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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늑대 May 18. 2018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걸 간과하면 안된다

4차 산업혁명은 허구다 (2)

필자가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이 1996년이니까 지금부터 20년 정도 전의 일이다. 그리고 처음 취업한 직장도 IT기업이었다. 그곳의 연구소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그 시절 이전의 대학생활서 부터도 필자는 "이렇께 빨리 기술과 학문이 발전하게 되면 쫓아가는 사람이 도데체 어떻게 하라는 얘긴가" 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었다.


처음에 대학에 입학할때는 하드디스크 없이 플로피 디스크로 동작하는 IBM XT 기종을 사용했다가 2학년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와 보니 486 컴퓨터를 구입했어야 했다. 그리고 486컴퓨터에 탑재된 메모리의 양은 지금의 컴퓨터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용량인 8메가 바이트 크기였다.


필자가 한때 석사과정을 진지하게 생각하면서 가고싶었던 연구방 ( 당시에는 랩 이라고 불렀다 ) 이 있었다. 당시에는 컴퓨터 도사들이 모여있던 컴퓨터 기술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의 가장 선두주자격의 연구방이었는데 ... 그 연구소에 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다 합쳐 봤자 800메가 바이트 정도였다. 그것이 필자가 대학을 졸업할때 즈음의 일이었다.


단순히 기계만 바뀐것이 아니라 그 기계에 설치되는 소프트웨어도 바뀌었고, 공부하는 학문의 내용도 바뀌었다. 필자는 전산과는 아니어서 ( 물리학과 전자공학을 복수로 전공했다 ) 전산과의 수업을 많이 듣지는 못했지만 전산과의 커리큘럼을 보면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기술의 발전에 비해서 커리큘럼이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구나" 라는 것이었다. 사실 기술이 막 발전해 나가는 속도는 엄청 빠른데 그것을 사람들이 제대로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게을러서나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것은 아니었다. 필자는 88학번이다. 그리고 서강대학교를 졸업했다. 당시의 서강대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있었다 "적어도 공부하는 양에 있어서는 우리가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랬다. 당시 서강대학교는 서강고등학교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숙제 과제 그리고 시험의 천국이었다. 더구나 이공대는 필자가 기대하고 생각했던 상상 이상의 학습량이 요구되는 곳이었다.


어떤 3학점짜리 과목은 한학기에 시험을 8번을 보는데, 시험을 볼때 저녁 7시에 봤다. 왜냐? 시험시간이 3시간이다. 수업시간이 빽빽히 늘어서 있는 낮시간에 시험을 치면 다른 수업에 지장이 생긴다. 시험을 치를때 종종 조교들이 빵을 구내 매점에서 잔뜩 사들고 와서 배고프면 먹어가면서 답안지를 쓰라고 했다. 화장실도 마음대로 가라고 했다. 어차피 답안지 8장을 채워 넣으려면 화장실에서 몇마디 나누는 것을 가지고는 커닝은 불가능하니까...


어떤 과목의 경우에는 시험을 치루고서 점수가 적힌 답안지를 나눠주는데, 평균 점수를 알려주고 그 평균점수 이하의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운동장으로 집합해야 했다. 그리고는 운동장을 열바퀴를 발 맞추어서 뛰었다. 여학생도 차별 없다. ( 해서 시험을 치룬 바로 다음의 수업시간에는 여학생이고 남학생이고 모두 운동화 차림으로 나왔다. )


적어도 공부에 대한 노력의 양과 질로는 당시의 서강대 특히 이공대생의 긍지는 달랐다. 해서 "변화에 쫓아가지 못하는 것은 사람이 게을러서" 라는 이야기를 적어도 당시의 서강대에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헌데 이런 분위기에서 살아가는 사람인데도 기술의 변화를 커리큘럼이 쫓아가는 것은 쉽지 않다. 군대 가기전에 파일구조론 같은 과목이 있었는데, 사실 파일구조론이 무의미한 과목은 아니겠지만 윈도우가 거의 보편화된 운영체제가 되면서 파일구조론을 구지 배워야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고 필자는 생각했다. "파일에 대해 구지 공부할 필요가 있나? 그냥 아는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었던 것이지... 헌데 그 과목은 군대 다녀와서도 있었다. 그리고 윈도우 같은 최신의 운영체제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런 운영체제의 깊은 부분까지 가르쳐주는 과목은 없었다


해서 필자는 회사생활하면서 힘들었던 것이 MFC 를 활용한 Visual C++ 윈도우 프로그래밍에서 메세지, 도큐먼트 뷰 아키텍쳐, 후킹 ... 이런 개념들을 학교에서 전혀 배우지 않았었던 것이었다. 가르쳐 주는 곳도 없었다. 사실 이런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아는 교수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가 보면 각 분야의 리더들은 새로운 조류를 빠르게 흡수해서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고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 줄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사람이 변하기는 쉽지 않다. 세상의 조류가 변한다 하더라고 그 변화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그것을 온 몸으로 흡수하는데 까지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던 야구의 얘기를 해 보자. 세이버 매트릭스 개념을 가지고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돌풍을 일으켰던 시절은 꽤 오래전의 일이다. ( 당시 오클랜드의 주력선수들이 팀 허드슨, 베리 지토, 미구엘 테하다 ... 같은 선수들인데 이들은 당시에는 20대였지만 지금은 모두 은퇴했다 ) 헌데 아직까지도 국내의 야구지도자들은 데이터의 분석에 의하여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에 능하지 못하다. 프로의 코치들 중에서도 데이터와 비디오분석에 근거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배운 대로, 경험한 대로 가르치는 경우가 태반인데 학교 및 아마츄어 팀들의 지도현장에서 세이버 매트릭스 개념을 그다지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거라고 추측하기는 그다지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이... 서강대를 예로 들었고 야구인들을 예로 들었는데, 이 사람들은 적어도 자기 분야에 적어도 십년 이상의 내공을 쌓아 왔던 사람들이다. 전문성도 있고 나름 시대의 조류도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변화의 물결을 보면서 변화에대해 필요성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헌데 이들도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을 정착시키는데는 많은 어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소수의 엘리트 집단도 변화시키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아니 아주 사소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것도 힘에 부친다. 기존의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 보다는 새로운 생각과 개념을 탑재한 사람을 채용하고 기존의 사람을 해고시키는 쪽이 훨씬 편하다 ( 그래서 보면 미국계 기업이 사람을 자르고 채용하는 것에 능하다 ) 이것은 사람들이 게으르고 수구적이어서 그런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원래 변화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같은 기술은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은 것은 사실이다. 불과 몇년이 안되는 시간동안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해서 지금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런 "딥 임팩트"급의 변화를 가져오는 흐름이 흔하게 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사람들은 그런 커다란 흐름 하나에 적응하는 것도 힘겨워 한다. 만일 스마트폰과 인터넷 두가지가 한꺼번에 사람들의 생활에 등장했다면 과연 사람들은 이 두가지에 한꺼번에 적응할 수 있었을까?


사실 사람들이 컴퓨터에 익숙하게 되는 것만 하더라도 쉬운일은 아니었다. 직장생활하는 사람들이 컴퓨터를 배워야 한다고 해서 회사가 학원비를 대 주고 일주일씩 학원으로 출퇴근 하면서 컴퓨터를 배우고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쉬트 같은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히는 일을 벌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무자동화 (OA) 개념이 회사에서 당연한 것으로 정착되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필자의 경우에도 회사의 선배들 중에서는 컴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고 임원급은 더욱 그랬다 ( 배울 시간이 없었으니깐 ) 해서 어느 상무급 임원은 컴퓨터 전원을 넣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는 소문이 돌았었다. 변화를 이끌어야 할 리더들이 더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렵더라는 것은 아이러니 한 일이다.


사실 이건 이십여년 전의 일만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다음에 기존에 구축되어진 청와대 인트라넷 시스템을 사용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신빙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구? 필자는 그런 사람들을 무척 많이 만나봤으니깐. 시스템을 이해해야 활용할 수 있는데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으로는 시스템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활용하는데 애를 먹을 수 밖에


4차 산업혁명이 뭐냐? 라고 사람들에게 물으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구조 개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솔직히 필자는 그거 잘 안 와닿는다. 왜냐구 활용할 데이터를 갖추고 있지를 않는데 어떻게 데이터를 활용을 하냔 말이다.


당장에 우리네의 활동 자체가 데이터를 중시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활용하는 형태로 바뀌어지지 않는다. 사실 의미있게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우리네 주위에 널려있다. 내가 어떤 물건을 언제 얼마에 구입했는지, 내가 누구와 얼마동안 통화를 했는지, 내가 식사를 언제 어느정도의 양을 했는지, 내가 얼마 정도의 수면을 취했는지, 내가 커피를 언제 마셨고 거기에 대한 만족의 정도는 얼마인지 등등... 이런것들이 다 데이터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하게 되면 내가 효과적으로 인생을 살수 있고 투자한 노력 대비로 실수가 적은 인생을 살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개념이 4차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말한 데이터 기반의 활동... 이라고 생각된다.


헌데 이런 것들을 활용하려면 일일히 내가 그런 사항을 기록해야 한다. 기록해야 할 뿐 아니라 검색과 활용을 할 수 있도록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해야 하고,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SQL과  분석도구인 R을 활용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 라고 이야기 하면 당신은 여기에 대해서 뭐라고 할 것인가? "차라리 그냥 조금 불편하게 살고 말겠습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지 않은가?


지금 당장에 적응해야할 굵직한 일들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은 세상인데 내가 삶의 만족도를 조금 높이고자 일일히 내 활동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그것을 위한 공부를 따로 해야 한다고 하면 이건 너무 가혹한 일이다... 라고 생각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필자는 나름 20년 넘게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일에 종사했다고 생각한다. 프로그래밍을 배우러 온 사람들은 변화에 나름 적응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지고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지 그냥 놀러온 사람들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이 변화하는 것이 쉬웠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사소한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 하더라도 어려운 일이었다.


해서 필자는 이야기 하고 싶다. 지금 얘기하는 변화는 과연 사람들의 삶을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 지불해야 하는 댓가를 너무 싸게 측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리고 사람들은 그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가? 그것은 소수 사람들을 위한 자기만족형 축제에 가까운가 아니면 사람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보편적인 변혁인가?


모두를 위한 변화를 꿈꾸기 위해서는 그것은 쉽고 이득이 분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변화는 인간의 변화하지 못하는 특성때문에라도 실패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 부정적이다. 인간은 쉽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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