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운이 좋았을까...

by 하얀늑대

사실 손 다친 이야기를 적고자 했던 가장 큰 이유가 이 이야기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왜 그렇게도 운이 좋아서 손가락을 보전할 수 있었을까... 6주 정도의 치료만으로 마칠 수 있었을까..." 에 대한 생각이다.


분당 서울대 병원으로 치료를 받으러 다니면 ... 그 병원은 가벼운 병으로 다닐 수 있는 병원은 아닌지라 정말 심하게 아프고 , 심하게 다친 사람들을 많이 보게된다. 필자는 대체로 아침 일찍 진료를 본 편인데 , 진료를 마치고 나면 병원 내의 까페테리아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을 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오는 것이 일상이 되었었다.


'오래사는 것이 정말 복인가? 아닌것 같아. 나는 정말 딱 70살 정도 까지만 살고 싶지 그 이상을 살고 싶지는 않네. 나이들면 아프기 마련이고 , 무기력한 가운데에서 질병을 고통까지 안고 살아가기 보다는 그냥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만큼 움직이고 , 열정과 기력 나름 열심히 소진해 놓고는 한방에 그냥 확 가 버리고 싶네...'


이런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지만 ... 이번 손등을 치료하게 되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거지. 물론 나이 들고 나서 생각이 바뀔수도 있겠지만 ... 적어도 연명치료 거부 정도는 미리 해 놓아야 겠다는 생각. 괜히 연명치료 하느라 그나마 있는 돈 다 날려서 딸래미에게 남겨줄 만한 돈 한푼 못 남겨놓는 일은 없고 싶거든.


....


서울대 병원 성형외과를 들락날락 하면서 ... 대기실의 사람들을 쳐다보면 이야기를 나눠 보진 않았어도 대충 사연이 보인다. 바이올린을 하는 것 같은데 오른손을 다쳐서 온 학생이 있었고 ( 그 때문에 입시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 잘 회복해서 좋은 바이올린 연주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많다. 당장에 나도 손을 다치고 나니까 제일 먼저 걱정되는게 기타를 못치게 되는 거 아닌가 해서 걱정이 되더라는 ) ...


그리고 생각이 나는 분이 손가락 두개를 잃어버린 나와 비슷한 또래의 남성분이 기억난다. 아내분과 같이 오셨는데 , 아내분의 근심이 한 가득인 표정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아마도 나와 비슷한 시기에 다친 것 같은데 ... 검지와 엄지쪽에 부상을 입고 ( 필자가 다친 쪽도 그 방향이다 ) 손가락을 잃어버린 ...


다친 사정을 물어 볼 수는 없었지만 대략 짐작은 간다. 아마도 일을 하다가 공구에 다친 것 같은 뉘앙스는 있었다. 검지와 엄지는 주로 일을 할 때 많이 쓰는 손가락이거든 ... 그 남성분을 보고서 며칠 동안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하나님에게 물었다.


'하나님 저는 정말 정말 운이 좋게 손등 , 그것도 그나마 살이 좀 있는 부분을 다쳐서 혈관이나 인대 , 신경 같은 부분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정말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손가락을 잃었더라면 제가 정말 남은 생이 힘들 뻔 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 ... 세상에는 저와 비슷한 부상을 당했지만 운 나쁘게 손가락을 잃은 사람도 있어요. 아니 더 크게 다쳐서 심각한 장애로 이어진 사람들도 많죠. 특히 군대에서 상이를 입은 사람들 같은 경우는 손과 발이 통째로 없어진 경우도 있습니다. 메탈리카의 one 에 등장하는 군인은 ... 사지를 모두 잃었다고 하지 않나요..


하나님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만 ... 왜 저 분은 저 만큼 운이 좋지 못했을까요? 아내분의 근심이 저에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 분도 부양할 가족이 있고 ,앞으로 살아야 할 날이 많고 , 돈도 많이 벌어야 할 나이인데 ... 저렇게 손을 다쳐 버리면 저 분은 얼마나 힘들게 남은 삶을 살아야 하나요?


왜 저는 운이 좋았고 저 분은 운이 나빴던 것인가요? 아니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시니 ... 우연이나 운이라는 단어로 되어진 것을 말하는 것은 맞는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왜 저는 이정도만 다쳤고 , 저 분은 저보다 더 심하게 다쳤을까요...'


나름 진지하게 하나님에게 물었고 기도했다. 그러면서 머리속에서 복잡했던 생각들이 차근 차근히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 필자의 경우도 이번에는 운이 좋았지만 , 여지껏 계속해서 운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적었듯이 필자는 첫 아이를 일찍 하늘나라에 보냈다. 정말 손 써볼 틈도 없었다. 어떻게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여지도 없는 상황에서 첫 아이를 하늘로 보내고는 ... 한 2년여를 정신없었던 것 같았고 , 처음 6개월은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그 때에 하나님과 등을 졌다. 이런 얘기를 씨부리면서 말이지.


"그래요 ... 우리나라에서 어린 아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모든 태어나는 생명이 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것은 아닐겁니다. 병드는 아이도 있고 , 병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도 있습니다. 죽는 아이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건강하게 밝게 자라나는 것은 아닐 겁니다.


헌데 말입니다 ... 제가 지금껏 살면서 대단한 욕심을 부리고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 구하고 바라기는 ... 저와 제 가족이 따뜻하게 살아가는 것 ... 이것을 바랬었던 건 하나님이 아실겁니다. 대단하게 남들 보기에 번듯하고 부러움을 살 만한 재산이나 권세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헌데 하나님은 그 소박하다면 소박한 제 바램을 꺾으셨습니다. 만일 하나님이 '우리나라의 영유아 사망율이 몇 퍼센트인데 , 그 확률을 돌리다 보니까 이번에 어떻게 네가 걸렸구나' 라고 하신다면 ... 저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제 사정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하나님 뜻대로 확률에 의한 운용을 하시는 분이시라면 , 저는 그런 하나님을 인정하지 못하겠습니다."

... 뭐 지금도 그 시절의 기억은 정말로 생생하다. 하나님이 없다고는 얘기할 수 없었지만 , 하나님을 의지한다거나 의뢰한다거나 ... 하는 것과는 벽을 쌓고 살던 시절이다. 이러면서 2년을 살다가 하나님과 화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정말 그 날은 눈물 펑펑 쏟으면서 하나님의 마음을 느꼈던 것 같다. 하나님도 같이 아파하고 있었다는 그런 마음을 말이다. ( 아마도 그날 그 교회의 목회자 분들은 좀 어이가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이 수요예배에 와서는 예배 시작부터 끝까지 줄창 눈물을 주룩 주룩 흘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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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내 첫 아이를 왜 하나님이 데려가셨는지 , 왜 그런 일이 생겨서 나와 내 가족이 힘들어 해야 했는지 ... 지금까지도 나는 모르겠다. 아마도 천국에 가서나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말이다... 사실 그렇게 힘들게 사는 것은 나 뿐만의 얘기는 아니었다. 우리 모두는 그런 일이 언제든지 벌어 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서 산다.


믿는 사람이라고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새벽기도 왔다 가는 도중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장로님 권사님들도 있다. 정말로 믿는 집의 가정에 태어난 아이가 치명적인 질환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정말로 엘리트고 대한민국 1% 이내에 들어갈 지성과 두뇌를 자랑하는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가 ... 무뇌증으로 태어나는 경우도 봤다. 정말 세상 사람들이 감탄을 지어낼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온 몸에 흉한 반점을 두르고서 태어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일에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인간에게 만드셨나요? 아니 이런 것들이 하나님의 컨트롤 아래에 있는 건가요 , 아니면 하나님도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쓸 수 없는 것인가요?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완전한가요 아니면 부분적인가요?' 라고 묻는다고 한다면 ... 아마도 대단한 신학자 분들은 그에 대해서 어느정도의 답을 줄 수 있을른지는 모르겠지만 , 필자는 솔직히 "모르겠다" 라고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대신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벌어 질 수 있는 일이라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그 벌어지는 일 자체를 조심은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행운이 찾아올 수도 있고 , 불행이 찾아 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 벌어지건 간에 믿는 사람으로서 ,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살아내는 것이 인간의 일입니다. 살아내는 그 이상을 인간은 할 수 없습니다." 라고 말이다.


필자가 굉장히 존경하는 형님이 한분 계신다. 그 분이 암에 걸려서 굉장히 고생을 하셨다. 고생 후에 지금은 완치 판정을 받으셨는데 ... 그 형님이 처음 암 진단을 받고서 힘들어 하다가 "왜 나는 암에 걸리면 안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지? 남들이 암에 걸릴 수 있다면 나도 걸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듣고서 많은 감명을 받았었다.


사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신이 아니기에 되어지는 일을 막을 수 없다. 준비하고 조심하고 대비할 수는 있을른지 모르겠지만 한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고 , 그 세상이 돌아가는 모든 것을 좌지우지 할 수는 없다. 제 아무리 커다란 권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마음대로 세상을 돌아가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그런 권력과 힘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의 뜻대로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 보다 ,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가지고 자신에게 기대하고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채워주는 쪽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쓰는 것이 더욱 바람직 할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즉 ... 세상을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하나님의 일이고 , 그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님을 믿는 사람 답게 해 내며 살아가고 또한 죽는 것은 사람의 일이라는 얘기다.


해서 필자가 손을 다치고 치료를 받으면서 배운 나름의 깨달음을 나눈다. 물론 필자의 경우는 그나마 손가락이 온전하기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만일 필자가 손가락이 기능하지 않을 정도의 장애를 입은 상황이라면 솔직히 이런 얘기를 할 수 있을른지 장담할 수 없다. 그럴 자신이 없다 ...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필자의 마음에서는 이 얘기는 진심이다. 그렇게 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금 감당하지 못할 고난을 앞에 두고서 몸과 마음이 무너져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 필자의 기도를 들어주시고 , 마음의 어두움을 이겨 낼 수 있도록 도우셨던 성령 하나님께서 , 필자에게 행하신 이상의 일을 행하시어 견디고 이기고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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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 질 수 있는 일이라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조심할 수는 있겠지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 때 , 인간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원인은 알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인간의 역할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 벌어졌을 때 , 그것을 받아들이고 살아 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살아내면서 감사할 수도 있고 , 절망할 수도 있고 , 불평할 수도 있고 , 막막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가 믿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의 백성답게 이 모든 되어진 일 앞에서 살아내고자 할 때에 , 하나님은 분명히 우리의 손을 붙잡고 믿는 자로서 살아 낼 수 있도록 도우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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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혹시라도 필자의 이런 얘기가 세상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함과 각종 폭력과 폭압을 그저 무기력하게 받아들이라는 얘기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성경에서 하나님은 고아와 과부 , 가난한 자들을 돌봐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을 믿는 것은 공의를 행하는 것이고 , 그 공의가 세상에 가득한 세상을 하나님이 바라신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공의가 세상에 가득해 지는 것과 , 벌어질 수 있는 불행한 일이 벌어지는 것과는 별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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