 것 ... 과는 또 다른 형태의 재주라고 생각한다. 이젠 공부 잘 하고 , 실력이 뛰어나면 자동으로 돈도 번다 ... 라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는 )
또한 영업 마인드가 대단한 의사들도 있다. 그 분들은 돈 많은 VIP를 유치하는 재주가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병원에 와서 들이는 돈에 대해서 그다지 절약해야 한다는 마인드가 없다. 대신 제대로 된 대접을 받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대접받기 원하는 마음을 충분히 만족하게 해 주는 의사와 병원들도 실제로 존재한다.
필자 같은 경우 그래서 의사 선생님을 찾아갈때 , 가능한한 인테리어가 화려하거나 안락하지 않은 병원에서 진료하는 선생님들 , 그리고 불친절하고 조금은 틱틱 거리는 선생님들을 잘 찾아가는 편이다. 그런 분들이 보면 실력에 대한 자신감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들이 많고 , 그렇게 확실한 자기 방향을 갖고 치료하는 의사 분들에게 몸을 맡기는 쪽이 결과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거든. ( 물론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에 갈 때는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하지만 )
그리고 가능한 한 피하는 병원의 유형이 ... 바로 얼마전에 대규모 인테리어 공사를 했다거나 , 이전을 했다거나 , 아니면 비싼 기계를 들여온 경우 ... 이런 병원의 경우에는 비보험 항목으로 과다 진료비가 나오게 되는 경우를 경험해서 그런지 조금 피하게 되는 성향이 있다. ( 절대로 그런 건 아니고 , 대략 그런 성향이 있다는 거 정도다 )
예를 들면 ... 필자가 잘 다니는 치과 병원이 있었다. 헌데 그 병원이 확장/이전을 했고 , 필자는 이빨의 상태가 좋지 않은 치아를 돌보기 위해 늘 다니는 - 얼마전 확장/이전을 한 - 그 치과에 갔었다. 헌데 그 병원이 이전하기 전에는 가능한 한 기존의 이빨을 살리는 방향으로 치료를 했었는데 , 유독 그날 따라 근본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며 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를 권하더라는 거다. 일단 그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 치료를 잠시 보류했다.
그러고는 집 바로 근처에 원장 의사선생님이 서울대 나오고 , 외국에서 공부했지만 , 병원 규모가 크지 않고 조금은 허름한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치과의원이 보이길래 그냥 그 곳에 들어가서 진료를 받았다. 솔직히 예상 대로 그다지 친절한 선생님은 아니었다. 헌데 '여기 이 부분 레진이 일부 떨어져 나갔거든요? 그 부분 떼어내고 다시 레진을 붙여 드릴께요' ... 그렇게 해서 게임 끝. 해서 필자는 그날로 10년 넘게 다니던 단골 치과 의원을 바꾸게 되었다 ... 뭐 그런 얘기지.
사실 우리나라에서 실력이 뛰어나고 자부심이 높은 전문가들이 제대로 대접받는 경우는 참 드물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전문가의 얘기를 듣고 쓴소리라도 받아들이기 보다는 , '전문가들을 통해서 자신이 듣고 싶은 얘기를 듣기를 바라는' 성향이 짙더라는 거지. 이게 우리나라만 그런건지 아니면 전 세계 보편적인 현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 전문가를 바란다기 보다는 ... 그냥 자기 말 잘 듣고 , 자신의 편에 서 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보면 '유명한 전문가' 와 '실력이 뛰어난 전문가' 는 결코 일치하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필자의 경우에도 보면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과 유명한 사람이 결코 일치하지 않는 경우들을 많이 봤다. 강사의 경우에도 실력있는 강사들은 보통 갑들 ( 강사들을 고용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 ) 과 트러블이 많다. 자신의 방법에 갑들이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갑은 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띄워줄 생각도 없다. 그런 사람이 뜨면 자신들이 골치아프기 때문에 말이지...
헌데 유명한 사람들 치고 갑들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경우는 거의 없다. 거의 찰떡 궁합같은 밀착관계를 유지한다. 갑들은 그런 사람들을 띄워주고 싶어한다. 그런 사람들이 떠서 유명해지고 ,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오면 자신들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 또한 자신들이 일하기도 편해지기 때문에 그러하다.
해서 유명한 사람과 실력있는 사람이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 ... 라는 것을 우리나라에서 살면서는 나름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름 유명한 식당이라고 , 유명한 학원이라고 해서 찾아갔는데 별 실속이 없어서 실망하는 경우도 많고 ... 동네 허름한 영어학원인데 거기에서 학원 선생님들과 깊이 교감하는 가운데에서 , 아이들이 영어에 대해서 자신감과 흥미를 얻고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되는 경우도 많더라는 거다.
어쨋든 ... 우리나라에서 정말 실력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고 알아보는 재주를 가지게 되면 나름 살면서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이런 것을 '의사인 친구'에게서 배웠다. 그 친구가 가르쳐 준 팁을 공유하면서 이번 글은 마친다. ( 정말 실력과 인품 모두를 갖추고 있지만 유명하지는 않은 의사 친구였는데 ... 안타깝게도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 자리를 빌어서 다시 한번 명복을 빈다 )
'의사도 보면 대외적으로 유명한 의사가 있고 , 실력있는 의사가 있는데 , 이 둘이 꼭 일치하느냐 라고 하면 절대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 대외적으로 유명해 지는 것은 실력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닌 것 같아. 유명해지는 능력과 환자보는 능력이 같이 가는 게 아니거든.
그러면 어떻게 하면 실력있는 의사를 알아보느냐 ... 라고 하면 , 의사들이 자신이나 자신의 가족이 아프게 되면 찾아가는 의사가 있거든? 그런 의사가 진짜 의사야. 그런 것은 일반 사람들이 알기 어려운 정보이긴 하지. 하지만 나름 관심을 가지고 찾고자 하면 찾아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